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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노후자금 1조로 '골프장 쇼핑' 한국교직원공제회 "고령화로 내리막길인데…"

입력 : 2025.07.16 06:00

고령화로 골프인구 내리막길에 전국 18홀 골프장 5곳 투자

[땅집고]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총 1조원 규모에 달하는 전국 5개 골프장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 단순 레저시설 인수가 아닌 부동산 대체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총 운용자산(AUM)이 75조원에 달하는 교직원공제회가 골프장 인수를 통해 AUM 100조원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땅집고] 한국교직원공제회가 1조원을 들여 골프장 5곳을 사들일 계획이다. /강태민 기자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수도권·강원권·충청권·영남권·호남권 등 전국 5개 골프장을 인수하기 위해 위탁운용사 선정에 돌입했다.

공제회는 공모를 통한 경쟁 방식으로 운용사를 선정하며, 지원 자격은 작년 말 기준 국내 부동산 운용자산(AUM)이 5000억원 이상인 운용사다. 펀드의 운용 기간은 설정일부터 30년, 투자기간은 5년이다. 펀드 출자 규모는 5000억원으로 교직원공제회가 전액 출자한다. 골프장 투자만 목적으로 하는 블라인드펀드가 조성된 사례는 흔치 않아 눈길을 끈다. 내달 4일까지 제안 접수를 한 뒤 8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 교직원공제회 1조원 투자해 국내 골프장 5곳 사들인다

교직원공제회는 9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했으며 약 75조원 이상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내 최대 공제회로 알려졌다. 골프장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중장기 수익이 기대되는 대체투자 자산으로 골프장을 평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골프장은 운영 수익과 함께 부동산 자산 가치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자산으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면서도 땅값 상승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골프장은 회원제 또는 대중제 형태로 운영되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침체를 맞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골프장은 호황을 누리며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30%가 넘는 상황이다.

교직원공제회가 골프장에 투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공제회는 경기 여주시에 있는 27홀 코스 규모 소피아그린CC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문을 연 이곳은 교원나래개발이 직접 개발했다. 하지만 이 골프장 하나 만으로는 회원의 복지를 강화하고 수요를 충족시키기 부족하다고 판단해 대규모 골프장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30년간 골프장을 장기 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제회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국내 프리미엄 골프장 5곳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제회가 5000억원을 전액 출자하고 담보인정비율(LTV) 50% 수준의 대출 5000억원을 합쳐 총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할 전망이다. 18홀 골프장 5곳을 인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곳당 평균 2000억원 가량을 투자하는 셈이다. 통상 지방 골프장의 경우 홀당 최소 30~40억원, 수도권은 100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 골프장 영업이익률 높지만…장기적으로 골프인구 감소 대비해야

다만 골프장은 계절, 국내 경기, 인프라 변화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으로 50%의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투자 방식이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교육 공공성을 지향하는 교직원공제회가 골프장과 같은 사치 레저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5000억원이면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 시설을 지원할 수 있고, 복지 증진에 사용할 수도 있는 기회비용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골프장은 지난 코로나 팬데믹 등의 상황에서 일시적인 호황을 누리다 이후 현재까지 골퍼들이 계속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이용 수요가 줄어드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16%에서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1년 39.7%까지 폭등했으며 이후 하락해 지난해 30.3%를 기록했다. 타 산업군에 비해 기본적인 영업이익률은 높은 편이지만, 골프장 이용객이 감소하고, 그린피가 오른 영향으로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망이 좋은 편은 아니다.

전국 골프장 이용객 수는 2021년 5056만명에서 점차 감소해 2023년 4772만명, 지난해 4741만명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앞으로 골프인구 감소 등의 영향이 커지면 산업 자체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블라인드 펀드라도, 명확한 투자 구조와 중장기 투자 전략을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린피가 크게 상승해 골프 이용객들이 더 저렴한 해외로 빠져나가며 시장이 침체하고 있다”며 “골프장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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