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19 06:00
재개발에 사라지는 용산전자상가
상징적인 전자랜드 본점, 4년 연속 영업적자 기록 중
[땅집고] 나진상가, 선인상가, 원효상가, 전자랜드 등으로 구성돼 한때 ‘아시아 최대 IT 메카’로 불렸던 용산전자상가. 국내 최대 전자제품 유통 중심지였던 이 상권은 텅 빈 상가와 철거 공사로 과거의 영광을 잃고 폐허처럼 변해가고 있다.
상징적인 전자랜드 본점, 4년 연속 영업적자 기록 중
[땅집고] 나진상가, 선인상가, 원효상가, 전자랜드 등으로 구성돼 한때 ‘아시아 최대 IT 메카’로 불렸던 용산전자상가. 국내 최대 전자제품 유통 중심지였던 이 상권은 텅 빈 상가와 철거 공사로 과거의 영광을 잃고 폐허처럼 변해가고 있다.


나진상가에는 오피스, 오피스텔, 판매시설로 구성된 건물이 들어설 계획이다. 12, 13동은 27층 업무단지와 오피스텔로, 15, 17, 18동은 26층 신산업 업무시설로 개발될 예정이다. 대규모 재개발 이슈가 있지만 인근 전자상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컴퓨터 오프라인 구매 수요가 대폭 줄었고, 예전 큰 논란을 일으켰던 몇 상인들의 '갑질' 행태로 떠난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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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서울 역세권 집합상가 공실률에 따르면 용산역 일대는 37.53%에 달한다. 상가 3곳 중 1곳 이상은 비어있는 셈이다.
직접 방문해본 선인상가는 활기 넘치던 옛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상가를 오가는 사람 10명 중 10명이 다 직원이었다. 아예 주인이 자리를 비운 가게도 많았다. 용산에서 큰 면적을 차지하던 나진상가가 재개발을 진행하면서, 나진상가 상인들이 선인상가로 옮겨 오기도 했다. 하지만 곳곳에 공실이 눈에 띄고 상권이 침체된 분위기였다. 선인상가의 구분 상가 개수는 약 1300개. 소유자수만 7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티몬·위메프 사태로 타격을 받아 폐업한 매장도 있었다.
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컴퓨터 산업의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예전에는 PC방 창업 붐으로 1호점에서 8호점까지 열었던 시절이 있었다"며 대량 구매 수요도 높았다는 것. 그리고 사용 문턱도 확 낮아졌다. 용산전자상가에서 30년째 매장을 운영 중인 A씨는 "윈도우 설치도 이곳을 거쳐야했지만 지금은 혼자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신규 창업자 유입은 사실상 ‘제로’ 상태다.
1987년 7월 문을 연 용산전자상가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 매출 10조원을 웃돌아 호황인 상권이었다. 컴퓨터 부품, 주변기기, 게임소프트 등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성지로 여겨졌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고 주력 상품이던 PC 수요가 급감하면서 용산전자상가 상권은 몰락했다. 현재 용산 전자상가는 소매 기능은 거의 상실하고 온라인 전자제품의 창고로 변한 상황이다. 선인상가의 임대료는 전용 면적 30㎡ 이하가 20만~30만원 수준, 그 이상은 50만~70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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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가의 상징이었던 ‘전자랜드’ 역시 쇠락을 피하지 못했다. 1층 가전매장은 그나마 운영되지만, 2~3층으로 갈수록 공실은 늘어 났다. 전자랜드는 지난 4년간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며, 누적 손실은 528억 원에 달한다. 모기업은 건물을 오피스텔과 호텔로 리모델링해 새롭게 운영할 계획이다. 현장 취재에 따르면, 임대료는 3층 15평 구좌 기준 200만원 수준. 입지가 좋을수록 300만원 이상으로도 높아진다. 전자랜드의 임차 조건도 까다로워 상인들은 공실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전자랜드 상인 B씨는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 매출도 바닥이다"며 "재개발로 매장 문을 닫게 된다면 용산을 떠날 생각이다"고 말했다.
특정 상품에 특화된 상권은 붕괴가 시작되면 더 빠르게 무너지는 특징이 있다. 일부 악덕 판매업자들로 인해 신뢰를 잃었던 용산 전자상가, 이제는 소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권이 돼버렸다. 깊어진 침체 속에 과거 명성을 되찾을 기회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0629a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