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07 06:00
[땅집고] 현대백화점이 오는 2027년 상반기,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프리미엄 복합몰 ‘더현대 부산’을 개점한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을 롤모델 삼아 체험형 쇼핑 문화를 들여오면서, 롯데·신세계가 주도하던 부산 유통업계에 도전장을 내민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왜 하필 백화점 불모지였던 서부산에서 에코델타시티를 택했냐는 점이다. 단순한 매장 출점이 아닌, 새롭게 지역 유통 상권 판도를 바꾸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10년간 인구 30% 늘어난 강서구…‘젊은 도시’로 바뀐 판세
더현대 부산이 들어설 에코델타시티는 부산 강서구 강동동·대저동 일대에 조성 중인 수변 생태 신도시다. 국토부와 부산시가 2012년부터 사업비 5조4000억원을 들여 개발 중인 초대형 프로젝트로, 2028년까지 약 3만가구의 주택과 호텔, 미술관, 전망대, 스마트 기반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총 면적은 360만평(1만1770㎢)으로, 해운대 신시가지(93만평)의 4배 규모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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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젊은층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강서구는 부산에서 유일하게 최근 10년간 인구가 30% 이상 증가한 지역이다. 2016년 11만명 수준이던 인구는 2024년 4월 기준 14만9834명을 기록하며 15만명을 눈앞에 뒀다. 같은 기간 부산 전체 인구는 오히려 22만명 줄었다. 특히 인근 명지국제도시와 함께 신축 아파트로 30~40대 인구 유입이 뚜렷해, 소비력을 갖춘 MZ세대 중심의 ‘젊은 상권’으로 부상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런 변화에 주목했다. 더현대 부산은 총 사업비 7343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20만㎡(6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전체 대지면적은 축구장 15개 크기인 11만㎡다. 영업면적의 절반 가까운 3만3000㎡를 팝업스토어, 전시·휴식 공간 등으로 꾸미는 ‘몰입형 콘텐츠 백화점’ 전략을 쓴다. 이는 더현대 서울과 동일한 포맷으로, 브랜드 체험 중심의 매장 구성과 SNS 콘텐츠 중심 공간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더현대 부산은 백화점과 아울렛 등 전통적인 유통 업태의 장점을 결합해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하는 ‘인도어몰’(Indoor Mall)과 합리적인 가격의 아울렛 매장과 트렌디한 MD로 구성한 ‘아웃도어몰’(Outdoor Mall)을 하나의 공간에 선보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층 유입이 계속되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체험형 공간 중심의 점포를 기획했다”며 “실외 공간에는 1000평 규모의 사각 공원이, 실내에는 400평 규모의 뮤지엄이 들어설 예정이다”고 했다.

■롯데·신세계 기존 강자 제칠까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부산을 통해 부산 유통업계 판도를 재편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부산 백화점 시장은 1990년대 이후 줄곧 롯데와 신세계가 주도해왔다. 롯데는 1995년 부산진구 부전동에 국내 최규 규모 수식어를 달고 부산본점을 연 데 이어, 2017년 ‘에비뉴엘’을 통해 명품 특화 점포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넘긴 바 있다. 신세계 역시 2009년 연면적 29만3905㎡의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센텀시티점을 열며 브랜드 위상을 세웠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해 부산 범일동에 부산점을 열었지만, 이후 별다른 확장을 하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리뉴얼을 통해 ‘커넥트현대’로 재단장하면서 다시 한번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번 더현대 부산 출점은 그간의 열세를 만회하고, 부산 유통 지도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담긴 셈이다.

지방 거점 도시로 신규 출점을 늘리는 배경에는 현대백화점의 성장 정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의 작년 매출은 4조1876억원으로 전년대비 0.5%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방 거점 도시로 사업을 확장하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전략 일환으로 부산과 광주에 각각 ‘더현대 부산’, ‘더현대 광주’를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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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더현대 서울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조1994억원으로 2021년 개점 당시(6637억원)보다 80.7% 급증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더현대 부산에서 더현대 서울 성공 재현을 기대한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