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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통계'로 만든 사이비 주택 정책 "전세사기꾼이 집값 올린다고?"

입력 : 2025.06.26 09:58 | 수정 : 2025.06.26 14:49

다주택자 1천명이 4만가구 사들였다는데…1가구당 1.5억꼴에 불과
‘집값 상승 주범=다주택자’ 공식 엉터리
‘똘똘한 한 채’ 현상 방지할 규제완화 필요

[땅집고] 지난 문재인 정부 시기, 부동산 규제를 정당화한 ‘다주택자 투기 세력’ 논란이 시장을 더 왜곡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주택 구매 건수 상위 1000명이 매수한 주택은 모두 4만1721가구로, 매수금액은 6조1474억8000만원이었다. 주택을 가장 많이 구매한 매수자 1위는 지난 5년간 793가구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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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서울 서초구에 6월 입주를 앞둔 '메이플자이' 전경. /GS건설

민 의원은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결국 부동산 투기 세력에게 축제의 장을 열어주는 격”이라며 “치솟는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대책과 주택의 분배가 이뤄질 수 있는 주거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도 집값 상승의 원인이 다주택자에게 있어 이들에 대한 규제 강화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식의 다주택자 통계는 거의 매년 나오고, 언론에 대서 특필된다. 한국의 집값은 다주택자가 다 올려 놓았다는 패러다임에 맞춰 정책도 만들어진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다주택자 과세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여러 집을 처분하고 고가 1주택만 남기는 ‘똘똘한 한 채’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전문가, 정치인들은 여전히 쌍팔년도식의 다주택자 집값 상승론을 신봉하고 있다.

■ 집값 상승의 원인은 다주택 규제로 인한 ‘똘똘한 한 채’ 현상

업계에선 ‘집값 상승을 유발하는 다주택자’ 혹은 ‘공급 부족 주 원인인 다주택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잘못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 의원의 다주택자 통계를 면밀히 살펴보면 단순히 계산해도 수백채 집을 사들인 1000명 집주인의 사들인 집 한 채당 가격은 1억5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강남 등 고가주택 가격은 100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어, 이 같은 고가 주택 투자자와 이들이 동일한 부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

다주택자들 중에는 상당수가 빌라, 오피스텔, 지방 소형주택 중심으로 ‘무자본 갭투자’를 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는 보증금을 고의로 돌려주지 않는 ‘빌라 사기’ 세력으로 분류되며, 이들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 범죄 처벌 대상이다. 반면, 임대 사업자 등록을 통해 여러 채의 주택을 시장에 공급하며 합법적으로 전세 시장을 안정화하는 다주택자들도 다수 존재한다. 문제는 이 같은 점이 통계에 면밀하게 분석되지 않았다. 빌라 사기범도 일반 다주택자로 민 의원이 제시한 통계에 포함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여권 및 시민단체 등에서 비슷한 통계는 수없이 제기됐다. 2020년 한 민주당 의원은 “법인이나 1가구 2주택자가 신도시 5개를 만들 수 있는 걸 가지고 있다”며 “집을 사고팔면서 차익을 남기려는 사람들은 범죄자로 다스려야 된다"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2019년 통계청에서는 2주택 이상 소유한 사람이 228만400여명으로 전체 주택 소유자(1433만5000여명)의 15.9%를 차지했다면서 2017년보다 16만명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7년 이후 다주택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집값 상승도 계속되자, 문 정부는 2020년 단기 매입, 건설임대를 폐지하고 장기 민간임대 의무 기간을 8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등 임대 사업자에게 부여했던 혜택을 빼앗고 규제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등록임대제도는 아예 폐지하면서 임대인들의 반발의 부딪혔다.

그러나 최근의 집값 상승은 수백 채 집을 사들이는 다주택자 때문이 아니라 고가 아파트 중심의 ‘똘똘한 한 채’ 전략과 공급 부족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정부가 다주택자를 규제 대상으로 보고 법을 바꾸고 압박을 했지만 정작 규제의 초점이 모호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 다주택자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주택 수에 따른 규제 효과보다 금융이나 금리 변수 더 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진보 정부는 투기 세력이 시장을 왜곡해 집값 상승이 벌어졌다는 전제를 깔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며 “취득세를 높여 다주택자가 되기 어렵게 하고, 보유세를 높여 다주택 상황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했고, 양도세를 높여 시세차익을 얻지 못하게 한 결과가 ‘똘똘한 한 채 집착 현상’”이라고 했다. 이어 “민간 임대주택 임대 물량이 동반 감소하고 지방과 서울간 집값 양극화도 극대화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도하게 강화된 부동산 규제의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정부 역시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며 “주택 시장이 투자상품화 현상이 심해지면 유동성이나 금리 같은 금융 변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적절한 대출규제 카드를 고려하면서 주택 공급책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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