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23 06:00
'관리비 미납만 45억원' 개점 이후 쭉 공실인 곳도
유령상가 옆에 또 '스타필드', 심각한 과잉 공급
[땅집고] "시행사가 미분양을 해결 못하고 관리비를 미납해서 전기가 끊기는 게 말이 됩니까?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안 돌아가면 누가 쇼핑하러 오겠냐고요." (인천 청라신도시 청라스퀘어7 수분양자 P씨)
유령상가 옆에 또 '스타필드', 심각한 과잉 공급
[땅집고] "시행사가 미분양을 해결 못하고 관리비를 미납해서 전기가 끊기는 게 말이 됩니까?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안 돌아가면 누가 쇼핑하러 오겠냐고요." (인천 청라신도시 청라스퀘어7 수분양자 P씨)

한때 '인천의 베네치아'라 불리며 주목 받았던 인천 청라국제도시 커낼웨이 상권. 그 중심에 위치한 대표 복합상가 ‘청라스퀘어세븐’이 대규모 공실 사태에 직면, 사실상 유령상가로 전락하고 있다.

청라스퀘어세븐은 2018년 2월 개장 당시, 지하 3층부터 지상 6층까지 연면적 약 2만 평 규모에 달하는 대형 상업시설로, 청라 최초의 CGV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MBC플러스 스매시파크), 병원, 식당, 미용실 등 다양한 시설이 입점하며 ‘원스톱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스매시파크는 개장 수개월 만에 폐점했고, 현재는 간판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황이다.

건물 내부를 들어가자 어둡고 침체된 분위기였다. 상가 곳곳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고, 공실이 줄지어 있는 탓에 유동인구도 급감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에스컬레이터마저 운행이 중단됐다. 관리비가 평당 5만~6만 원에 달해, 20평 규모 상가의 경우 관리비만으로도 월 100만 원 수준이다. 1층 도로변 상가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500만 원, 2층 일부 점포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160만 원에 매물이 나오지만, 입주 희망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상가를 분양하고 미분양 물량을 관리하는 시행사는 이미 수십억 원의 공과금을 미납한 상태다. 2019년부터 공과금 체납이 시작됐으며, 병원과 피트니스센터 등 핵심 임차인들이 빠져나가면서 채무는 더욱 불어났다. 법원 판결에 따라 21억 원을 건물 관리단에 지급하라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확인된 미납 공과금만 45억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 투자자와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있다. 일부는 노후자금으로 5억~6억 원을 투자했지만 단 한 번도 임차인을 들이지 못하고 관리비만 부담하고 있다는 토로도 나온다. 운영 중인 점포 역시 공용 전기와 냉난방이 끊긴 상태에서 개별 전력 설치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손님이 없어 적자만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임차인 A씨는 “처음 입주했을 땐 절반 정도는 점포가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빠져나가고 혼자 남았다”며 “지난 여름도 버티기 힘들었고, 이제는 계속 도망갈 생각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실 문제는 청라스퀘어세븐만의 문제가 아니다. 맞은편 상업시설 역시 130여 개 점포 중 대다수가 공실이며, 에스컬레이터도 멈춘 채 건물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심지어 그 바로 앞 부지에 또 다른 상업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청라국제도시 집합상가 공실률은 2023년 1분기 3.93%에서 올해 1분기 5.07%까지 상승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청라신도시에는 2019년 943개, 2021년 606개 등 코로나19 전후로 연평균 400개 이상 신규 점포가 들어섰다. 과잉 공급에 따른 상권 붕괴가 현실화된 셈이다.
현장에서는 향후 공실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라스퀘어세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스타필드 청라점’이 준공되면, 기존 중심 상권인 커낼웨이 상권의 수요마저 분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라신도시 상업시설의 구조적인 문제로 ▲과도한 집합상가 공급 ▲비현실적 분양가 ▲무리한 시행 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청라스퀘어세븐의 경우, 미분양률이 여전히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행사 부실과 관리 공백까지 더해지면서 ‘유령상가’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0629a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