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19 06:00
[땅집고] 노후한 단독주택이 밀집했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택재개발조합은 오는 7월 새로운 조합장과 이사진 등 집행부 선출을 앞두고 전자서명동의서로 후보를 추천하기로 결정했지만, 대의원회가 조합 정관에 관련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이에 조합원들은 불투명한 사업 추진으로 기존 조합장이 신뢰를 잃었다며 위조 가능성이 없는 전자적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따라 6월 4일부터 전자적 방법을 통한 재정비조합 총회 의결이 가능해졌다. 오는 12월부터는 추진위원회, 조합 등을 구성할 때 토지 등 소유자 혹은 조합원의 전자서명동의서를 통한 동의, 온라인 총회 개최 등의 내용도 시행한다. 도정법 제45조 제7항에 전자적 방법을 우선적으로 이용하도록 명시했다.
☞ 손품, 발품 다 팔아도 없던 내 맞춤 아파트 여기에 다 있네!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개발, 재건축 사업 추진에 있어서 전자투표, 전자 총회 등 전자적 방법 도입을 두고 일부 조합은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전자적 방법을 적극 도입하려는 젊은 조합원들과 기존 오프라인 방식을 선호하는 고령자들 사이 세대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따라 6월 4일부터 전자적 방법을 통한 재정비조합 총회 의결이 가능해졌다. 오는 12월부터는 추진위원회, 조합 등을 구성할 때 토지 등 소유자 혹은 조합원의 전자서명동의서를 통한 동의, 온라인 총회 개최 등의 내용도 시행한다. 도정법 제45조 제7항에 전자적 방법을 우선적으로 이용하도록 명시했다.
☞ 손품, 발품 다 팔아도 없던 내 맞춤 아파트 여기에 다 있네!


■ 전자서명 도입 두고 ‘신(新) vs 구(舊)’ 갈등
전자적 방법 도입에 대한 저항도 작지 않다. 서초구 A재개발조합 선거관리위원회는 차기 집행부 선출에 전자적 방식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합 대의원회는 조합선거관리규정에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A조합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조합임원 후보 추천에 대한 전자서명동의서 도입을 두고 조합 내부에서 신구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원 상당수는 전자적 방법 도입을 바라고 있지만, 고령층 조합원과 일부 조합 임원들이 기존의 종이추천서, 서면결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조합에 대한 신뢰도 하락 등이 전자적 방식 도입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진 배경이기도 하다. 노후주택 밀집지인 A지역은 여러 구역으로 쪼개져 재정비가 더뎠으나, 2007년경 S조합장이 통합주택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켜 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는 이주와 철거까지 완료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이사진과 갈등으로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선정 입찰에서 후순위로 밀린 한 업체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S조합장은 전자적 방법 도입을 반대하고 기존과 같이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한 조합원은 “용역업체 선정 문제,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 등은 신뢰를 잃은 현 조합장이 아닌 차기 조합장과 집행부가 맡아야 한다”며 “전자서명, 투표 등을 도입해서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 투명한 절차·비용 절감…고령자 IT 장벽은 우려
상당수 조합원들이 전자서명동의서 도입을 찬성하는 이유는 위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고 투명한 절차가 장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초기 기술적 결함으로 전자적 의결 방식의 법적 효력이 부인된 판례가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기술 개선 노력이 있었다.
전통적 방식으로 서명동의서 등을 받을 경우 실물 서류를 직접 준비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위조가 적발된 사례도 다수 있다. 총회를 연다면 장소 대관 등 부대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전자적 방식의 서명, 투표, 총회 등은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 위조 가능성이 차단되고,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서울시가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 총회,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정책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진행한 10개 조합에서 조합원 만족도가 98%에 달해 향후 법적 근거가 완비되면 확대 가능성도 충분하다.
전자투표, 온라인 총회 등 전자적 방식 도입을 준비 중인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정비사업에 전자적 방식을 도입하고자 하는 취지는 불필요한 비용을 써야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신속하고 합리적인 사업 추진을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절차적 투명성, 비용절감 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본인인증 등을 활용해야 하는 전자적 방식은 고령자들이 사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노후주택이 밀집한 재개발 사업지는 지역 특성상 고령의 조합원들이 많다. 전자적 방식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40~50대로 조합 물갈이가 이뤄져 자칫 60~70대 이상인 조합원들의 의견이 배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비업체 관계자는 “최근 소유주, 조합원들의 여론이 형성되는 오픈채팅방 등에서는 이미 전자총회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며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령자들을 위해서는 전자적 방식 이용 교육만 전담하는 홍보요원을 운영하는 등의 방안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