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18 06:00
[땅집고] “본적 주소 한 번 확인해봤는데… 인어공주도 아닌데, 왜 물속에 있다고 나올까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본인 가족관계증명서 서류상 본적 주소가 이상하다는 의견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글쓴이가 찍은 사진에 따르면 서류상 주소는 ‘충북 단양군 단성면 하방리 212번지’. 이 주소를 인터넷 지도에서 검색해보면 사람이 사는 육지가 아니라, 웬 물 속인 것으로 나온다. 부모·조부모 등 윗세대나 조상이 물속에 집을 짓고 거주했던 것도 아닐텐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본인 가족관계증명서 서류상 본적 주소가 이상하다는 의견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글쓴이가 찍은 사진에 따르면 서류상 주소는 ‘충북 단양군 단성면 하방리 212번지’. 이 주소를 인터넷 지도에서 검색해보면 사람이 사는 육지가 아니라, 웬 물 속인 것으로 나온다. 부모·조부모 등 윗세대나 조상이 물속에 집을 짓고 거주했던 것도 아닐텐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유는 과거 40여년 전 단양군 일부 지역이 국토이용종합개발계획에 따른 ‘충주댐 건설’ 프로젝트로 수몰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충주댐은 1985년 지어진 국내에서 가장 큰 콘크리트 중력식 댐이다. 총 27억5000만t의 저수 능력을 갖췄으며, 연간 33억8000만t 규모 용수를 인근 충북은 물론이고 강원·경기 등 수도권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충주댐이 전국에 물을 끌어다주는 고마운 역할을 하는 시설이지만, 이 댐 건설로 충주·제천·단양지역 6435만㎡는 물에 잠겨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지역별로 수몰 규모를 집계한 결과 ▲충주시 1개동(종민동), 3개 면(동량면·살미면·산척면), 14개리 ▲제천시 5개 면(금성면·청풍면·수산면·덕산면·한수면), 61개리 ▲단양군 5개 읍·면(단양읍·매포읍·대강면·가곡면·적성면), 26개리 등 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쓴이가 본적 주소라고 밝힌 곳은 수몰되기 전까지는 단양군 도심으로 꼽히는 지역이었다. 그만큼 도심에 모여 살던 7100여가구, 총 3만8000명이 고향을 강제로 떠나야 했다. 이후 기존 도심은 사라진 구도심으로 불리게 됐고, 현재의 남한강 서쪽 지역이 신단양으로 개발돼 주민들 이주터가 됐다.
현재 단양군 일대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아파트는 2023년 입주한 총 396가구 규모 ‘e편한세상 단양 리버비스타’다. 올해 7월 전용 84㎡(34평)가 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밖에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지어져 입주한지 20~30년 이상 된 노후 단지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단양군은 최근 수몰 위기를 한 번 더 겪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14년만에 전국 14곳에서 다목적댐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대상 사업지에 단양군이 포함된 것. 홍수와 가뭄피해를 막고 물 부족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이유였다. 자체 분석 결과 댐을 건설할 만한 지역으로는 단양 우화교 상류 600m 지점이 적합하며 2600만t 규모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단양군과 단양군의회는 지역에서 댐 건설에 참여하겠다고 정부에 신청한 적도 없는데 건설 후보지로 정해진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신단양이 자리잡기까지 40년이 걸렸는데, 지역에 대규모 댐이 건설될 경우 기반이 다시 한번 사라지는 셈인 데다 주민 30여가구가 강제 이주해야 하는 피해까지 우려돼 단양군 입장에선 큰 손해였던 것. 결국 환경부가 “주민이 반대하는 댐은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새로운 댐 건설이 보류된 상황이다.

단양 출신 주민들 중에선 아직 수몰된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충북 단양군이 올해로 신단양 조성 40주년을 맞아 ‘그리운 옛단양’을 주제로 영상편지 사연을 공모하기도 했다. 단양을 떠나던 순간의 기억과 그리움, 신단양에서의 삶, 단양의 미래를 향한 응원 메세지 등 주민들의 개인 사연을 받겠다는 것.
단양군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이번 영상 편지 공모는 군민이 직접 참여해 단양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