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10 06:00
14년째 빈 땅이던 병원부지 입찰자 나타나
이롬그룹이 250병상 규모 병원 계획
기업 재정상 1300억대 부지대금 납부 어려울듯
[땅집고] 종합병원 건설 부지로 계획됐지만 10년 넘게 개발 진척이 없던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의료복합시설용지가 4차 재공모 끝에 1300억여원에 입찰 기업을 찾았다.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일대에 암 면역 전문병원인 ‘사랑의 병원’을 보유한 이롬그룹이 단독으로 입찰하며 보증금을 납부한 것.
이 소식이 퍼지자 앞으로 백운밸리에 대형 병원이 생길 것이란 주민들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과 부지 사업성, 이롬그룹의 재정 상태 등을 고려하면 본계약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롬그룹이 250병상 규모 병원 계획
기업 재정상 1300억대 부지대금 납부 어려울듯
[땅집고] 종합병원 건설 부지로 계획됐지만 10년 넘게 개발 진척이 없던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의료복합시설용지가 4차 재공모 끝에 1300억여원에 입찰 기업을 찾았다.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일대에 암 면역 전문병원인 ‘사랑의 병원’을 보유한 이롬그룹이 단독으로 입찰하며 보증금을 납부한 것.
이 소식이 퍼지자 앞으로 백운밸리에 대형 병원이 생길 것이란 주민들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과 부지 사업성, 이롬그룹의 재정 상태 등을 고려하면 본계약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14년째 빈 땅인 백운밸리 병원 부지에 ‘이롬그룹’ 단독 입찰
의왕백운PFV는 이달 5일 경기 의왕시 학의동 918-5 일대 의료복합시설용지 1만9557㎡와 인근 학의동 924 일대 주차장 부지 3725㎡를 합해, 총 2만3000여㎡ 규모인 이른바 ‘백운밸리 종합병원부지’를 1313억3279만4000원에 공급하는 공모에 이롬그룹이 입찰신청서를 제출하고, 보증금으로 입찰가의 5%에 해당하는 65억원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이 땅은 2012년 김성제 의왕시장이 의왕도시공사가 핵심 지분을 가진 의왕백운PFV를 통해 백운밸리를 의료시설을 갖춘 미니신도시로 조성하겠다며 남겨뒀던 종합병원 건설용 부지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 입지면서 총 4080가구 규모에 그치는 백운밸리에 병원을 짓겠다는 기업이나 투자자가 없어 올해로 14년째 빈 땅으로 방치돼있는 상태다. 올해에도 2월부터 부지를 약 1545억원에 매각하는 공고를 냈지만 건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탓에 3차 공모까지도 입찰자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 5월 말 4차 공고에서 이롬그룹이 단독으로 입찰신청서를 내면서 백운밸리에 종합병원을 짓겠다는 포부를 밝혀 의왕시 내부 반응이 뜨겁다. 당초 1545억원이었던 부지 가격을 3차 공모에서 1390억원, 4차에서 1313억원으로 연달아 낮춘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롬그룹은 황성주 박사가 1997년 설립해 올해로 28년째인 중견기업이다. 현재 판교시에서 50병상 규모 암 치료 전문병원인 ‘사랑의 병원’을 운영 중이며, 생식·두유 등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이 1197억원에 달한다.
이롬그룹은 백운밸리 종합병원부지를 낙찰받은 뒤 이 곳에 지하 6층~지상 10층, 총 250병상 규모 전문종합병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는 용도상 오피스텔을 비롯한 업무시설을 지어 분양할 수 있으며, 고령자 전용 주거시설인 이른바 실버주택을 포함한 노유자시설을 건설한 뒤 임대해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롬그룹, 1300억대 땅 감당 못할 것…부지 사업성도 낮아
이롬그룹이 백운밸리 종합병원부지를 1313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퍼지면서 드디어 지역 내 최초 병원이 생길 것이란 주민들 기대감이 커진 분위기다.
김성제 의왕시장 역시 언론을 통해 “그동안 수 많은 난관에 부딪혀 왔지만 시민들께서 기다려 주고 응원해준 덕에 결국 뜻 깊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면서 “조만간 협약 이행을 위한 체결식과 설명회를 개최해 종합병원 건립에 관한 설명을 드릴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롬그룹이 의왕백운PFV에 보증금 65억원을 납부하긴 했지만 오는 6월 13일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공고상 종합병원부지와 주차장을 동시에 매입해야 하는데 각 부지별로 층수(의료복합시설용지 14층·주차장부지 4층) 등 개발 제한이 걸려 있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 더군다나 의왕시가 낙찰자에게 병원을 운영하는 대가로 지원금 25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긴 하지만 백운밸리 입지와 현재 의료 수가를 고려하면 추후 병원 운영에 따른 수익이 거의 ‘제로(0)’에 수렴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시니어 주택 전문 기업 A사 관계자는 “해당 부지 개발 조건을 고려해 오피스텔이나 시니어 전용 주택 등 부동산 상품 건설을 다각도로 고려해봤는데, 병원 운영으로 거두는 수익이 전혀 없다고 가정해도 땅값 대비 수익이 마이너스 2%대인 것으로 계산됐다”면서 “한 마디로 이 땅이 개발 여력 대비 가격이 너무 비싼 탓에 사업성이 낮은 것”고 전했다.

더불어 1313억원에 달하는 백운밸리 종합병원부지를 매수하기에는 이룸그룹 재정 상태가 뒷받침하기 어려워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롬의 2024년 매출은 약 119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3억3532만원으로 수익이 크게 남지 않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억6912만원에 불과했으며 기말에 남아있는 현금은 18억5990만원에 그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롬그룹 입장에선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시기에 대출을 일으켜 1300억원대 부지를 인수하기가 다소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게다가 기업 내부 사정으로 땅을 낙찰받은 뒤 종합병원을 건립 및 운영하지 않을 경우 의왕시가 손해배상금을 물도록 되어있어 이 또한 부담”이라며 했다.
한편 백운밸리 종합병원부지 토지매매계약은 6월 13일 진행한다. 이날 계약금 10%를 납부한 뒤 3개월 안에 중도금 10%, 12개월 안에 잔금 80%를 각각 내는 구조다. 만약 계약 체결 후 이롬그룹이 매매대금을 납부 약정일에 납부하지 않는다면 지연손해금을 물어야 한다. 1개월 이내라면 연 7.5%지만 ▲1개월 초과~2개월 이내는 연 9% ▲2개월 초과는 연 11% 등 더 높은 이율을 적용한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