입력 : 2025.07.18 10:04
[땅집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정비 사업 시장에서 ‘디벨로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단순히 노후 주택을 철거하고 다시 짓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미래 비전까지 설계한다는 취지다.

이는 최근 달라진 정비 사업 시장 분위기에 발맞춘 전략이다. 그간 수주전에서 중요했던 기준은 ‘누가 더 싼 시공비를 제시하느냐’였으나, 최근에는 ‘어떤 회사가 이 지역을 더 가치있게 바꾸느냐’가 관건이라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단순 시공사가 아닌 ‘디벨로퍼’로서 해당 지역의 입지와 역사, 조망, 생활권, 향후 변화 가능성까지 분석해 맞춤형 개발 전략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방배신삼호 재건축 시공권 수주전에서 선보인 ‘THE SQUARE 270’도 디벨로퍼의 역량이 돋보이는 설계안이다. 두 동을 스카이브릿지로 연결해 문(門) 형태의 상징 구조를 만든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상징성과 랜드마크성을 동시에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서 광운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에서도 이러한 혁신 설계안을 도입했다. 강북권 대규모 사업에서 보기 어려웠던 공공성과 수익성의 조화를 이뤘고, 도시의 가치를 기획하고 완성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정비 사업 관계자는 “요즘 조합들 사이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설계부터 다르게 접근하는 회사’, ‘제안서를 보면 철학이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평면과 마감재를 고민하는 데서 나아가, 단지의 상징성과 커뮤니티 조성, 조경의 도시 연결성까지 고려하는 것 같다”고 했다.
수주 실적도 높은 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5년 7월 기준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약 2조8272억원을 기록하는 등 3조 클럽 입성을 눈앞에 뒀다. 방배신삼호, 송파한양2차, 성수1구역 등 하반기 예정된 대형 사업 시공권 수주에 성공할 경우 수주 실적이 더욱 올라간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우리는 단지 하나를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고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건축은 기획에서 시작하고, 도시의 품격은 디벨로퍼의 철학으로 완성한다”고 말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