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7.06 06:00
[땅집고] “대출은 서민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사다리입니다. 물려받은 것 없이 열심히 공부해 높은 소득을 받는 서민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그런데 대출을 막으면 서민과 부자가 참여하던 부동산 시장에서 서민들이 쫓겨납니다. 부동산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거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앞두고 첫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 카드를 꺼냈다. 강남권 30억원 고가 아파트를 사든, 서울 외곽 10억원 아파트를 사든 최대 6억원 대출이 가능하다. 매수 동력이 떨어진 만큼, 일시적으로 가격 안정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규제가 장기적으로 양극화를 초래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간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규제책을 냈으나, 규제를 가할수록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 대출 끊긴 부동산 시장, ‘그들만의 리그’된다
최근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 스터디’에 올라온 '집값 정상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제목의 글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규제를 분석했다. 닉네임 ‘뚝배기근성’을 쓰는 A씨가 작성했다. 이 글은 게시 이틀 만에 조회수 1만5000회를 기록했다.
A씨는 대출금액 한도가 완전히 줄어든 만큼 규제가 일시적으로 거래 안정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도, 규제가 내집마련을 원하는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출이 집값을 상당 부분 밀어올리는 것도 사실이다”라면서도 “그러나 대출 제한은 서민과 부자가 함께 참여하던 부동산 시장에서 서민을 모조리 내쫓는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A씨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현금 여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는다고 봤다. 기존에 고가 주택을 보유했거나 현금 여력이 넉넉한 사람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출금이 적어 규제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 文정권 릴레이 부동산 정책, 아파트 가격 급등 결과 낳았다
아울러 그는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15억원 이상 주택 대출 금지 정책을 시작으로 우후죽순 쏟아졌던 주택 대책의 결말이 아파트 가격 급등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A씨는 ““우리는 불과 5년 전, 이 경험을 했었다”며 “2019년 12월부터 15억원 이상 주택 대출을 전면 금지하자, 15억원 이상의 강남·서초 일대 아파트 가격이 2021년까지 치솟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실제로 2021~2022년 정부의 릴레이 규제로 서울 강남권 주요 단지 매매 가격은 40% 이상 뛰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대표 단지 ‘반포자이’ 전용 84㎡는 2019년 12월 28억3000만원(12층)에 팔린 뒤 이듬해 4월 24억4000만원(9층)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21년 4월 30억원 선을 넘기고 6개월 뒤인 2021년 10월 36억6000만원(21층)까지 치솟았다. 2년 사이약 43% 오른 것이다.
송파구 주요 대단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잠실동 ‘잠실엘스’는 2020년 3월 17억9500만원(5층)에 팔렸지만, 2021년에는 10억원대 거래가 발생하지 않았다. 2021년 10월 27억원(14층)에 팔리면서 1년 반 사이 10억원 가까이 올랐다.
A씨는 “이번 대책 이후 집값이 10년 이상 하락한다면 대출이라는 사다리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올 지도 모르겠다”면서도 “그런데 대출을 막는 행위는 이미 부자인 이들을 더욱 부자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대출 규제가 내집마련을 앞둔 서민에게 더욱 직격타를 준다고 조언했다. 전세가 반전세로, 월세로 점점 바뀌면서 서민들이 월급 대부분을 월세로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A씨는 “부모가 서울 사람인 것이 스펙인 세상에 이어서 부모가 집이 있는 것 마저 하나의 스펙이 되는 것”이라며 “태어날 때 물려받은 계급을 절대 넘어서지 못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출 규제가 집값 정상화 신호탄이 될 지, 서민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지 여부를 세월이 증명해줄 것이라는 말로 글을 마쳤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