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7.05 06:00
[땅집고] “대출 규제 발표 되자마자 반차 내고 계약하러 온다고 난리였어요. 영끌 계획 있던 매수자들은 억대 계약금 포기하고 그냥 돌아갔죠.” (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고강도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심상치 않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고가 아파트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고강도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심상치 않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고가 아파트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출 규제 발표일인 6월 27일부터 7월 2일까지 닷새간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해제 건수는 164건으로 집계됐다. 영등포구가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동구(14건), 서대문구(11건), 노원·동작·마포·양천(각 10건) 순이었다. 자치구별로 골고루 해제 사례가 확산된 가운데, 강남권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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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규제는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규제지역 내 주택 대출 한도 6억원 일괄 제한 ▲정책금융 포함 가계대출 총량 축소 등을 골자로 한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수요자들까지 위축되며 “내 집 마련의 문이 닫혔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대단지 아파트인 파크리오에서는 이달 체결된 매매계약 10건 중 3건이 취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계약일은 6월 11일, 25일, 26일로, 정부 발표 직전까지 체결된 계약이 잇따라 해제된 셈이다. 인근 리센츠, 엘스, 트리지움 등 잠실 대표 단지에서도 계약 해제 사례가 확인됐다.
계약 해제는 공식적으로 확정일 30일 이내에 관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취소된 거래는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급등을 주도했던 압구정도 예외는 아니다. 대출 규제 시행 직후, 네이버부동산에는 현대1·2차 아파트 13동 전용 196㎡의 호가가 140억원에서 105억원으로 4일 만에 35억원 하락했다는 정보가 등록됐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대출 규제 직격탄”이라는 해석이 나왔으나, 현장 취재 결과 해당 매물은 허위로 확인됐다. 인근 중개사들은 “매수 문의가 급감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실거래가가 그렇게 떨어진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J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도자, 매수자 모두 갑작스런 규제에 날벼락 맞은 분위기였다. 압구정은 규제 발표 직후 서둘러 토지거래허가를 받기 위해 강남구청에 줄을 설 정도였다”며 당일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강남권 고가 거래 특성상 10억~30억원 규모의 대출이 기본인데, 갑작스레 6억원으로 제한되자 문의도 10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주택을 매수할 경우, 일반적으로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우선 매매약정서를 체결한 뒤 관할 지자체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고, 해당 허가가 나온 후에야 정식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달 27일 이전에 양측이 거래에 합의하고 가계약금 일부를 주고받았더라도,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면 ‘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대출 규제 적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경우 새 규제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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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활용 금액이 6억원까지만 가능하면서 고가의 지역, 대형 평형일수록 자금을 소명해야 하는 규모는 커지게 됐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용 82㎡ 호가로 비교했을 때, 70억원 거래 시 종전에는 풀 대출을 활용하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50%를 적용해 대출 활용을 제외한 약 35억원에 대한 자금 출처만 소명하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6억원을 제외한 64억원 가량의 자금이 어디서 났는지를 밝혀야 한다.
압구정의 급매는 2억원가량, 잠실·개포 등지에서는 호가 기준으로 3억원 이상 하락한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호가 하락은 포착됐으나, 실거래가가 본격적으로 무너졌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는 가격 하락 이상의 심리적 위축을 가져온다”며 “상급지 시장에서조차 거래가 멈춘 현 상황은 하반기 서울 부동산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0629a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