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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야 잘 나가는 SH아파트, '임대' 꼬리표에 자체 브랜드 외면

입력 : 2025.06.16 06:00

2012년 출시 ‘해밀리지’ 브랜드, 13년 간 적용 단지수는 ‘0곳’
SH공사 흔적 지운 ‘상암월드컵파크’·‘마곡 엠밸리’ 성공

[땅집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자체 아파트 브랜드를 개발하고도 그 이름을 붙인 단지가 한 곳도 없는 ‘웃픈’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의 정체를 꽁꽁 숨긴 명칭을 붙인 단지들은 지역 대장 아파트로 자리잡았다. SH공사 아파트에 대한 ‘임대주택’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땅집고] SH공사가 분양 단지와 소셜믹스 단지에 적용하기 위해 2012년 개발해 출시한 '해밀리지' 브랜드 로고./SH공사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SH공사는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해왔다. 1989년 도시개발공사로 설립돼 2004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이후 각 유형별 주택 브랜드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 브랜드인 ‘해밀리지’를 적용한 단지는 전무한 실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SH공사 아파트의 경우 임대 주택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다”며 “분양 아파트라고 해도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추후 가치 상승을 위해서 SH공사 브랜드를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임대아파트’ 꼬리표…브랜드 외면의 근본 원인

SH공사는 2012년 분양 단지와 소셜믹스 단지에 적용하고자 '해밀리지'를 출범했다. '비가 온 뒤 맑게 개인 하늘'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해밀'에 한자를 조합해 '맑고 깨끗한 하늘이 내린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개발에 3억5000만원이 투입했으나, 13년 넘게 해밀리지가 붙은 단지가 전혀 없을 정도로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SH공사의 자체 브랜드가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로는 ‘임대아파트’라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시공사가 건설한 단지들은 아파트 브랜드명 뒤에 지역이나 단지의 특성을 담은 별칭인 ‘펫네임’을 붙이는 방식으로 명칭을 결정한다. 시공사의 브랜드 파워를 전면에 내세운 결정이다. 중견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들도 SH공사의 브랜드를 적용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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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 시행 아파트 단지명을 결정하는 과정은 내부 공모·외부 전문가 작명, 사전예약 당첨자들이 있는 경우 의견을 수렴해 명칭을 추린다. 이후 상표 출원 등록 가능 여부를 사전 심사한 후 내·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건축물작명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입주 예정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지만, 해밀리지 적용을 바라는 단지들은 하나도 없었다. SH공사는 서초구 내곡지구에 해밀리지를 제안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서초포레스타’로 결정됐다.

자체 브랜드인 해밀리지의 존재감이 미미할 뿐 아니라, 이미 폐기됐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SH공사 측은 “브랜드가 폐기된 것은 아니고, 시공사 브랜드가 아예 다른 단지명을 적용하길 바라는 입주민들이 많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땅집고] 서울 강서구 마곡동 대장주로 꼽히는 마곡엠벨리 7단지./강태민 기자

■ ‘SH공사’ 이름 감추니 오히려 흥행?…모순된 성공 사례

SH공사 아파트 중에도 성공적인 성과를 낸 곳이 많은데, 공교롭게도 SH공사 흔적을 지운 단지들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 강서구 마곡동 ‘엠밸리’ 단지가 대표적이다. 이들 아파트는 모두 SH공사가 시행했지만, 단지명에 'SH'라는 글자를 사용하지 않고 지역 특성을 담은 이름을 채택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지어진 상암월드컵파크 12개 단지의 명칭은 인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들 단지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입주기업의 배후 주거지로서, 방송사, IT기업 종사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다.

조선일보 AI부동산(☞바로가기)에 따르면, 상암월드컵파크 4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6월 3일 1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그 외 단지들도 전용 84㎡ 최근 9억원대 중반에서 12억원대에 거래됐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차례로 준공한 엠밸리 15개 단지는 마곡을 영어로 변환해 만든 명찰을 붙였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주도해 개발한 마곡지구 내에 조성된 아파트인데,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해 대기업 R&D 시설이 입주해있다. 엠밸리는 직주근접이라는 장점을 등에 업고 서울 서남권의 주요 주거지로 떠올랐다.

9호선,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과 가까운 엠밸리 7단지 전용 84㎡는 지난 5월 8일 17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5호선 마곡역과 가까운 엠밸리 14단지 같은 주택형은 지난달 3일 15억1000만원에 팔렸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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