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7.02 06:00
[땅집고] 서울 서초구 소재 하이엔드 오피스텔인 ‘서초 르니드’가 무더기로 공매에 등장했다. 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이 지나는 양재역 초역세권 입지면서 대형 건설사인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점을 내세워 홍보했지만, 방 3개짜리 전용 73㎡ 분양가가 최고 24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비쌌던 탓에 약 4년 동안 미분양을 겪다 결국 공매 처분 절차를 밟게된 것이다.

■안정환도 분양받았다더니…3분의 2가 안 팔렸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이달 최고 20층 높이인 ‘서초 르니드’ 오피스텔 총 156실 중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는 100실과 단지 내 근린생활시설 16실이 개별 매각 방식으로 공매 등록됐다. 시행은 에스엔에이치씨(SNHC), 시공은 롯데건설이 맡았다.

‘서초 르니드’는 2021년 처음으로 분양을 시작했지만 올해 1월 준공 이후 지금까지 4년여 동안 분양률이 30% 수준에 그칠 정도로 미분양이 심각했다. 이에 유명 축구선수 안정환도 이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고 홍보하고, 중도금 무이자 지원 등 혜택까지 주겠다며 계약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선뜻 분양받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장기 미분양 끝에 올해 4월 시행사가 대출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해, 시행사에 자금을 빌려준 대주단이 오피스텔을 공매에 넘겨 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던 시기 강남권 하이엔드 오피스텔로 계획한 만큼 분양가가 비쌌던 것이 장기 미분양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분양가가 3.3㎡(1평)당 1억원을 돌파해 분양 당시 오피스텔 중에서는 최고가 수준이었던 것.
주택형별로 보면 면적이 가장 작은 분리형 원룸인 전용 42㎡가 14억6600만~15억9300만원으로 시작해, ▲50㎡ 17억5200만~19억5700만원 ▲64㎡ 22억3600만~24억1900만원 ▲73㎡ 26억1900만~28억4900만원 ▲130㎡ 펜트하우스 65억~73억원 등이었다.
■롯데건설 공사비 회수 난감…처분 안되면 재무부담 우려
‘서초르니드’ 대거 미분양은 롯데건설 재무에도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롯데건설이 이 오피스텔 공사를 책임준공 형태로 수주했기 때문이다. 책임준공이란 정해진 기간 안에 건설사가 책임지고 건축물 준공을 마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준공해내지 못할 경우 PF 대주단의 대출금을 시공사가 모두 책임지고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에스엔에이치씨와 ‘서초르니드’ 공사를 기본도급액 683억7900만원 규모에 계약했다. 다행히 올해 1월 이 단지가 준공을 마치고 입주를 시작해 책임준공 리스크는 사라졌지만, 미분양으로 오피스텔이 무더기로 공매에 넘어간 탓에 롯데건설이 약속받은 공사비를 회수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롯데건설은 매출 1조7934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3.9%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90% 가까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서초 르니드’가 공매로 처분돼야 롯데건설이 공사비 회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회수 공사비는 300억원대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 르니드’ 오피스텔과 상가는 이달 23일 진행한 1회차와 26일 2회차 공매에서 전부 유찰됐다. 공매 초반 입찰가격이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라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총 8회차에 걸쳐 공매를 진행할 예정인데, 24억8000만원에 최초 등록된 19층 오피스텔이 8회차에선 15억6000만원까지 떨어지면서 가격이 60% 수준으로 낮아진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공사대금 중 기성불로 받은 금액을 제외하면 절반 정도가 미수금”이라면서 “공매에서 유찰돼 할인된 가격에 팔리더라도 공사비를 회수하기에는 충분하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달 국내 3대 신용평가사마다 롯데건설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17일 롯데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췄고,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신용등급도 'A2+'에서 'A2'로 각각 한 단계씩 낮췄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역시 이 같은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동참했다. 신용등급을 낮춘 이유로는 롯데건설의 영업수익성 저하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부담 등 악재로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을 들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