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7.15 06:00
故 박원순 등이 찾은 ‘좌파 성지’ 비엔나
자가보유율 20%, 임대주택은 상속까지 가능
마르크스 이름 임대주택단지는 노동자 투쟁의 상징
[땅집고] 유럽 도시 중 이례적으로 100년 가까이 ‘좌파 정당’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곳이 있다. 바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이다. 비엔나는 자가 보유율이 20%에 불과하다. 유럽 최저 수준이다. 인구의 80%가 임대주택에 거주한다. 임대주택 중 60%는 공공 또는 비영리기관이 관리하는 주택이다. 임대료 통제를 받고 있으며 임대주택은 자녀에게 상속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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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보유율 20%, 임대주택은 상속까지 가능
마르크스 이름 임대주택단지는 노동자 투쟁의 상징
[땅집고] 유럽 도시 중 이례적으로 100년 가까이 ‘좌파 정당’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곳이 있다. 바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이다. 비엔나는 자가 보유율이 20%에 불과하다. 유럽 최저 수준이다. 인구의 80%가 임대주택에 거주한다. 임대주택 중 60%는 공공 또는 비영리기관이 관리하는 주택이다. 임대료 통제를 받고 있으며 임대주택은 자녀에게 상속도 가능하다.


비엔나가 ‘임대주택 천국’이라는 명성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비엔나의 ‘공공임대주택’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후 극심한 주택난과 열악한 주거환경이 사회 문제가 됐다. 1919년 선거를 통해 시의회를 장악한 사회민주당(SPÖ)이 주거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선언하고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사회주택)을 건설한다. 1923년에서 1934년 사이에 약 6만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재원마련을 위해 고소득층에게 ‘세금 폭탄’을 난사했다. 주택세 등 누진적 세금과 사치품세, 국가보조금으로 건설자금을 마련했다.
‘레드 비엔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다양한 좌파 정책을 추진한 시 정부는 당시 경제 위기로 토지값이 폭락하자 대거 토지를 매입했다.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택지 비축제도’는 공공주택 정책의 핵심이다. 시정부는 미리 땅을 확보해 두고, 수요 증가 시 신속하게 건설에 돌입한다. 비엔나의 연간 주택 건설량은 인구 1000명당 3.8채로, 유럽 도시 중 최고 수준이다.
■ 칼마르크스를 기리는 임대주택 바리케이드 치고 무장투쟁
좌파 정부가 처음으로 집권한 레드 비엔나(1919년~1934년)시기에 만들어진 공공주택단지가 ‘칼 마르크스 호프(Karl-Marx-Hof)’이다. 이름부터 자본론과 공산당 선언의 저자인 칼 마르크스(Karl Marx)에서 따온 것은 ‘노동자 해방과 모두를 위한 주거’라는 사회민주당의 이념을 반영한 것이다. 1300여 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길이 1,1km)로 내부에 병원, 유치원, 목욕탕, 도서관, 상점, 정원 등 자급자족형 커뮤니티를 갖추고 있다.
당시 오스트리아에서는 무장조직을 갖추고 무력충돌까지 벌일 정도로 좌우파 갈등이 격렬했다. 1934년 오스트리아 내전 당시, 좌파들은 칼 마르크스 호프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무쟁투쟁을 벌였다.
칼마르크스호프에는 현재도 실제 시민들이 거주 중이며, 일부 구역은 역사 박물관으로 운영됩니다. 박원순 전 시장이 재임중이던 2017년 현장방문했다. 당시 박 시장은 "사람을 살게 해주는 정부인가, 당신이 알아서 생존하라는 정부인가는 큰 차이가 있다"라며 "우리는 너무 각자도생의 사회다. 정부가 도대체 왜 존재하나. 서울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박 시장은 "잠만 자는 주택이 아니라 생활공동체가 가능한 주택, 맞춤형으로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주택이 많아져야 한다"며 "서울시 청년주택, 사회주택이 바로 그런 주택이다. 맞춤형의 새로운 공동체 주택이 서울이 가야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규모의 거대한 단일건물로, 긴 복도 반복적 구조 등으로 콘크리트 동굴과 같으며 집단적 획일적 분위기를 만들어 너무 답답하다는 평가도 있다.
■ 토지확보를 통한 신속한 공급이 성공비결
공공임대주택에는 소득 상위 25%는 입주할 수 없다. 대신 중산층 이하의 시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월세로 제공된다. 비영리 주택협회가 운영하는 사회주택의 경우, 입주자는 건축비의 12.5%를 보증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보통 1300만~4800만 원 수준이다. 이 보증금은 다시 공공임대 건설 재원으로 쓰인다.
비엔나의 공공임대는 대기 기간도 짧다. 평균 2년 안팎으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속도다. 이는 건설 속도와 공급 탄력성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면 공급을 늘리는 정책 유연성이 시스템을 뒷받침한다.
■ 좌파 100년 집권의 비결이 된 공공임대주택
임대주택단지 ‘칼 마르크스 호프’는 여전히 비엔나의 정치적 상징이다. 사회민주당은 선거철마다 “우리가 지은 집”을 내세우며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전세계 좌파 정치인들이 방문하는 성지이다. 주택이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정치적 자산이 된 셈이다. 사회민주당이 나치 집권기(1938년~2차대전)를 제외한후 비엔나를 장악한 것은 일관된 임주택정책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임대 정책은 부작용도 있다. 우선 높은 조세 부담으로 인해 고소득자들이 비엔나를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는 오스트리아 외곽 도시나 타국으로 이주해 조세 회피를 시도하고 있다.
임대주택의 노후화가 진행되며 관리·보수 비용이 급등하고 있다. 시 재정의 상당 부분이 유지관리비에 쓰이며, 이는 다시 조세 부담으로 이어진다. 시민들 대부분이 공공주택에 거주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자가 보유의 의미는 사라졌다. 자산 축적 수단으로서의 주택 기능이 약화됐다.
임대주택과 관계 없이 비엔나의 집값은 급등했다. 2024년 기준 연간 상승률은 10.94%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공임대만으로는 시장 전체를 억제할 수 없다는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투자 수요와 저금리가 겹치며 민간 부동산으로 투기 수요가 몰린 탓이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