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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에게만 허락한 로또청약, 흙수저는 평생 무주택"...누굴 위한 대출 계엄령인가

입력 : 2025.06.30 15:45 | 수정 : 2025.07.18 14:21

“대출과 전세 막아 흙수저는 평생 무주택자로”
“로또청약 기회는 현금부자 금수저에게만 허락”
“친일 반역자에게 했던 소급 입법을 실수요자에게”

[땅집고] 정부가 예고 없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미 분양을 받은 청약 당첨자들과 갭투자자들 사이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과 관계없이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사실상 소급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규제가 맞벌이 부부, 청년층 등 흙수저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잔금을 낼 계획이던 수분양자들은 대출이 막히면서 계약 포기 위기에 몰렸다.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제도를 강조해 온 정부가 오히려 제도를 신뢰한 당사자들에게 손실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땅집고] 29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계업소에 잠실아파트단지 매물정보가 붙어있다. /뉴스1

◆소급입법은 명백한 위헌

전문가 사이에서도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확산하고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30일 자신의 블로그 ‘빠숑의 세상답사기’를 통해 “소급입법은 헌법이 명확히 금지하는 행위”라며 “과거 사실관계에 새로운 규제를 적용해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소장은 “이번 조치가 형벌은 아니지만, 사전에 정립된 경제행위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동일한 위험성을 가진다”며 “이런 방식의 규제는 정부가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적용 기준을 ‘입주자 모집공고 시기 이전’까지 소급했다. 사전청약이나 분양계약을 체결한 수분양자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민족 반역자에게 했던 소급입법을 실수요자에게

김 소장은 “친일재산 환수의 경우 민족 반역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소급입법이 허용됐던 것”이라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분양받은 실수요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규제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청약은 현금 부자에게만 허락됐고, 대출에 의존해 자산을 형성해가던 청년·신혼부부는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2020년 6·17 부동산 대책 당시와 유사한 양상을 띤다. 당시에도 정부는 신규 규제지역 지정 이후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곧바로 적용해 실수요자들이 입주를 포기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분양계약 체결 후 정부 정책에 따라 자금 계획을 세운 수분양자들이 갑작스럽게 대출을 막으면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정부는 ‘일관된 원칙’이라며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나, 제도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던 시민들에겐 일방적 정책 변경에 불과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가장 큰 타격은 맞벌이와 청년층

정부는 청약제도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부모의 지원 없이 대출과 전세보증금에 의존해 내 집 마련을 꿈꿔온 30~40대 맞벌이 부부와 청년층이다. 실제 일부 고가 아파트의 경우, 당첨 시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돼 ‘로또 청약’으로 불린다. 그러나 대출이 막히면서 이들 청약 기회는 오로지 현금 부자에게만 허용됐다는 지적이다.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은 애초에 ‘당첨돼도 못 들어가는’ 구조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이러한 기본 원칙을 훼손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소장은 “이번 사태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선량한 실수요자에게 전가한 결과”라며 “정부가 과거 제도의 정당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정책을 믿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겠나”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일부 예외 기준을 마련했지만, 적용 대상이 협소해 사실상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대다수 계약자는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이나 계약 체결 시점에 관계없이 일괄 규제를 받는다.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존 계약자에 대한 유예기간 설정, 단계적 규제 전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책 시행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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