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30 06:00
[건설사기상도] 호반건설, 벌떼입찰로 공공택지 따먹던 시절 종료…돌연 도시정비사업에 집중
[땅집고] 최근 호반건설이 전국 곳곳 소규모 정비사업지 수주전에서 깃발을 꽂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호반건설이 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등 정부가 조성하는 공공택지 땅을 이른바 ‘벌떼 입찰’ 방식으로 낙찰받아 아파트를 짓는 것이 대다수며 정비사업 수주 건수는 연 1~2회 정도에 그쳤는데, 올해 들어서는 유독 정비사업현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땅집고] 최근 호반건설이 전국 곳곳 소규모 정비사업지 수주전에서 깃발을 꽂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호반건설이 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등 정부가 조성하는 공공택지 땅을 이른바 ‘벌떼 입찰’ 방식으로 낙찰받아 아파트를 짓는 것이 대다수며 정비사업 수주 건수는 연 1~2회 정도에 그쳤는데, 올해 들어서는 유독 정비사업현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호반건설, 더 이상의 벌떼 입찰은 부담…정부에 찍혀 과징금 608억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12위 건설사인 호반건설은 건설업계에서 벌떼입찰로 유명한 기업이다. 벌떼입찰이란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정부 공공택지에 무더기로 입찰한 뒤 낙찰받는 방식을 말한다.
호반건설은 이 방식으로 시세 대비 저렴한 금액으로 사들인 땅에 아파트를 짓고 분양해 수익을 올리면서 몸집을 키웠다. 2000년대에는 호남지역 위주로 진출하며 ‘리젠시빌’이라는 브랜드를 적용했고, 이후 수도권에 진출하면서는 새 브랜드인 ‘베르디움’과 ‘호반써밋’을 각각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벌떼 입찰이 국가로부터 제지당하면서 호반건설을 지탱하던 핵심 주택 사업 방식이 가로막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2015년 호반건설이 여러 계열사를 이용해 낙찰받은 공공택지 23곳을 장남과 차남이 보유한 회사에 양도하면서 분양매출 총 5조8575억원, 분양수익 총 1조3587억원을 거두도록 도왔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방식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과징금 608억원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다만 이 중 60%인 365억원은 올해 3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취소 판결을 받았고, 나머지 243억원에 대해서도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대법원 상고한 상태다.
■소규모 정비사업지나 컨소시엄 형태로 노려…앞으로 브랜드 가치 높일듯
건설업계에선 호반건설이 현재 상황상 벌떼 입찰을 고수하는 대신 도시정비사업 현장에 뛰어들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당초 호반건설은 도시정비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최근 5년 동안 성적을 봐도 2021~2022년 수주 건수는 총 4건, 2023년은 0건을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국 곳곳에서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다만 그동안 이력이 쌓지 못했던 만큼 서울 강남권 등 핵심 지역이나 대단지 정비사업 대신, 소규모 도시정비사업장을 노리거나 다른 건설사와 컨소시엄 형태로 수주해내는 전략을 택했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이달 서울 광진구에서 총 908억원 규모인 자양1-4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해냈다고 밝혔다. 지하 3층~지상 23층, 4개동, 총 275가구 소규모 단지다. 지난달에는 한화 건설부문과 컨소시엄을 꾸리고 서울 양천구 신월7동 2구역 공공재개발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지상 5층~지상 14층, 19개동, 총 2245가구짜리 대단지로 총 공사비가 6600억원 규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아직까지는 정비사업 부문에서 경쟁력이 없는 만큼 대형 건설사들이 노리지 않는 소규모 단지 위주로 공략하고, 다른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력을 쌓아 ‘호반써밋’ 등 주택 브랜드 가치를 어느 정도 높이면 중대형 재건축·재개발 사업에도 뛰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