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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부부를 위한 로또…서울 신혼특공, 부모 지원 없으면 '그림의 떡'

입력 : 2025.05.22 09:13 | 수정 : 2025.05.22 09:39

[땅집고]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라더니, 신혼부부가 엄두를 못 내는 분양가만 나옵니다. 완전히 금수저를 위한 제도입니다. 부모님 지원 없이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에게 새 아파트는 ‘그림의 떡’입니다.”(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김모씨)

[땅집고] 신혼부부 관련 일러스트. /조선일보DB

2020년 결혼 준비 당시부터 신혼특공에 도전한 김씨는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새 아파트 청약에서 탈락했다. 유일하게 예비 번호를 받았던 한 단지는 이미 준공한 지 오래다. 그는 “경쟁률이 낮은 단지가 보이지만, 이제는 금액이 너무 높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2년 뒤 신혼특공 기간이 끝나기 전에 특공 카드를 쓸 수 있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신생아 특별공급 등 사회초년생을 위한 특별공급 제도가 소득이 적고 자산이 많은 속칭 ‘금수저 전형’이라는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더라도 최소 십억대 자금을 마련해야 해서다. 강남권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대개 20억원이 넘는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신축 아파트 '래미안원페를라' 분양가격. /김혜주 기자

■ 신혼부부 대상이라더니 ‘분양가 20억’

올해 1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페를라’ 분양가는 전용 59㎡기준, 16억1690만원~17억9650만원, 전용 84㎡ 22억560만~24억5070만원이다. 이 단지는 총 482가구 중 214가구에 대해 특별공급 청약을 받았다.

그러나 이 금액은 일반적인 젊은층 월 소득액과 다소 거리가 있다. 현재 주택공급규칙상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소득기준은 도시근로자 가수원수별 월평균소득을 따른다. 신혼부부특별공급은 신생아 가구 여부와 소득에 따라 총 5개 구간으로 나뉜다. ▲신생아 우선공급(월평균소득 100% 이하) ▲신생아 일반공급(월평균 소득100%~140%) ▲우선공급(월평균소득 100% 이하) ▲일반공급(월평균 소득100%~140%) ▲추첨공급(140% 초과)이다. 사실상 소득이 적을수록 당첨이 유리하다.

2025년 도시근로자 가수원수별 월평균소득 기준에 따르면 2인 가구의 100% 소득 기준 금액은 547만7003원(세금징수 전)이다.

더욱이 맞벌이 가구는 기존 기준에서 인정 소득 구간이 20% 늘어나되, 1인 소득 기준은 기존 기준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선공급의 경우 1명의 소득은 120%, 다른 1명의 소득은 100% 이하여야 한다.

실례로, ‘래미안 원페를라’ 전용 59㎡ 당첨자가 분양가격 16억1690만원(최저가 기준) 중 50%를 납부하고, 4% 금리를 적용해 40년간 상환한다고 가정할 때 매달 363만원4491만원을 내야 한다. 2인 가구의 100% 소득 구간에 드는 부부는 사실상 최저생활비를 쓰고, 남은 돈으로 아파트 대출을 갚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고분양가 논란은 강남권 만의 일이 아니다. 가장 최근 서울 분양 단지인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는 서울 외곽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전용 59㎡ 분양가가 10억원이 넘었다. 분양가격(최고가 기준)이 59㎡ 11억600만원, 74㎡ 13억7820만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비쌌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전경. /김서경 기자

■ 소득 적어야 청약 당첨 가능성 높다

특별공급은 전용면적 85㎡ 이하 공공분양 또는 민간분양 물량의 일부를 무주택인 다자녀가구·노부모부양가구·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는 제도다. 최근에는 신생아가 있는 가구를 위한 신생아 가구, 생애최초 전형도 생겼다. 신혼특공과 신생아, 생애최초 전형의 경우 상대적으로 월급과 자산 규모가 적어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취지가 완전히 퇴색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득이 적고, 자산이 많아야 수월하게 청약 당첨 후 아파트 입주까지 할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평범한 맞벌이 부부가 어렵게 아파트 신혼특공에 당첨되더라도, 가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인해 전문직 맞벌이나 부모님의 임대소득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정가격’이 됐다”고 했다. /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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