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29 14:21 | 수정 : 2025.06.01 11:05
마곡지구 7만5000㎡ 미개발지 활용법 ‘동상이몽’
SH공사 “미리내집 공급 활용”-강서구 “기업 유치, 주민편익시설”
[땅집고] 서울 강서구 마곡동 5호선 발산역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는 펜스로 둘러싸인 빈땅이 있다. 펜스에는 불법경작 철거 공고문이 붙어있고, 내부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마곡도시개발사업구역 내 미래 산업, 정책 수요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남겨둔 유보지인데, 현재는 방치된 상태다.
SH공사 “미리내집 공급 활용”-강서구 “기업 유치, 주민편익시설”
[땅집고] 서울 강서구 마곡동 5호선 발산역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는 펜스로 둘러싸인 빈땅이 있다. 펜스에는 불법경작 철거 공고문이 붙어있고, 내부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마곡도시개발사업구역 내 미래 산업, 정책 수요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남겨둔 유보지인데, 현재는 방치된 상태다.


올해 들어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땅을 소유하고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공동주택을 건립해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Ⅱ)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관할구청인 강서구청 측은 기존 목적대로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유력 대선 후보가 지역 청소년을 위한 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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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보지 소유한 SH공사 “미리내집 공급에 활용”
지난해 말 취임한 황상하 SH공사 사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미리내집 공급 확대를 위해 마곡 유보지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개발 방안을 밝히진 않았으나, 공사 보유 자산을 적극 활용해 미리내집 공급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미리내집은 서울시의 저출생 극복 대책 일환으로 신혼부부에게 전세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자녀 출산에 따라 거주 기간을 최대 2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시세의 80~90% 수준으로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준다.

황 사장은 취임 1주일 만인 올해 1월 초 미리 내 집 전담 부서인 ‘미리 내 집 공급부’를 신설했다. 공개적으로 “전임 사장께서 참여하길 원했던 3기 신도시 개발사업보다는 안정적인 미리 내 집 공급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완료된 마곡 유보지 개발방안 검토 자료에 따르면, 해당 부지 개발 방안으로 ▲4차 산업 혁신 파크 ▲마곡 UAM(도심 항공 이동수단) 터미널 ▲바이오헬스케어 의료관광단지 등 3가지가 제시됐다. 이를 위해 산업용지인 유보지를 준주거지역, 상업지역 등으로 상향해 주상복합 건물을 개발하는 안이 검토됐다.
업계에 따르면, SH공사는 이 유보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며 효율적 개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미리내집 공급도 여러 방안 중 하나인데, 현재는 서울시에서 해당 유보지 개발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 강서구 “주택 공급 불가”…이재명 대선 공약에도 포함
황 사장의 구상과 달리 관할 지자체인 강서구청은 마곡 유보지를 기존 목적에 맞게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산업용지인 만큼 인근 R&D 단지, 기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시설, 상대적으로 부족한 문화체육시설이 들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진 구청장은 이미 강서구에 공공주택이 많이 공급됐다는 점을 제시했다. “강서구는 청년주택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의해 구유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이 많다”며 “굳이 전세주택을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구내 개발사업에 대한 건축허가권리가 강서구청장에 있기 때문에 SH공사가 공동주택 개발을 하려면 강서구 반대를 넘어야 한다. 다만 마곡지구의 시행사가 SH공사이며,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서울시의 개입 여지도 있다. 미리내집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정책이라는 점에서 서울시-SH공사-강서구간 갈등을 예상할 수 있다.

6월 3일 예정된 대통령선거도 변수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16일 강서구 공약으로 마곡 유보지에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주민친화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강서구 지역 정치권이 인구수 대비 부족한 문화체육시설 조성할 것을 건의한 것이 반영된 결과다.
강서구의 문화시설 인프라는 열악한 편이다. 김경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강서구의 인구 1만 명당 문화시설 수는 0.41개로 서울시 전체 0.98개의 42% 수준이다.
마곡동 일대에서는 해당 유보지에 공동주택을 건립해 미리내집을 공급하는 데 부정적이다. 마곡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유보지가 빈땅으로 방치돼 흉물이 됐는데,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반갑다”면서도 “SH공사에서 장기전세주택을 조성하겠다고 해서 지역 주민들과 건물 소유주들의 반발이 큰데, 기존 계획대로 기업을 유치하고 주민편익시설이 들어오길 바라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