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09 10:54 | 수정 : 2025.06.11 17:05
[르포] 래미안 라그란데 조경석 논란
조경업체 주변엔 돌·나무 줄줄이 방치
돌 한 개에 6000만원…업계선 1000만원이면 충분
[땅집고] 5일 오후 경기 하남시에 한적한 주택가 뒤로 공장·창고가 밀집한 곳을 찾았다. 하남교산 3기신도시 개발구역에 속한 산업단지 안쪽으로 들어서자 최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 신축 아파트에 조경석을 납품한 곳으로 알려진 A조경업체가 있었다.
업체 주소지로 등록된 건물은 창고와 사무실로 운영 중이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오가는 직원도 없었다. 외부 간판엔 조경업체 상호명 일부 글자가 떨어져 나가 있었다. 인근 주민 박모(68)씨는 “조경업체인 줄도 몰랐는데 최근 15~20t(톤) 가량 트럭이 와서 큰 돌이랑 나무들이 줄줄이 나가서 알았다”며 “지금은 거기(창고에) 사람 없을 것이다”고 했다.
조경업체 주변엔 돌·나무 줄줄이 방치
돌 한 개에 6000만원…업계선 1000만원이면 충분
[땅집고] 5일 오후 경기 하남시에 한적한 주택가 뒤로 공장·창고가 밀집한 곳을 찾았다. 하남교산 3기신도시 개발구역에 속한 산업단지 안쪽으로 들어서자 최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 신축 아파트에 조경석을 납품한 곳으로 알려진 A조경업체가 있었다.
업체 주소지로 등록된 건물은 창고와 사무실로 운영 중이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오가는 직원도 없었다. 외부 간판엔 조경업체 상호명 일부 글자가 떨어져 나가 있었다. 인근 주민 박모(68)씨는 “조경업체인 줄도 몰랐는데 최근 15~20t(톤) 가량 트럭이 와서 큰 돌이랑 나무들이 줄줄이 나가서 알았다”며 “지금은 거기(창고에) 사람 없을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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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은 없으나 창고 주변을 둘러보니 조경석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 돌 30여 개와 높이 10m 이상의 나무가 줄줄이 세워져 있었다. 나무 두 그루는 곧 반출 채비를 마친 듯 뿌리를 감싼 채 눕혀져 있었다. 조경 자재를 체계적으로 보관·관리하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근 주민 이모(72)씨는 “4월 이후로 도로 옆에 있던 돌이랑 나무들이 반출이 많이 됐다”며 “인부 여러 명이 포크레인과 트럭을 몰고 와서 작업하느라 시끌시끌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최근 ‘래미안 라그란데’ 아파트에 수십억원어치 조경석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진 업체다. 이문1구역 조합이 총 18억원에 구입한 조경석은 약 30여 개다. 돌 하나당 평균 가격은 무려 6000만원에 달한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조합원 김모씨는 “조경석 몇 개 놓는 데 아파트 한 채 값이 들었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 돌이 진짜 금이라도 되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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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업체는 2023년 기준 연 매출이 수백만원에 불과한 소규모 사업자로 파악됐다. 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업체가 수십억원대 계약을 따낸 배경을 두고 조합원들은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조합과 업체 사이에 유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돌값’이 금값이 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설계·납품 문제를 넘어 조합 운영의 투명성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A조경업체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조합 측에도 A업체와의 관계에 대해서 질의했으나 답변을 거부했다.
조경 전문가들은 해당 조경석의 가격이 상식 밖이라는 입장이다. 조경업에 30년 넘게 종사한 한 전문가는 “가로 2.5m, 높이 3.5m 정도 크기의 바위라 해도, 채석부터 각자(刻字·돌이나 나무에 글을 새기는 것), 운반, 설치까지 다 포함해도 1000만원 넘기 힘들다”며 “원가는 500만원도 안 될 것이고, 돌 하나에 1000만원 준다고 하면 업자들은 다 줄서서 하겠다고 나설 정도다”고 했다.
문제가 된 조경석은 지난달 22일~23일 ‘래미안 라그란데’ 단지 내 녹지와 입구 광장 등에 배치됐다. 조합은 지난 5월 29일 대의원회의를 열어 ‘단지 내외부 조경석 특화공사 업체 계약의 건’을 의결했다. 조합 관계자는 "조경석 가격만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사업 일환에 조경석이 들어있을 뿐"이라며 "아직 조합과 업체가 정식으로 계약하지 않았고 예산 내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가격도 비싼데다 조경석 자체가 최근 신축 아파트와 달리 고급스럽다는 평가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조합원은 아닌 일반분양자이지만, 솔직히 보기에도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저 돌이 왜 6000만원이나 하는지 알 수 없다”며 “괜히 논란만 커져서 아파트 가치만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고급화 조경을 이유로 일부 시공 현장에서 조경석 단가가 부풀려지는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조경석은 공산품처럼 특정 단가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구입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석재 납품 업체 관계자는 “돌은 누가 봐도 원가 구조가 단순한 자재”라며 “조합 예산에 눈독 들인 브로커나 무자격 업체들이 끼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문1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라그란데는 최고 27층, 39개 동, 총 3069가구 규모 아파트다. 올해 초 부분준공인가를 받고 입주를 시작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