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03 16:36
[땅집고] “난 오늘 돼지갈비집에서 투표했다!”
3일 제 21대 대통령 선거로 전국 곳곳 투표소가 국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통상 투표소라고 하면 주소지 관할인 동사무소나 학교 등 관공서를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이색 투표소’를 찾았다며 자랑하는 인증 사진들이 올라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6·3 대선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1만4295개 투표소에서 진행한다. 대부분이 공공기관이나 관공서지만, 이 중 독특한 투표소도 포함돼있다. 선거구 안에 마땅한 장소가 없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민간 시설을 빌려 투표소로 조성할 수 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색 투표소 중 한 곳으로는 경기 광명시 소하2동에 있는 돼지갈비집 ‘상상초월’이 눈에 띈다. 돼지갈비와 냉면을 주 메뉴로 하는 이 식당에는 다소 빛이 바랜듯한 초록색 간판이 달려 있다. 식당을 투표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내부에 있던 고기 불판을 모두 치우고 기표대를 설치해뒀다. 기표소 위로 연기를 빨아들이는 은빛 환풍구가 매달려있는 모습이 매우 독특하다.
서울 서대문구에선 피자집 겸 카페인 ‘고래한입피자’가 북가좌 제2동 제5투표소로 탈바꿈했다. 매장은 기표소 4개가 들어갈 정도 규모다.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을 위해 식당 입구 계단에 임시 경사로를 설치해뒀다. 이 식당 남쪽으로 총 100만m2에 1만가구 규모로 조성한 가재울뉴타운이 있어 ‘DMC래미안클라시스’, ‘DMC센트럴아이파크’ 등 아파트 단지로부터 접근성이 좋아 임시 투표소로 지정된 것으로 보인다.

부산 수영구에 마련된 '레슬링장 투표소’도 있다. 오늘만큼은 레슬링장이 아닌 남천 제2동 제3투표소 간판을 달았다. 당초 검도장이었는데, 주인이 바뀐 뒤 종목을 레슬링장으로 바꿨다고 전해진다. 주인 A씨는 언론을 통해 “인수하기 전에도 투표장으로 쓰였다고 들었다”면서 “구청 직원들이 '위치가 바뀌면 어르신들이 헷갈리실 수 있다'고 하길래, 이번 대선이 보통 대선이 아니다 보니 국민 된 도리로 참여를 안 할 수 없었다"면서 공간을 내준 이유를 밝혔다.
이 밖에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우만1동 제4투표소로 웨딩홀이,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제12투표소로 택시 쉼터 등이 이색 투표 장소로 알려졌다. 또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 야구부 실내 훈련장(청구동 제1투표소), 성남종합운동장 실내 씨름장(성남동 제2투표소) 등도 있다.
한편 이 같은 민간 시설을 투표 장소로 사용하는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설 주인에게 소정의 사례금 명목으로 임차료를 제공한다. 금액은 공간 규모나 조건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수십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권자는 주민등록지 기준으로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과 여권, 운전면허증을 비롯한 신분증을 지참해야 투표 가능하다. 모바일 신분증을 가져갔다면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직접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해 투표관리관에게 보여주면서 본인 인증해야 한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