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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부동산 휩쓴 중국인 투기 열풍 "풀대출로 0원에 집 싹쓸이" [르포]

입력 : 2025.06.20 06:00

[르포] 중국인 ‘무자본 부동산 쇼핑’…신분증 하나로 집 산다
외국인은 풀대출, 한국인은 규제
검인계약이 만든 대출 프리패스

[땅집고] “인천 부평구 3억 이하 신축 오피스텔 구해드립니다. 24평형 실입주금 0원, 전액 대출 가능합니다.”

최근 중국에서 SNS 틱톡(더우인)이나 대표 온라인 부동산 포털사이트인 '비주(Juwai)’에 이 같은 문구가 담긴 ‘한국 부동산 쇼핑’ 광고 영상과 게시물이 넘쳐난다. 한국인 가명을 쓴 중국인 중개사들이 인천 부평·부천의 신축 오피스텔이나 빌라 매물을 소개하면서 초기 자금 없이 ‘전액 풀(full)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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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틱톡(Tiktok)에 게재된 인천 부평구 오피스텔 매물 홍보 물건. 저리대출과 입주금 0원 조건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틱톡(Tiktok) 캡처.

18일 땅집고가 중국인들이 집중 매입하고 있는 인천 부평구·미추홀구를 직접 찾아 확인한 결과 이는 단순 과장광고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외국인, 특히 중국인을 겨냥한 ‘편법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한국인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고강도 대출 규제를 받는 것과 달리 중국인들의 무자본 부동산 매입이 가능했던 원인으로는 ‘검인계약’이 꼽힌다. 공인중개사 없이 매도인과 매수인이 직접 작성한 계약서로 주민센터에서 ‘검인’을 받는 방식이다. 부평역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몇 년 전부터 인천을 비롯해 경기 안산·시흥에서 외국인 매수자를 대상으로 검인계약을 통해 흔하게 거래가 이뤄진다”고 했다.

■“신분증 하나로 입주”…계약부터 입주까지 ‘올인원 패키지’도

검인계약은 등기와 같은 실질적 법적 공증은 아니지만, 행정상 거래일 등을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문제는 이 계약서가 대출 실행 기준 서류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세 확인이 어려운 빌라나 나홀로 아파트의 경우 감정가를 부풀리기 쉬운 만큼, 실제 매매가보다 높은 감정평가를 받아 ‘풀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등 교통 호재까지 겹치면 감정가 산정 기준이 높아져 대출 여건이 더욱 유리하다. 부평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가는 1억5000만원인데 감정가를 2억원으로 받아 검인계약서를 쓰고, 은행에서 이를 바탕으로 전액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이라며 “취득세 낼 돈만 있으면 신분증 하나로 계약·대출·입주까지 ‘올인원’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땅집고] 중국 부동산 포털 '비주(Juwai)'에 게재된 인천 부평구 소재 오피스텔 홍보 게시물. /비주(Juwai)캡처


실거래 신고가 된 아파트는 KB시세나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가 정해진다. 하지만 검인계약으로 거래할 경우 실거래가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감정가만 높게 받기만 하면 실제 매매가보다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 틈을 노려 브로커들은 외국인 등록증이나 단기비자만 갖추면 계약부터 대출까지 대행해주는 ‘패키지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편법 거래를 넘어 외환거래법, 세법 위반, 자금세탁 등 각종 불법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매입 쏠린 ‘부평’…3년간 1687건 거래

중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지역은 ‘인천 부평구’다. 1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인천에서 이뤄진 외국인 부동산 매수는 총 5926건. 이 중 중국인의 거래는 4522건(76%)에 달한다. 부평구에만 1687건(28%)이 몰렸다. 미추홀구와 서구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특히 신축 빌라, 나홀로 아파트를 선호한다. 방 3개 기준 전용 20평형대 매물의 경우 부평에선 2억 중후반대면 매입이 가능하다. 반면 기존 중국인 거주지가 밀집된 서울 구로·영등포 등에서는 같은 조건의 매물을 확보하려면 3억~4억원 선으로 이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전월세 대신 매수를 택하는 것도 특징이다. 통상 한국 집주인들이 중국인 세입자를 선호하지 않고,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직접 매입하는 게 더 낫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을 타면 중국인 밀집 지역인 구로, 가산디지털단지 등으로 이동이 편리하고, 기존 차이나 커뮤니티와의 연계성도 높다. 중국인 특유의 ‘모여살기’ 문화도 영향을 미친다. 부평역 인근 한 오피스텔의 경우, 한 단지를 중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여 공동 거주하고 있는 사례도 확인된다.

부평구 일대에는 안내문에 중국어가 병기된 단지들이 다수고, 지역 곳곳에는 중국어로 표기된 쓰레기투기 금지 안내문도 심심찮게 보인다. 부평구의 대표 음식거리였던 ‘해물탕거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계 교포들의 급격한 유입으로 마라탕·양꼬치 거리로 상권이 바뀌었다. 전성기 시절 15개 넘는 해물탕 식당이 운영됐지만, 현재는 2곳만 명맥을 잇고 있다. 외국인 주거 집중 현상이 상권 생태계와 지역 정체성까지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땅집고] 인천 부평구에 들어선 중국 식당. 과거 이곳은 '해물탕거리'로 운영됐지만, 현재는 마라탕, 양꼬치 식당이 즐비한 상권으로 변모했다. /김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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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 코앞까지 닥치자 뒤늦게 조치

전문가들은 검인계약이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 창구로 변질되며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래는 직거래를 보호하기 위한 행정 장치였지만, 지금은 실거래가 신고와 대출 심사 체계의 분리를 악용해 시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기관도 감정가 만으로 대출을 승인해 주택시장 교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입법이 뒤늦게 추진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 이태원동 부지를 직접 매입한 사실 등이 드러난 후 야당을 중심으로 외국인 토지 소유를 제한하려는 조치에 나섰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사전 허가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국민은 대출 규제와 허가제도에 따라 부동산 거래가 제한되는 반면, 외국인은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거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중국에서 부동산 매입을 하기엔 까다로운 규제가 많지만, 중국인은 한국에서 별다른 제약 없이 토지와 아파트를 취득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부동산 취득 규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검인계약 등 사각지대를 이용한 편법 거래가 고도화된 상황”이라며 “시장 왜곡이 본격화되기 전에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고 경고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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