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14 06:00
논현PFV, 1800억 대출…SK에코플랜트 70억원 투자
강남 하이엔드 개발지 잇단 공매
[땅집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가 인테리어를 맡아 화제가 됐던 ‘포도 바이 펜디 까사’ 주택 사업이 좌초했다. 수천억원을 빌린 시행사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브릿지론 대출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공매 시장에 나왔다. 강남권 알짜 부지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공매 시장에서도 유찰을 거듭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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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휘감은 아파트라던 ‘펜디 까사’
‘포도 바이 펜디 까사’는 연예인 빌라로 유명한 구리 아치울마을의 ‘워커힐포도빌’ 등 하이엔드 주택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골든트리개발이 주도한 사업이다. 시행사 ‘논현PFV’는 골든트리개발과 SK에코플랜트, DS네트웍스가 함께 만든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다. SK에코플랜트는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해 7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논현PFV는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강남구 논현동 114번지 일대 부지 3252㎡(983평)와 9층짜리 건물을 1520억원에 사들였다. 3.3㎡(1평) 당 1억5000만원이다. 당초 한양건설, 신영 등 유명 개발회사가 매입한다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논현PFV가 매입했다. 이들은 해당 부지에 지하7층~지상20층, 공동주택 29가구와 오피스텔 6개 호실로 이뤄진 하이엔드 주거시설을 짓기로 했다. 2024년 9월 착공, 2028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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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글로벌 명품 펜디의 인테리어·가구 브랜드인 ‘펜디 까사’가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명품 주택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펜디 까사가 인테리어 전반에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펜디 까사는 미국 마이애미, 스페인 마벨라, 파나마 산타마리아, 체코 프라하 등지에서 레지던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내가 7번째다. 최고급 주거시설인만큼, 펜디 까사 본사가 고객 직업·자산을 확인하고 입주 여부를 결정하기로 해 ‘귀족 아파트’로 불렸다.

■ ‘안 사요’ 공매 시장 찬밥 된 명품아파트
그러나 시행사가 사업비 대출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면서 첫삽을 뜨기도 전에 공매 대상이 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로 인해 브릿지론을 4번 만기하는 사이에도 PF대출로 넘어가지 못했다.
공매 포털 사이트 ‘온비드’에 따르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이달 2일 해당 토지 및 건물에 대한 1차 입찰을 진행했다. 1차 최저입찰가는 감정평가금액 3099억원보다 600억원가량 높은 3712억원이었다.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2차 최저입찰가는 1차 최저입찰가보다 5% 낮은 3527억2300만원이다. 올해 가을 10차 입찰까지 갈 경우 최저입찰가가는 2340억원로, 감정평가금액보다 25%가량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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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PFV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2021년 금융권으로부터 8.3~10.3% 안팎의 금리를 적용해 총 1800억원 브릿지론 대출을 일으켰다. 9% 금리로 계산하면 매달 이자가13억5000만원이다. 연간 이자만 160억원에 달한다. 브릿지론 대출을 4번 만기 연장했지만, PF전환에 실패하고 분양대금 확보도 못했다. 결국 시행사가 지난해 7월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면서 해당 사업장은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빠졌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부지가 하이엔드 주거지로 적합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도산대로에 접한 압구정과 청담에서는 하이엔드 주택이 여전히 통할 수 있겠으나, 언주로를 낀 논현이나 역삼은 하이엔드 주택 선호 입지가 아니다”고 했다.

■ 계약률 높아도 자금 안 들어와…발 동동 구르는 PF시장
업계에서는 부동산 개발업계의 돈줄이 말라버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내내 혼란한 정국에 중견건설사 릴레이 법정관리가 이어지면서 금융권이 PF 대출을 극도로 꺼렸는데,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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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바이 펜디 까사’ 외에도 다수 하이엔드 주거시설 개발 부지가 공매 시장에 나왔다. 강남구 도곡동 ‘오데뜨오드 도곡’은 반년 사이 11번 공매를 진행하면서 가격이 1829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아직도 새 주인을 못 만났다. 하이엔드 오피스텔 ‘청담501’(리카르디 아스턴 청담) 부지는 2023년 6번 공매 유찰 후, 올해 다시 공매를 진행해 5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주인을 찾았다.
분양 계약률이 높아도 안심할 수 없다. 골든트리개발이 도산대로에 지은 ‘포도더블랙’은 초기 분양 계약률이 약 95%지만, 준공 1년이 넘도록 PF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고 만기 연장했다. 지난해 9월 준공 이후 계약자 잔금 납부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구 도산대로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김모씨는 “현재 하이엔드 주거 시설 개발 사업은 다 힘들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220억원을 주고 펜디 아파트를 사느니, 압구정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