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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대출 계엄령에서 文정부를 망친 김현미 장관의 독선이 떠오르는 이유

입력 : 2025.06.30 10:35 | 수정 : 2025.06.30 11:32

[시험대에 선 이재명 주택정책, 전문기자의 직설 - 5편] 문재인 정부를 망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독선과 ‘6.27’ 대출 계엄령

[땅집고]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입니다. 투기세력이 돈을 위해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는 생겨선 안 됩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인 김현미 장관의 취임식은 거창했다. 김 장관은 2017년 6월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이례적으로 프레젠테이션 화면까지 띄워놓고 당시 서울 강남의 집값이 투기꾼 때문에 오른 것이라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부동산에 관한 경험이라고는 일산에 아파트 한채 가진 게 전부라는 평가를 받던 ‘주택정책 문외한 장관’ 이었지만, 김 장관은 너무나 자신만만했다. 자신이 부동산 경제에 통달한 현인이라도 된 듯 주택전문가, 관료, 기자들에게 “너희는 이런 걸 몰랐지”라고 훈계 하듯 취임사를 늘어놓았다.
김 장관의 취임식은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출정식었다. 전장 경험이 없는 문관 출신 낙하산 사령관이 한번도 빼 본적 없는 칼을 빼들고 적진 앞으로를 외치는 격이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7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최근 서울 집값 상승 원인이 투기 세력 때문이라는 내용으로 취임사를 대신하고 있다/조선DB



출정식은 창대했고 김현미 장관은 문재인 정부 최장수 장관(3년5개월)으로 한때 총리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실세장관으로 주택시장을 향해 규제라는 권력을 마음껏 휘둘렀다. 김 장관은 취임후 투기과열지구 제도를 부활시키는 8·2 부동산 대책 등 두달에 한번 꼴로 강력대책을 발표하면서 집값을 잡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러나 20여번의 정책이 나올때마다 집값은 더 올랐다. 투기꾼과 전쟁을 선포했던 김 장관은 집값이 계속 오르자 결국 투기꾼들의 논리라며 그렇게 폄하했던 공급부족론에 동조했다.
김 장관은 2020년 11월 국회 국토위에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5년 전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었고 공공택지도 상당히 많이 취소됐기 때문"이라며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했다. 유체이탈 화법으로 ‘빵트아네트’라는 별명이 붙었던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실패의 상징이 됐다.
도지사 출마설까지 나돌 정도로 미래가 기대되는 정치인이었지만, 집값만 올린 국토부 장관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일산 재출마도 포기하고 쓸쓸하게 정계를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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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장관의 실패는 취임식에서 드러난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예견된 일이었다. 김 장관이 정책을 펴기전에 외국은 주택정책을 어떻게 펴는지, 외국에서는 집값이 왜 오른다고 보는지를 전문가들에게 한번이라도 물어볼 수 있는 성의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김 장관는 4가지 측면에서 결정적 오류를 범했다.

첫째, 집값을 시장 경제가 아닌 투기꾼 장난에 의해 결정된다는 좌파 사이비 이념에 푹 빠져 정부가 주택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황당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어떤 정부도 집값을 정부가 좌우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한국만 유독 투기꾼이 많아 집값이 오른다”는 맹신은 외국 신문 한번 읽어본 적 없는 우물안 개구리 학자나 정치인들이 갖는 무지일뿐이다.

2000년대 세계적 저금리 현상을 타고 투기적 가수요로 집값이 폭발한 것은 전세계 공통의 현상이었다. 2020년 집값 대폭등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불황을 막기 위한 미국의 저금리 정책과 과잉유동성으로 전세계 주요 도시의 집값이 폭등했다. 당시 ‘미스터리 버블’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필자도 수도 없이 그런 기사를 썼지만, 김현미 장관은 집값 폭등=투기꾼 조작론에 빠져 있었다. 풍차를 풍차가 아니라 거대한 괴물로 보고 돌진한 돈키호테와 다를바 없었다.

둘째, 국토부 장관이 과연 집값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토부가 가진 권한은 제한적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장기전략과 거래 규제, 신도시개발 등이다. 그런데 집값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금리와 대출, 유동성이다. 금리와 가계 대출 정책은 국토부가 아닌 금융위원회, 금감원,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이 다른 부서가 통제한다. 문제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와 대출을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 집값을 잡을 수 있어도 경제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시대 집값 폭등과 관련 해 일부 학자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집값 급등을 방치했다”는 주장도 편다.

셋째, 집값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점을 몰랐다. 집값이 오르면 주택 건설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전세 시장 안정에 기여한다. 내 집 마련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진짜 서민들에게 집값 상승은 장기적으로 보면 임대료 안정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 시절 집값은 폭등했지만, 전세 시장은 안정세를 보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집값은 안정됐다고 하지만 전세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세 시장이 불안했다. 정부가 임대시장 안정과 매매 시장 안정중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넷째, 주택정책의 대상이 상위 1%의 자산가들이 몰려사는 강남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한국의 관료, 정치인, 언론인들은 유독 강남 집값에 민감하다. 그런데 미국에서 부자들이 몰려사는 뉴욕 맨해튼이나 LA의 라스베이거스의 초 부유층 집값이 폭등을 한다고 정책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맨해튼에 가면 1000억원, 2000억원 짜리 집들도 흔하다.
대출 계엄령이라는 ‘6.27 조치’를 보면서 기자는 김현미 장관이 떠올랐다. 6.27 조치는 금융위원회가 용산과의 교감속에서 주택정책의 총괄부서인 국토부를 배제한채 독단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책을 주도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대책발표와 관련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빚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행태가 주택 시장의 과열과 침체 반복을 만들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가 주택 시장을 자극하지 않고 생산적 분야로 유입돼 경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자금을 생산적 분야로 유입시키겠다는 권 처장의 발언은 일견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권 사무처장이 아무리 많은 논리를 갖다댄다고 해도 DTI, LTV, DSR 등 다양한 규제 수단을 다 내팽겨치고 무슨 쿠데타 하듯이 6억원 초과 대출 금지를 선언한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주택시장을 당위론, 정의감, 선악의 문제로 보고 규제를 휘두르다 자신은 물론 문재인 정부를 망친 김현미 장관이 겹쳐 보이는 이유이다.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김현미 장관처럼 권 사무처장도 피해갈 수 없다.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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