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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KB신탁, 여의도 공작 재건축 소유주 무시 소형평형 늘려

입력 : 2025.07.03 06:00

KB부동산신탁, ‘여의도 공작’ 설계 변경
주민 뜻 무시해도 제동 장치 없어

[땅집고]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단지정보 알아보기) 재건축 시행을 맡고 있는 KB부동산신탁이 소유주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설계안을 멋대로 변경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소유주를 대표하는 정비사업운영위원회가 전혀 제동을 걸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책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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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소유주 동의 없이 설계를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토지등소유자들에게 16층 이상 고층 배정 보장 조항이 사라졌고, 선호도가 낮은 중소형 주택형 비중이 늘었다. 소유주들로부터 동의를 구하는 과정은 없었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땅집고DB

■ “KB신탁, 소유주에 불리한 소형 늘려…수수료 수입 노렸나?”

1976년 준공한 여의도 공작은 최고 12층, 4개동 373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다. 여의도 공작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3개동 570가구로 변신한다. 신탁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2022년 12월 KB부동산신탁과 사업시행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2023년 12월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KB부동산신탁은 2024년 11월 영등포구에 도시계획 통합심의안을 제출했고 조만간 서울시 통합심의 상정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주민들이 이 심의안이 소유주 전체회의에서 승인한 설계안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대우건설이 최초 제시한 설계안에서는 ▲60㎡(이하 전용면적) 이하가 63가구 ▲60㎡ 초과 85㎡ 이하 316가구 ▲85㎡ 초과가 191가구였다. 그러나 1차 설계 변경안에는 ▲60㎡ 이하 141가구 ▲60㎡ 초과 85㎡ 이하 352가구 ▲85㎡ 초과 124가구로 바뀌어 있었다. 총 가구수도 570가구에서 617가구로 47가구 늘었다.

[땅집고] KB부동산신탁 로고./KB부동산신탁

이 같은 변경안에 대해 일부 소유주가 항의하자, KB부동산신탁 측은 60㎡ 이하를 124가구로 줄이는 2차 변경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토지등소유자를 고층부에 우선 배정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늘어난 60㎡ 이하 중소형 주택을 저층과 고층에 골고루 배치하도록 한 것. KB부동산신탁 측은 서울시 통합심의 과정에서 ‘소셜믹스’ 방침에 따르기 위해 8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형을 분산 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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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5월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격인 ‘공작아파트 정상화 추진위원회’(이하 공정추) 관계자는 “공작아파트 재건축은 일반분양분을 줄이더라도 고급화 단지로 변신을 원하는 주민 의견이 많았는데, 최근 설명회에서 본 바뀐 설계 조감도는 일반 아파트 수준이었다”며 “일반분양 수익의 3.5% 정도를 수수료로 떼어가는 신탁사가 수익을 위해 주민동의도 없이 설계를 바꾸었고, 운영위원회은 주민 의견을 대변하지 않고 여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2023년 12월 전체 회의에서 통합심의 도서 작성 등에 대한 업무 일체를 위임 받아 정비사업운영위원회와 논의한 것이고, 수수료를 보고 설계를 변경한 것이 아니다”며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설계안은 대우건설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제안한 대안설계로, 인허가를 위한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최근 여의도 공작의 갈등 상황을 인지한 영등포구 측은 지난 6월 26일 공정추와 간담회에서 “신탁사와 운영위가 뜻을 같이 하기 때문에 사업 진행이 원활한 줄 알았다”고 밝혔고, 서울시에 통합심의안 상정을 보류했다.

■ ‘절대 권력’ 쥔 신탁사에 정사위는 사실상 유명무실

공정추는 현 정비사업운영위원회가 소유주 의견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보고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 소집 요구서에 전체 소유주 358명 중 102명의 서명을 받아 KB부동산신탁에 제출했고, 중복세대, 신분증 사본 누락 등을 제외한 89명의 서명이 인정됐다. KB부동산신탁은 이달 중 전체회의를 열 계획이고, 운영위원장 해임 안건도 상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땅집고] 대우건설이 '공작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에 제안한 '써밋 더 블랙 에디션' 완공 후 예상 모습./대우건설

하지만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일반 소유주 뜻만으로는 정비사업운영위원회 위원장 등에 대한 해임이 불가능하다. 여의도 공작의 경우 정비사업 운영 규정에 따라 운영위원장 해임은 운영위 의결을 거쳐 소유주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도록 했다. 또는 신탁사가 사업 진행에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경우 해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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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업계에서는 이번 여의도 공작 사태로 인해 신탁 방식 재건축에서 신탁사가 너무 큰 권한을 갖고 있다는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탁 방식은 조합 방식 대안으로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신속성과 투명성을 보장해 주민 갈등을 예방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소유주에게 불리하게 사업을 진행해도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는 헛점이 드러났다. 소유주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정비사업위원회(혹은 운영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지만 조합과 달리 법정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은 없다. 만약 신탁사와 정비사업위원회가 결탁해도 일반 소유주들이 막을 방법이 없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토지등소유자들은 정비사업위원회 해임을 위한 전체회의 소집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위원회 정관에 관련 규정을 따로 명시해야 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도정법은 조합 방식 재건축을 기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신탁 방식은 법령상 빈 구멍이 너무도 많다”며 “주민 갈등을 막을 묘안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정작 신탁사에 대한 견제 수단이 없어 소유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 나올 수밖에 없는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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