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공실 70%' 반년째 유령 건물…혈세 먹는 하마 된 고양시 랜드마크

    입력 : 2025.07.07 06:00

    [공공리츠의 덫 ①]'혁신’이라는 이름의 유령건물…공실 폭탄된 구도심 재생사업

    [땅집고]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가시범지구 1호 사업, 고양시 ‘창조혁신캠퍼스 성사’가 준공 반 년 만에 대규모 공실(空室) 사태를 맞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3호선 원당역 초역세권에 위치한 이 건물은 지난해 11월 준공했다.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에서 도시재생 뉴딜의 새로운 모델로 지정한 1호 시범사업이다.

    [땅집고]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창조혁신캠퍼스 성사./강태민 기자

    연면적 9만9837㎡(약 3만평) 규모로 고양시 소유인 환승 주차장 부지(약 500억원)에 건축비 등을 더해 총 사업비 3000억원 가량이 들어갔다.

    지상 25층과 18층으로 구성된 연결형 건물 1개동과 지상 20층 건물 1개동 등 대형 업무·주거 복합단지로 영상·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한 업무공간, 공영주차장, 판매시설, 청년·신혼부부용 임대아파트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을 맞이한 건 눈에 띄는 규모만큼이나 빈 공간이었다.

    지난 6월 중순 직접 현장을 찾은 결과, 1층부터 텅 빈 상가가 즐비했다. 상업시설은 물론 업무공간 모두 입주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2층과 3층은 단 한 곳의 식당만 영업 중이었고, 4층과 5층은 아예 불이 꺼진 채 비어 있었다. 업무시설인 7층 이상도 경기신용보증재단 외엔 임차가 전무했다. 10개 층에 달하는 업무공간 대부분이 공실이다.

    고양시에 따르면, 현재 근린생활시설과 판매시설 계약률은 38%, 공공행정시설과 업무시설은 50%에 불과하다. 고양시 관계자는 “상가 임차를 논의 중인 브랜드는 있지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추가 확정된 곳은 없다”고 밝혔다.

    [땅집고] 창조혁신캠퍼스 성사의 업무시설 한 층이 텅 비어 있다./김혜주 기자

    “비전은 거대했으나 준비는 없었다”…뒤늦은 대처가 부른 참사

    ‘창조혁신캠퍼스 성사’는 단순한 복합건물이 아니었다.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계획했다. 낙후한 원당역 일대에 일자리와 문화공간을 끌어들이고, 환승주차장 부지를 복합 개발해 유동인구를 늘리겠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계획과 달랐다. 지역 주민 A씨는 “일반 기업체라면 임대료를 낮춰서라도 빈 곳을 채웠을 것”이라며 “일자리나 상가가 들어와야 활력이 돌텐데 전혀 그런 흐름이 없다”고 말했다.

    ☞당신의 아파트 MBTI, 땅집고 AI부동산에서 확인하기

    사업 시행자인 리츠에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고양시, 고양도시공사가 각각 51%, 48.9%, 0.1%의 지분으로 참여했지만, 가장 많은 부담은 고양시에 돌아가게 됐다. 고양시는 이 건물의 임차인 역할을 맡아 10년간 보증금·임대료·관리비 등을 리츠에 지급해야 하는 구조다. 준공 이후 지난해 공실에 대한 1년 치 보증금, 1분기까지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포함해 세운 예산만 70억 원이 넘는다. 그 후 14억 원을 더 내야 해 추경까지 편성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10년 뒤 고양시가 임대료를 내고 쓰던 공공시설뿐 아니라 미분양 상가와 업무시설까지 모두 매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향후 수백억 원의 세금 투입이 추가로 불가피하다.

    현장에서는 입을 모아 ‘정보 단절’과 ‘홍보 부족’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성사동 P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임차 문의가 와도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공유된 정보가 없어 손님을 돌려보내기 일쑤였다”며 “광고도 제대로 안 했다. 준공 1년 전부터 채웠어야 했는데 고양시에서는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땅집고] '창조혁신캠퍼스 성사' 상업시설 임대료.

    현재 1층 기준 평당 임대료는 20만원 내외 수준.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에비슨영이 임대를 대행하고 있다. 에비슨영은 고양시와 2024년 상반기 계약을 체결해 준공 5개월 전인 2024년 6월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수료는 건당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 100개월치)의 2.5%를 받는다.

    고양시는 사업계획 변경을 추진하며 정작 기업과 임차인 유치에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렸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국토부에 창조혁신캠퍼스 성사 내에 포함된 청년·신혼부부 공공주택을 업무시설로 바꾸고자 용도 변경을 신청했다. 심지어 공공주택 물량 매각, 전체 사업 취소까지 검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정부담 경감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국토부는 사업 취지에 어긋난다며 계획 변경을 최종 불허했다.

    랜드마크에서 애물단지로…다른 도시는 삽도 못 떴다

    창조혁신캠퍼스 성사에 마련된 공동주택 218가구는 역세권 장점에 힘입어 모두 분양·임대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계획대로 성공한 건 이 뿐, 상업·업무시설의 공실은 이 건물을 '혈세 먹는 하마'로 만들었다.

    ☞[50% 할인] 입찰가부터 수익률 계산까지…경매초보에 딱맞는AI 퀀트 오픈!

    고양시는 올해 하반기 ‘경기 AI캠퍼스’ 유치 및 프로그램 운영이라는 계획을 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구도심 역세권 활성화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타 지역의 유사 사업들도 사정은 더 어렵다. 2019년 함께 국가시범지구로 지정된 서울 용산, 충남 천안, 경북 구미의 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천안은 착공 2년 만인 올해 들어서야 본격 공사를 시작했고, 구미는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도시재생은 더는 ‘건물을 짓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누가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로드맵이 수반되어야 한다. 창조혁신캠퍼스 성사의 실패는 계획 없는 개발이 도시와 시민들에게 어떤 부담을 안기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0629aa@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