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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역설', 코스피 5000 시대 열리면 주담대 대출규제 무력화

  • 글=유상근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추진단장

입력 : 2025.07.01 06:00

[기고] 대출 상한 6억원 시대, 증시 유동성이 만든 ‘현금 1순위’의 귀환-上
주식 급등하면 현금 구매자 끊임없이 양산
정부가 목표로 하는 코스피 5000시대 대출규제 무력화

[땅집고] 서울 부동산 시장은 요란한 규제와 거대한 유동성이 동시에 흐르는 ‘역설의 파도’ 위에 놓여 있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수도권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총액을 6억 원으로 묶고 만기를 30년으로 단축했다.

연봉 1억500만원의 탄탄한 소득자가 서울에서 집을 살 때도 6억원 이상은 빌릴 수 없다는 의미다. 일시적으로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도 조정될 수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전혀 다른 서사가 진행된다. 추락하는 거래량 곁에서 남몰래 고개를 드는 것은, 바로 여당이 제시한 ‘코스피 5000’이라는 거대한 상승 시나리오이다. 주식시장이 실제로 그 궤도에 올라서면 현금부자가 쏟아지면서 주택금융 규제는 생각보다 빠르게 무력화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한 대출규제와 코스피 5000이라는 정부의 목표는 사실상 상충된다.
[땅집고] 유상근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재건축 추진단(올재단) 단장

주식 가격이 급등하면 가장 먼저 두 가지가 바뀐다. 하나는 장부상 자산가치, 다른 하나는 현금화된 유동성이다. 증시 랠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고배당 정책을 유도하고, 스톡옵션·상장차익을 손에 쥔 기업인·투자자들은 대거 차익실현에 나선다. 주식계좌에서 은행계좌로, 다시 부동산 거래계약서로 이어지는 ‘3단 회로’가 형성된다. 신용대출 문이 닫혀도, 주식시장으로부터 유입된 새 현금은 기존 6억 한도의 벽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정부가 두터운 장벽을 쌓은 곳을, 시장은 돌파하지 않고 우회한다. 그 우회로를 안내하는 이정표가 바로 코스피 5000이다.

코스피 5000시대 꿈만은 아니다

코스피 5000을 목표로 한 여당의 경제 공약은 단순 희망 고문이 아니다. 낮은 PBR(0.8배)을 최소 1배 이상으로 되돌리는 밸류에이션 정상화, 외국인 자금을 불러들이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주주 권익 확대, 배당 세제 개편까지 모두 포함된 ‘종합 패키지’를 동력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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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선진국 편입을 확정하면 해외 패시브·액티브 펀드 자금이 30조 원 이상 동시에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보수적 시나리오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사적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확대, ISA·연금계좌 세제혜택 강화까지 겹치면 개인투자자 유동성도 단기간에 폭증한다. 모든 정책 톱니가 맞물린다면, 지수는 1~2년 내 60% 이상 상승해 4500~5000 구간에 안착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주식 부자가 느는 속도를 주택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5년간 서울에서 인·허가를 받은 공동주택 물량은 연평균 3만 6000가구 안팎인데, 그중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15~17 %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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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유동성 장세는 현금 구매자 끊임없이 양산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강남 3구 공급 절벽은 구조적이다. 반면 자산가 파이를 키우는 주식 유동성 장세는 새로운 ‘현금 구매자’를 끊임없이 양산한다. 통계청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순자산 15억 원 이상 가구 비중은 약 4.5 %, 인구 환산 250만명 안팎이다. 이들이 이미 ‘대출 없는 매수’를 실행할 수 있는 핵심 계층이다. 주가가 50 %만 솟구쳐도 이 비중이 6~8 %로 뛰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편 정부 규제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 아파트 74 %가 6억원 상한 탓에 대출금액이 줄었다. 매매 실거래가와 대출 가능한 금액을 단순 대입하면, 서울에서 실수요자가 집 한 채를 사려면 규제 이전보다 평균 현금 8억원 이상을 더 마련해야 한다. 대출 한도는 고정되었지만, 매수력은 주가 상승에 따라 ‘가변 변수’가 된다. 은행이 아닌 증시에서 대출 한도 이상의 차액이 공급돼 버리는 것이다.
/글=유상근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재건축 추진단장, 정리=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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