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15 16:36 | 수정 : 2025.06.16 09:17
[땅집고] 정권 교체 기대감에 대선 전부터 들썩였던 부동산 시장이 대선 이후 더욱 요동치는 모습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토허제) 등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연일 치솟고 있고, 수도권 일부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공급난과 금리 인하, 진보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 인접 지역 가격이 오른다는 점에서 노무현 정부 시기에 가격 거품이 낀 지역으로 언급된 ‘버블세븐’이 재현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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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권 아파트, 규제 가할수록 가격 치솟는다

토허제 이후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더욱 매섭게 상승하고 있다. 전세를 끼고 살 수 없고, 주택처리계획서 제출 등 여러 제약이 있지만 여전히 찾는 이가 많다.
가격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한강변 재건축 단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현대9,10,12차) 전용 183㎡(5층)은 101억원에 팔리면서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올해 3월 중순 90억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불과 3개월 만에 10억원 올랐다.
반포동에서도 신고가 소식이 나왔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46억7000만원(13층)에 팔렸다. 이외에도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 244㎡(50층)가 82억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강남 곳곳에서 수억원 상승한 거래가 속출했다.

■ 용인 ‘국민평형’도 14억원 시대
부동산 가격 상승 온기는 서울 인접 지역으로 퍼지는 추세다. 용인과 안양의 등에서는 초역세권이나 신축 등 탄탄한 인프라를 보유한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경기도 용인 수지구 성복동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 전용 84㎡는 이달 초 14억원(6층)에 팔리면서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신분당선 성복역과 이어진 초역세권 입지로, 2019년 준공한 34층, 총 13개 동, 2356가구다. 2주 전 만해도 12억원 후반에 거래됐으나, 실거래가가 점점 오르는 추세다.
안양 평촌신도시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안양 동안구 호계동 ‘평촌어바인퍼스트’ 전용 59㎡는 최근 8억3000만원(19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성남 분당신도시 아파트 가격도 조용히 오르고 있다. 성남 분당구 백현동 ’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98㎡는 최근 29억(17층)에 팔렸다.
이러한 움직임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의 6월 2주차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성남 분당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39%로, 경기도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과천(0.35%), 용인 수지(0.24%) 등이 뒤를 이었다. 광교신도시가 있는 수원 영통구(0.07%), 동탄신도시가 위치한 화성(0.00%) 등은 상승폭이 적어나, 보합이었다.
■ 버블 세븐·노블 세븐, 이번에도 버블?
연이은 신고가 소식은 금리 인하 기조와 공급 감소, 진보 정권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반대로 아파트 가격을 낮출 요인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재건축 시계가 빠르게 돌아간다면 공급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가 남아 있어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기 부동산 시장을 설명하는 단어인 버블 세븐과 노블 세븐 등 ‘버블’ 현상이 재현한다는 시각이 짙다. 앞서 노무현 정부는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송파구,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 분당구, 용인, 안양 평촌 등을 찍어 ‘가격 거품이 낀 지역’이라고 언급했다. 이른바 ‘버블 세븐’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 주장과 반대로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은 대폭 올랐다.
버블세븐의 ‘시즌2’격이었던 노블세븐은 강남 3구에 강동·용산·마포구, 경기 과천시에 해당하는데, 마찬가지로 집값 상승이라는 결말을 얻었다. 새 정부가 아직 부동산 정책 윤곽조차 내놓지 않았으나,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만연한 이유다. ☞ 손품, 발품 다 팔아도 없던 내 맞춤 아파트 여기에 다 있네!
용인 수지구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선 전부터 집을 보러 다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대선 이후 관망하던 사람들이 매수를 결심하면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인 ‘부동산 스터디’에도 시장 상황과 관련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돈이 없어도 아파트를 보러 다녀야 한다’ ‘서울 부동산은 하급지도 이미 불장이다’ ‘부동산 폭등 조짐이 보인다’ 등 매수를 권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다만, ‘너무 많이 올랐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등 우려 섞인 의견도 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