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7.18 06:00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관료는 바보였나
위헌적 대출 규제, 판도라의 상자 여는 격
대통령이 집값 언급하는 순간 퇴로 차단
[땅집고] “금융위의 적절한 규제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위헌적 대출 규제, 판도라의 상자 여는 격
대통령이 집값 언급하는 순간 퇴로 차단
[땅집고] “금융위의 적절한 규제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국무회의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향해 ‘6·27 부동산 대책’의 성과를 또 칭찬했다고 한다. 최근 ‘충청 타운홀 미팅’ 때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을 칭찬한 바 있다. 대통령이 6억원이상 대출을 금지한 ‘6.27조치’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이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효과도 장담할 수 없는 무리한 규제라고 비판을 하고 있다. ‘28번의 대책’을 남발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책이 나오면 최소한 대책직후 주택거래가 줄고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등 효과가 있었다. 지금 6.27 대책의 성공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는 격이다.
성공적인 대책이라는 말을 했다가 서너달 후에 얼굴도 들지 못할 정도로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대통령의 금융위 칭찬 발언이 이어지자 “누군가가 엉터리 보고로 대통령을 속이고 있다”는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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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전문가들이 이재명 정부가 규제를 남발하다가는 ‘문재인정부 시즌2’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집값은 정부 규제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이기는 정부 없다”는 말은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수도 없이 증명됐다. 집값은 경제성장, 소득, 금리, 주택공급, 인구구조 등 복합적 요인으로 결정된다. 선진국에서 집값이 폭등해도 “집값 잡겠다”고 큰 소리 치는 정치인이 없는 이유이다.
■ 전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전근대적 규제

이번 대출 규제는 전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난폭하고 전근대적 규제이다. 5억9999만원은 대출을 해주고 6억원은 대출을 막는 식의 자의적 규제를 펴는 나라는 없다. 6억원이라는 가이드라인은 금융위원장이 어느 날 ‘신의 계시’라도 받아서 결정한 것인가. 제왕적 대통령이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던 전형적 관치금융을 연상시킨다.
시장경제를 채택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출을 규제할 때도 그 효과 못지 않게 명분과 절차를 따진다.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절차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이다. 공산당 독재국가라는 중국조차 대출규제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의 비율), DSR(소득 대비 모든 대출 원리금)을 동원한다.
시장경제에서 자신의 능력에 맞는 대출은 시민의 권리이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이를 제한할 때는 상환능력에 문제가 있어 제한할 수 밖에 없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DTI,DSR 등 복잡한 용어가 동원되는 이유이다.
■ 노무현, 문재인 관료들은 무식한 바보였나?
일부에서 금융위의 대출규제가 무슨 엄청난 정책 아이디어인 것처럼 찬양하고 있지만,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관료들도 그걸 모를 만큼 무식한 바보들은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DTII(Debt To Income : 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도입됐다. DTI는 가계대출의 상환 능력을 보기 위한 지표이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이다. DTI를 강화하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유동성을 줄여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DTI보다 한층 효과가 높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2018년에 시범 도입됐다. 금리가 올랐을 때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가로 대출을 규제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가 작년 2월부터 도입됐고 7월에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 대출에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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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가 이런 복잡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6.27대책은 그런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것이다.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대출 계엄령’이다. 계엄령을 선포한 대통령을 탄핵한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조치이다. 대통령이 금융위의 이번 조치를 칭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대출규제로 발생하는 부작용의 책임을 대통령이 몽땅 뒤집어 쓸 수 있다.
이번 조치는 한국을 다시 중국보다 못한 금융후진국 수준으로 되돌려 놓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대출 규제를 금융위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가진 비전문가가 주도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 위헌 가능성 없나

이번 조치는 위헌성 시비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주택시장 안정화를 명분으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12.16’ 부동산 대책‘을 도입한 바 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에도 2020년 집값 대폭등 현상이 발생, 문재인 정부의 신뢰성을 붕괴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당시에 헌법 소원이 제기됐고 헌재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간신히 위헌을 피했다. 당시 문형배 재판관은 정부 조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수단의 적합성과 침해의 최소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대책의 법적 근거가 미비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 재판관은 "금융위가 이 사건 조치의 법적 근거로 든 은행업감독규정에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에 관한 내용이나 초고가 아파트를 정의하는 규정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조치 덕분에 집값이 일정기간 주춤거렸다. 그러나 효과는 길지 않았다. 2021년 서울 집값 대폭등 현상이 발생, 문재인 정부 신뢰성 붕괴로 이어졌다.
금융위도 이번 대책의 위헌시비를 예상한 듯하다.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아닌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했다. 6.27대책의 발표 자료의 이름은 ‘수도권 중심의 가계 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다. 가계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 대출 건전성이 우려되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의미이다. 그동안 가계대출의 폭증을 방관하던 금융위원회가 DSR규제 강화를 코 앞에 두고 갑자기 왜 이런 비상 조치를 취한 것일까. 행정 절차를 무시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 노무현, 문재인 실패 반복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주택문제와 관련, 결정적 패착은 “하늘이 두쪽 나도 집값을 잡겠다”는 식으로 주택가격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이었다. 선진국에서 정치인들이 집값 문제와 관련해서 “지나치게 높다”, “젋은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정도를 이야기하고 대책으로 “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젊은이들이 집을 쉽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금융지원책을 마련하겠다” 정도의 말에 그친다.
다른 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그 많은 관료들은 대출규제를 사용하면 집값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한국의 금융위에 천재들이 모여 전세계가 모르는 독창적 집값 잡는 방법을 고안한 것일까.
집값 무너뜨리는 최고의 방법은 대출규제라는 것은 과거에 입증됐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부동산시장은 금리인상과 더불어 대출총량규제가 도입되면서 버블 붕괴가 본격화됐다. 중국도 2021년 대출 총량규제가 도입되면서 부동산 가격 폭락과 함께 부동산 개발회사의 연쇄부도가 발생했다.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는 수도 꼭지를 잠그면 당연히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정책을 선진국에서 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개인의 권리를 무지막지하게 규제하는 위헌적 규제인데다 자칫 엄청난 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이기 때문이다./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