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31 06:00
[땅집고] “이거 미분양 아파트 홍보용 맞나요? 희한하게 1번을 계속 강조하고…”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전남 광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걸린 현수막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몰고 있다.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전남 광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걸린 현수막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몰고 있다.

이 현수막에는 ‘대한민국 1번, 광양에 1번 APT, 광양읍푸르지오, 지금은 계약할때입니당’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런데 현수막 바탕 색상이 파란색인 데다 ’1번‘ 글씨가 노랑색으로 강조돼있고, ‘당’이라는 글자도 다른 글자들과 달리 크기와 색깔 면에서 차별화해둔 모습이다. 분명 미분양 아파트를 판매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인데도 각종 디자인 요소들 때문에 이번 대선 더불어민주당 1번 후보를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현수막은 올해 12월 입주를 앞둔 ‘광양 푸르지오 센터파크’ 홍보용으로 제작됐다. 지하 3층~지상 29층, 10개동, 총 992가구 규모 대단지인데, 대거 미분양이 터지면서 현재 선착순 동호지정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광양 푸르지오 센터파크’가 분양한 2022년은 광양시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묶여있던 시기였다. 당시 이 단지를 포함해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 분양이 비슷한 시기 쏟아지는 바람에 공급 과잉으로 집주인을 아직까지도 못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선 이 아파트 분양권 매물이 59㎡(25평) 기준 2억6600만~2억8100만원, 84㎡(34평)는 3억7840만~4억1903만원에 등록돼있다. 3년 전 분양가 대비 거의 변동이 없는 금액이다.

업계에선 미분양을 털기 위한 목적의 현수막이더라도 대선 앞두고 수요자들의 눈길 끌기 위해 이 같은 디자인 적용하는 경우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대한민국 1번, 광양에 1번’은 통상적인 아파트 분양 광고와 다소 동떨어진 정치적 상징어를 사용한 것이란 시각이 있다. 대부분 광고에선 ‘1등’이나 ‘1위’ 아파트라는 문구를 주로 쓰는데 유독 ‘광양 푸르지오 센터파크’만 ‘1번’이라고 칭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이어 현수막 배경색을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시키는 파란색으로 처리하고, 문장을 ‘다’가 아닌 ‘당’으로 끝마친 가운데 이 글자 역시 파란색으로 처리하고 크기를 의도적으로 키워 눈에 띄게 한 점도 문제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선거 기간에 표면상 분양 광고지만 특정 정당을 우회적으로 홍보하는 의도로 보이는 현수막을 발견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면 선거법 위반 여부에 따라 수거를 결정한다. 이 같은 불법 현수막 신고 건수가 늘면서 올해 4월 공공기관 중 민원 접수량이 가장 급등한 곳이 선거관리위원회라는 통계가 나왔다. 전달 대비 153.1% 증가한 총 1478건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광양 푸르지오 센터파크’ 미분양 광고 현수막을 본 네티즌 사이에선 “굳이 1번을 강조한 것이 이상하긴 하다”, “만약 ‘2번에는 계약하실 거죠?’라는 등 문구까지 하나 더 넣었더면 중립적이었을 것 같다”는 등 의견이 눈에 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