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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 채 대신 거제·군산에 5채?…지방 아파트 올인한 투자의 결말

입력 : 2025.06.23 14:52 | 수정 : 2025.06.23 14:58

[땅집고] “집을 내놓은 지 3년이 지났는데 1팀 보고간 곳이 있을 정도로 처참했습니다. 똘똘한 한 채 규제가 지방 부동산을 얼마나 초토화시켰는지 몸으로 느낀 4년이었습니다. 결국 상급지 진입 타이밍을 다 놓쳤네요.”

[땅집고] 대우조선해양 조선소가 있는 경남 거제 아주동 일대 모습. /배민주 기자

최근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부동산 중개업소가 북새통을 이루는 것과 달리, 비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진 자본으로 가장 비싼 아파트를 매수하는 ‘똘똘한 한 채’에 역행하는 전략을 썼다가 손실이 상당하다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 올라온 ‘이런 불장에서 지방 부동산을 손해 보고 매도하면서 느끼는 회고’ 글이다. 요약하면 2021년부터 비수도권 5개 지역에서 분산 투자를 했다가, 매도할 때 마다 수입 전기차 1대 가격에 준하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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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 ‘디노골드’를 쓰는 작성자 A씨는 “2021년 당시 부동산 분위기는 지금과 비슷했다”며 “카페 게시판은 연일 신고가를 기록한다는 소식으로 가득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는 2021년 11월 27억원(14층)에 팔렸다. 이 가격은 2024년 7월까지 약 3년간 최고가 기록으로 남았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아파트 전용 84㎡ 최근 3년간 가격 변화. 2022년 하반기 19억원 초반까지 가격이 하락했으나, 2025년 6월 32억원(20층)에 팔리면서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호갱노노

대부분 시장 참여자가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사이, A씨는 남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분산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A씨는 “본업이 부동산보다 주식에 가까워서 그런지, 똘똘한 한 채 전략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며 “지금 돌이켜 보면 규제와 부동산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전략을 재수정했어야 하는데, 덜 오른 지방 투자로 눈을 돌렸다”고 덧붙였다.

A씨는 취득세 중과세율을 적용받지 않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주택을 줄줄이 매수했다고 한다. 부산과 경남 거제·마산, 경북 포항, 전북 군산 등에서 등기를 쳤다. 그는 취등록세 중과에 해당하지 않는 개발 예정지의 도로부지를 매수하는 등 재개발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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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삼성중공업 근로자가 주로 거주하는 거제 고현동 'e편한세상거제유로스카이' 아파트 매물 현황. 2023년 5월 당시 해당 아파트 분양권이 '마피(마이너스프리미엄)'가 붙어 분양권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왔던 모습. 2025년 6월에는 전용 84㎡가 4억900만원에 거래됐다. /배민주 기자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A씨는 지방 부동산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으나, 매도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미 지방에서는 아파트를 전세로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을 더 살 수 있는데 왜 사냐는 인식까지 있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집을 내놓은 지 3년이 지났는데 1팀만 보고간 곳이 있을 정도로 처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올 초부터 갈아타기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4년 전 지방투자 업보로 인해 타이밍을 놓쳤다”고 했다. 지방 아파트 매도가 미뤄지는 사이 그가 눈여겨보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의 경우 가격이 수억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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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이야기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수도권-비수도권은 물론, 서울 내에서도 강남-강북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벌어져서다. 강남3구에서 퍼져나간 부동산 상승 온기가 성동·마포를 지난 뒤 수도권 역세권 아파트까지 퍼지는 추세다.

[땅집고] 코로나19 이후 주요 국가,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상승률./한국은행

급기야 최근 서울과 전국 평균 집값 상승폭 격차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3년 12월부터 올해 5월 중 서울과 전국 평균 집값 상승 폭 격차가 69.4%포인트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주요국가 중국(49.8%포인트), 일본(28.1%포인트), 캐나다(24.5%포인트) 등 7개국 중 가장 컸다.

A씨는 부동산의 경우 특성으로 인해 상급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며, 매수자가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금은 계속 늘어나지만, 한정된 재화인 부동산은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세상 모든 자산이 일직선으로 오르는 경우가 없고, 조정이 반드시 있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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