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27 06:00
연세대, 송도 땅 ‘헐값 특혜’ 받고 병원 착공 재차 미뤄져
2026년 준공도 ‘불투명’…협약 불이행 시 손해금 부담도
[땅집고] “세브란스 송도에서 꺼지세요, 맨날 돈만 요구하고 지겹습니다!”
최근 연세대 인천 송도캠퍼스 정문 쪽에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지역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세의료원이 당초 2010년까지 준공하기로 한 송도세브란스병원 공사가 올해로 15년째 지체된 상황에서, 재차 약속한 완공일인 2026년조차 못 맞출 조짐이 보이자 송도 주민들이 항의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2026년 준공도 ‘불투명’…협약 불이행 시 손해금 부담도
[땅집고] “세브란스 송도에서 꺼지세요, 맨날 돈만 요구하고 지겹습니다!”
최근 연세대 인천 송도캠퍼스 정문 쪽에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지역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세의료원이 당초 2010년까지 준공하기로 한 송도세브란스병원 공사가 올해로 15년째 지체된 상황에서, 재차 약속한 완공일인 2026년조차 못 맞출 조짐이 보이자 송도 주민들이 항의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 연세대, 송도 땅 헐값에 받아놓고 송도세브란스는 안 지어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 사업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06년이다. 당시 연세대가 송도에 국제캠퍼스 분교 건립에 나섰는데, 인천시로부터 학교 부지를 포함하는 182만㎡(55만550평) 부지를 조성 원가에 공급받는 대신 2010년까지 지역 발전을 위한 종합병원을 지어주기로 협약을 맺었던 것. 병원은 지하 3층~지상 15층, 총 800병상 규모로 계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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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는 송도 7공구 부지 92만㎡를 3.3㎡(1평)당 50만원에 제공받았고, 2018년에는 11공구 교육연구용지 14만1291㎡를 123만원에 받아갔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가 연세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 역시 수익용지 19만8000㎡를 398만원 수준에 공급받았고, 이 땅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해 50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세대 국제캠퍼스는 2010년 3월 문을 연 반면 송도세브란스병원 부지는 아직까지도 토목 공사 단계에 머물며 빈 땅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연세의료원 측이 병원 공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개원일이 2024년에서 2026년 12월로 두 차례나 밀리면서다.
연세의료원 측이 송도세브란스 건립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업비 때문이다. 사업 초기까지만 해도 병원을 짓는 데 45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업이 지연되면서 물가 및 공사비가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지난해 필요한 사업비로 기존 대비 2배 가까이 불어난 8800억원이 제시됐는데, 최근에는 더 나아가 9700억원까지 투입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26년까지 병원동 먼저 짓겠다지만…“세브란스 꺼지세요” 여론 악화
이런 가운데 연세의료원이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송도세브란스 개원일을 2029년으로 한 차례 더 미뤄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퍼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연세의료원 측이 병원 규모를 축소해 사업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수익 용지를 확대해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계획으로는 분양 수익이 1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비용으로는 병원 건립비 감당이 어려워 3000억원 정도로 지원 금액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에 송도 일대 주민들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대형병원 호재를 믿고 입주·투자를 결심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개원일이 계속해서 지연되는 바람에 재산 피해가 심각하다는 이유다. 더군다나 연세대 측이 송도 알짜 부지를 인천시로부터 헐값에 가져간 뒤 5000억원에 달하는 개발 이익을 거뒀는데도 지역 사회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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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인 ‘올댓송도’에선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 인근에 “세브란스 송도에서 꺼지세요, 맨날 돈만 요구하고 지겹습니다”, “2000억 요구하는 세브란스, 송도가 봉이냐?”라는 등 비난 현수막을 곳곳에 달면서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연세의료원 측은 송도세브란스 규모를 기존 대비 2개층 낮은 최고 13층으로 건립하기로 계획을 변경하고, 우선 1단계로 병원동을 당초 협약대로 2026년 말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병원 운영 상황을 확인한 뒤 2단계로 기숙사동·교수연구동 등 나머지 건물을 2027년 이후에 짓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발표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연세대 측이 주민 여론 악화를 고려했다기보다는, 협약상 송도세브란스를 2026년까지 준공하지 못하면 부지 매매대금에 대한 지연 손해금을 연 12~15% 수준으로 토해내야 하는 것을 우려한 처사라고 보고 있다. 재단 재정 상황이나 건축 공사 환경을 고려하면 병원동을 약속대로 2026년 말 준공하더라도 나머지 건물은 언제 착공할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원석 인천경제청장은 “의정 갈등과 공사비 인상 등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송도세브란스가) 당초 예정한 2026년 개원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