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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애물단지 된 위례 2500억 황금땅…호반건설 6년째 버려둬

입력 : 2025.07.10 09:00 | 수정 : 2025.07.10 15:15

호반건설, 2019년 상업용지 4400여평 매입
오피스텔 계획했지만 수요 없어 6년째 방치

[땅집고] 호반건설이 2500억원을 넘게 들여 샀던 위례신도시 상업용지 4400여 평을 6년이 넘도록 빈 땅으로 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물 용도 제한과 공사비 상승에 발목이 잡히면서 당초 계획했던 오피스텔 복합개발 사업성이 크게 악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늦어지면서 이미 금융 이자와 세금 등으로200억원 이상을 지출한 가운데 매년 수백억원씩 추가 부담이 불가피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땅집고] 경기도 하남시 학암동 위례신도시 내 9-1, 9-2블록 일대 위치도./독자제공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2019년 경기도 하남시 학암동 648번지 일대 위례신도시 일반상업용지 9-1블록과 9-2블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매입했다. 전체 면적은 1만4683㎡(4442평)으로 땅값만 총 2539억원으로 3.3㎡(1평)당 5700만원을 넘는다.

이 땅은 위례신도시 중심부로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서울지하철 5호선 마천역과 거여역이 1.2㎞쯤 떨어져 있고 세종포천고속도로·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등 광역 교통망 이용하기도 쉽다. 스타필드 위례 등 대형 상업시설, 전매근린공원, 정암산·금암산 등으로 둘러싸여 자연 환경도 좋다.

토지 용도는 일반상업용지여서 용적률이 최대 700%까지 허용된다. 문제는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을 포함한 업무시설, 숙박시설(호텔·관광숙박시설), 문화·의료시설 등으로 용도가 제한돼 있다는 것. 주거시설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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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호반건설은 이 부지에 전용 11평대 원룸형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 오피스 등을 결합한 분양형 복합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위례신도시에 들어오기로 했던 경전철 위례신사선과 트램 등이 계속 늦어지고 공사비마저 급등하면서 오피스텔 사업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호반건설 자체 검토결과,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분양가 3500만원(3.3㎡당)을 적용해도 사업 수익률은 0.9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와 관광숙박시설 혼합 개발안의 경우 오히려 200억~5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땅집고] 호반건설이 이 부지에서 추진 중인 복합건축 내용./독자제공

호반건설이 6년 넘게 사업을 끌면서 2500억원대 금싸라기 땅은 졸지에 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땅값과 사업비 조달을 위해 끌어쓴 200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자만 약 83억원, 각종 용역·수수료 총 81억원 등 지금까지 160억원이 넘는 비용을 날렸다. PF 이자는 연 7%대였으나, 작년 하반기에 대출 상환을 완료한 상태다. 비업무용 토지 보유에 따른 재산세 등 세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3.3㎡당 공사비도 2019년 매입 당시 480만원에서 작년 기준 599만원으로 상승해, 앞으로 어떤 시설을 짓더라도 총 투자비는 계속 불어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의 부담이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핵심 수익모델이던 공공택지 입찰을 통한 개발 사업을 못하게 된 가운데, 위례 부지마저 장기 방치하면서 회사의 자금 유동성과 사업 구조 전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땅만 사놓고 버티다 시장 회복기를 기다리는 전략은 이제는 안 먹힐 것”이라며 “고금리와 규제 상황 속에서 대규모 사업 지연은 자산이 아닌 리스크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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