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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대출제한에 은행창구 대혼란"..실수요자 골탕 먹이는 '6.27 대출 계엄령'

입력 : 2025.06.30 14:05 | 수정 : 2025.07.18 14:32

[기고] 6.27 대책 후 쏟아진 실수요자들 절규…현장은 지금 혼란 그 자체

[땅집고] 지난 27일 발표된 강력한 대출 규제 조치 이후 부동산 시장 현장에서는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가계약을 체결한 구매자들은 본계약 전환을 위해서 토지허가구역내 구매자들은 약정서를 신청했던 기관으로 뛰어가야만 했다. 해외 체류 중이던 고객이 대출 자서를 위해 급히 귀국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계획했던 대출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땅집고]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부동산 MS를 거쳤다. 저서로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 '좋은 집 구하는 기술' 등이 있다.

◆대출 계엄이라는 말 생길 정도로 고강도

‘대출계엄’이란 단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이번 대책의 강도는 높다. 폭풍 같은 금요일이 지나고 지난 주말 동안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대출 상담사들에게는 문의가 폭주했다. ‘분양 받은 단지에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를 수 있나요?”, “오피스텔도 규제 대상인가요?”, “전세 퇴거 자금이 정말 1억원 한도인가요?” 등 입주권과 분양권, 전세 퇴거 자금의 세부 기준을 묻는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혼란의 근본 원인은 발표한 대책의 모호함에 있다. 이번 금융권 대출 규제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갭투자 등 추가 구매수요를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설계 된 것으로 분석된다. 생애최초 대출의 후순위 기능도 제한하면서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구매를 강력히 견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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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총재는 그동안 “경제 여건상 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율을 우려해 신중히 지켜보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번 대책은 향후 금리 인하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곳곳에 구멍 뚫려 실수요자에 피해주는 대출 규제

그러나 지난 17년간 수차례 부동산 대책을 시행해온 금융당국이 보다 치밀하게 기획하고 명확한 지침을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중도금 규정과 전매 관련 사항을 언급한 점에서 이전 8·2 대책이나 9·13 대책 대비 개선한 면이 보인다.

하지만 은행에 하달한 공문을 살펴보면, 규제 시행 전 분양을 받거나 전매 계약을 체결한 이들, 재개발·재건축 입주권 보유자, 전세를 끼고 추후 입주할 계획인 이들, 기존 주택 처분 계획이 없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애매모호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은행들도 아직 눈치보기 중이라 자체적인 해석을 유보하고 있어 혼선은 가중되고 있다.

현재 해답을 찾지 못해 답답해 하는 이들의 대다수는 투기꾼이 아닌 실수요자들이다. 이사를 동반하는 수요만을 실수요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스럽다. 주택 구매는 큰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장기적 계획하에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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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금 계획 틀어져 발 동동

분양을 받고 전세를 활용해 보유하는 이들 중 순수 투자 목적만 있는 경우가 최근 ‘똘똘한 한 채’ 정책과 다주택자 규제 추세에서 얼마나 될까? 현 부동산 시장의 실수요자들은 모두 신중한 고민 끝에 계약했을 것이고, 입주 잔금에 대한 계획도 세워 뒀을 것이다. 지금 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일 것이다.

만약 실거주 하지 않을 주택 구매를 문제 삼는다면, 이제 부동산 구매의 개념 자체를 ‘이사를 동반한 구매’로 바꿔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국민이 집을 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차차 전월세 시장은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것인가?

대책 발표 후 소급 적용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8·2 대책 때부터 겪은 일이지만, 소급 적용 대상은 소수이기에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보호받지 못한다. 시장이 단기간 과열된 것은 사실이며, 당국이 시장을 진정시킬 강력한 카드가 필요했다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대책 시행 전 구매하거나 계약한 이들에 대해서는 보다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각 은행에 공문으로 지도해주기를 요청한다. 정책의 실효성과 함께 국민의 재산권 보호라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진정한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길이다. 아무리 정책의 목적이 옳다고 해도 아무 잘못이 없이 피해를 보는 국민이 생겨서는 안된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성을 갖는다고 해도 수단과 방법은 반드시 가려서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이다.
/글=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정리=박기람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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