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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2구역 불참' 삼성물산, 선별수주 전략으로 급선회한 이유

입력 : 2025.06.25 06:00

상반기 5조 달성한 삼성, ‘영리한 포트폴리오’ 재편 나선다

[땅집고]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온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서울 강남구 ‘알짜’ 재건축 구역으로 꼽히는 압구정2구역 입찰을 돌연 포기하며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누적 수주액 5조원을 넘기며 목표액을 초과 달성한 삼성물산이 무리한 경쟁보다는 사업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영리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0일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에 공식 공문을 통해 입찰 불참을 통보했다. 삼성물산 측은 조합이 제시한 입찰 조건과 설계안·금융 조건 사이의 입장 차이로, 수주 경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초 압구정2구역을 전략사업장으로 삼고 설계 제안 등을 준비해 왔으나, 막판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연초부터 압구정 수주를 적극 검토했던 삼성물산이 최근 몇 차례 출혈 경쟁의 후유증을 반영해 보수적 결정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압구정2구역은 경쟁사인 현대건설이 수년간 조합원 표심을 공략해 온 곳이라 수주 가능성이 낮았다고 자체 판단했다는 시각이다. 앞서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수주 당시 과도한 금융조건 제시로 논란을 겪었고, 현대건설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마케팅 매몰비용을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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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2구역 입찰 포기로 인해 삼성물산이 출혈 경쟁을 피하는 식으로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오히려 삼성물산은 선별수주 기조를 강화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와 사업 안정성을 중시하는 삼성물산 특유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압구정2구역을 포기하는 동시에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지 시공사 입찰에 나섰다. 현대건설 대신 대우건설과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 삼성물산의 압구정2구역 입찰 불참 결정 직전부터 개포 일대에서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았다.

삼성물산이 목표 수주액을 조기 달성한 만큼, 무리하지 않고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 중심의 수주를 추구하는 방향 전환에 나섰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강남 개포주공 6‧7단지 등 복수 사업장에 참여 의향을 보였지만, 최종적으로 불참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올해 초부터 공격적인 수주 행보 속 보여왔던 선별 수주 기조를 더욱 더 강화한다고 보고 있다. 압구정 3·4구역, 개포, 여의도 대교 등 ‘승산 있는 구역’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삼성물산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총 5조213억원에 달한다. 연초 설정한 연간 수주 목표 5조원을 불과 4개월 만에 초과 달성하며 한때 업계 1위를 달렸다. 올 상반기 확보한 서울 대형 프로젝트만 최소 6곳이다. ▲한남4구역 재개발(1조5695억원) ▲송파 대림가락 재건축(4544억원) ▲강서 방화6구역 재건축(2416억원) ▲송파 한양3차 재건축(2595억원) ▲서초 신반포4차 재건축(1조310억원) ▲성북 장위8구역 재개발(1조1945억원) 등이다.

그러나 최근 현대건설ㆍ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이 경기 구리시 수택동 재개발을 따내며 삼성물산은 수주 순위 3위로 내려앉았다. 삼성물산은 전열을 재정비하며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수주가 아니라 더 확실한 수주’라는 기조를 분명히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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