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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 럭셔리 아파트도 절반값에 공매…부실PF 빠르게 늘어

입력 : 2025.07.05 06:00

[땅집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3호선·신분당선 양재역 5번출구에서 1분만 걸으면, 몇 년 전 하이엔드 아파트라고 홍보된 ‘강남 월드메르디앙 프레스티지’ 아파트가 나온다. 지하 1층~지상 11층 1개동 규모로 전용 15~18평 총 29가구가 지난 2021년 분양했다.

시행사는 분양 당시 ‘29세대 소형 럭셔리 아파트’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규제지역인 강남임에도 전매제한이 없고 실거주 의무가 없어 곧장 임대를 놓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지 주변은 서초구청, 서울행정법원, 양재파출소 등의 관공서와 예술의전당,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초보건소, 대형마트, 금융시설, 남부터미널 등의 편의시설, 말죽거리공원, 양재천 등의 녹지가 있어 인프라가 우수하다. 또 양재역 일대는 양재·우면동 R&D 혁신지구 내 AI지원센터가 들어서고 롯데칠성부지 재정비사업, 그린벨트 해제, 서초구청 재건축 사업 등 초대형 개발 호재가 몰려 있다. 강남 업무지구 테헤란로도 가까운 거리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양재역 일대에 지은 '강남 월드메르디앙 프레스티지' 완공 후 예상모습.

하지만 이 아파트는 2022년 12월 준공후 현재까지 가구 절반이 텅 빈 상태다. 시행사가 미분양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자 상환을 못하는 등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주택 절반이 공매에 넘어갔다. 경공매 정보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지난해 공매로 나온 이 아파트의 한 가구는 감정평가액 11억원이었지만, 8차례 유찰돼 최저 입찰가가 6억9900만원까지 낮아졌다. 강남 한복판에 지은 럭셔리 단지임에도 절반이 주인을 찾지 못한 셈이다.

■ 부동산PF 대출 연체율 사상 처음 4%대…제2금융권 ‘흔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이 장기화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사상 처음으로 4%대로 치솟고, 제 2금융권이 취급하는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연체율은 30%에 육박하고 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양재역 일대에 지은 '강남 월드메르디앙 프레스티지' 완공 모습. /네이버지도

최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PF 위험 노출액은 19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1조5000억원 감소했다. 감소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0조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커진 규모다. 유의·부실우려 금액은 21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PF위험 노출액의 11.5% 수준이다. 같은 기간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4.49%로, 전 분기 대비 1.07%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PF대출 연체율을 정기적으로 공개한 이래 해당 지표가 4%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PF경공매 매각추진 사업장 리스트에는 지방뿐만이 아닌 서울 핵심지 강남에 위치한 부실 사업장도 많은 편이다.

강남구 논현동 114번지에 하이엔드 주거시설로 분양가만 자그마치 200억원에 달했던 ‘포도 바이 펜디 까사’ 부지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가 인테리어를 맡아 화제가 된 주거시설이다. 이 사업 시행자는 SK에코플랜트 등이 70억원을 투자해 만든 논현PFV로, 브리지론 대출 1800억원을 일으켰지만, 이자 등을 갚지 못해 지난해 기한이익상실(EOD) 처리됐다.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선 고급 도시형생활주택 ‘오데뜨오드 도곡’은 고분양가와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수요 부족으로 미분양에 직면하며 공매로 넘어갔다. 9번이나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대폭 낮아지자 시공사사 가격을 더 내리지 말아달라고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현재는 수의계약 절차를 앞두고 공매가 중단됐다.

■ 부실PF 늘어나는 속도 빨라…강남도 안심 못해

업계에서는 서울의 일부 주택을 제외하면 여전히 건설 경기가 침체이고, 부실 PF 소진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처리하는 부실 PF사업지 규모가 상당하지만, 새로운 부실 사업지가 빠르게 발생해 위험노출액이 커진다는 의미다.

업계의 관계자는 “부실 사업장에는 대기업과 중견 건설사는 물론 수십여 개의 하도급 업체, 금융기관까지 촘촘하게 얽혀 있다”며 “경·공매 매물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쌓이게 되면 단순히 부동산 공급 차질을 넘어, 시공사·협력업체 연쇄 도산은 물론, 금융권의 대출 부실 확대, 연체율 상승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크고 특히 PF 대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은행,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신용 경색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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