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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지고, 성수 뜬 이유…지금 핫한 서울 6대 하이스트리트의 비밀

입력 : 2025.07.09 17:46

[땅집고 북스-서울의 하이스트리트] ‘명동, 홍대, 강남, 성수, 한남, 도산’ 대한민국 6대 상권의 비밀

[땅집고]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대규모 유동 인구에 의존하던 전통적 상업지는 긍정적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황폐화됐다.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상권이 대표적이다. 반면, 성수·한남·도산과 같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신흥 상권은 금빛 날개를 달고 급부상했다.

서울 새로운 상권 핵심지로 떠오른 6대 하이스트리트는 브랜드의 입신(立身) 출세 관문이자 성공의 인장(印章)인 등용문이다. 브랜드가 하이스트리트에 매장을 내는 목적이나 속내는 개별 브랜드만이 정확히 할 수 있겠지만, 상권 생태계를 고려할 때 그 목적에는 두 가지 기능적 차이가 있다. 하나는 등용문의 기능이고 하나는 시험대의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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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지하철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 앞이 20~30대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조선DB

하이스트리트는 임대료가 비싸 비용 부담이 크다. 그러나 임대료를 마케팅 예산으로 환산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경비다. 최고급 상권에 매장을 여는 것은 물건을 팔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프라인 리테일은 소비자와 시장에 ‘우리는 성공한 브랜드고, 최고의 자리에 설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광고판인 것이다.

[땅집고]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부대표가 쓴 서울의 하이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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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이태원 대체한 ‘성수·한남·도산’

성수·한남·도산 상권은 기존 상권 발달 이론의 틀을 깼다. 전통적 상업 지대가 아닌 오피스 밀집지, 산업·공업 지대, 고급 주거지역, 전통적 명품 상권(청담)에서 파생된 특징을 갖는다. 앵커 브랜드나 플래그십이 선제적으로 입점하고 이를 구심점으로 동종 계열의 브랜드가 주변 지역에 불규칙하게 자리 잡은 후 이들 사이를 잇는 상업적 동선이 구축되는 역방향 성장 패턴이 나타난 것이다. ‘명동중앙길’과 같은 상징적 중심축이 없는 대신, 분산형 네트워크처럼 여러 개의 활성화된 점이 연결된 복합 구조를 이룬다.

성수는 2024년 영국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타임아웃’이 발표한 세계 최고 핫플레이스 목록에서 4위를 기록했다. 일반적인 상권 발달 패턴을 따르지 않고, 압축적 성장 가도를 달렸다. 유아기에서 성년기까지 상권 성장은 10년 이상 걸리는데 성수는 오랫동안 유아기에 머물다 급격히 성장해 상권 발달의 최고 단계로 들어섰다. 럭셔리 브랜드의 전략적 진입 이후 팝업 문화가 성수의 놀라운 도약을 이끌어냈다.

한남은 삼성, LG, 신세계,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회장들의 고급 자택이 밀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거리엔 이태원만큼 유동 인구가 많지 않았다. 리움미술관과 여러 갤러리, 블루스퀘어,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등의 컬처 테넌트가 조성한 거리는 한남의 문화적 위계를 강화했고, 대중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토양이 됐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하면서 F&B(food and beverage·식음료) 브랜드가 부진하며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테넌트들이 매장을 비웠다. 그 자리를 패션 브랜드가 입점했다. 20~30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까지 포섭하는 포용력을 갖게 됐다.

도산은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가 공존하는 상권이다. 전통적 럭셔리 상권인 청담의 연장선상에 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대로변 1층 상가에 임대문의가 붙어있다. 건물 전체가 통임대로 나온 매물도 있다./강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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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업적 성공과 권위의 상징 ‘명동·홍대·강남’

명동은 국내외 대형 브랜드들이 대형 플래그십을 운영하는 하이스트리트로 냉정하게 말하면 승자 독식 시장의 특성을 보여준다. 소수의 브랜드가 불균형적으로 큰 혜택을 누리고, 가시성과 접근성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독점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단면을 보여 준다. 이 매커니즘에는 성공한 브랜드가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더 큰 매출을 올리면 결과적으로 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는 순환이 이뤄진다. 애플,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부터 이미스, 블루엘리펀트 등 K-패션의 열풍을 이끈 국내 브랜드는 시장의 승자들이다.

홍대는 미적 감수성을 선도하는 작은 브랜드의 시험대이자 등용문이다. 개성 강한 브랜드와 대학가 이미지가 자산으로 승화되어 상권 메리트를 만들었다. 통신사와 은행도 플래그십을 열어 20살 고객을 유입했다. 통신사와 은행은 생애 최초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이 되어 처음 만든 통장의 은행, 자기 명의로 처음 가입한 통신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홍대 플래그십은 전통적인 은행의 이미지를 탈피해 공연장을 접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설계했다.

강남은 한국의 경제력과 소비력이 집중된 곳이다. 최근엔 K-클리닉과 에스테틱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엔 F&B와 패션 리테일이 강세였으나 이후 리테일과 클리닉의 순위가 순식간에 역전됐다. 상업용 부동산 트렌드까지 변화시켰다. 빌딩 저층부에는 리테일, 상층부에는 오피스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남역 일대는 오피스 수요가 감소하면서 그 빈자리를 클리닉 업종이 채웠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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