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21 08:45 | 수정 : 2025.05.21 14:19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서울시의 추가 설계 변경 요구로 인해 통합심의가 잠정 중단됐다. 서울시가 공공보행통로 확대와 스카이브릿지 설계 보완, 그리고 한강 조망이 가능한 한강변 주동에 임대세대를 고루 배치할 것을 조건으로 내놓으면서다. 이를 두고 정비업계에서는 “서울시가 기부채납을 명목으로 서울시 재산만 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는 총 3930가구 규모의 노후 단지로 재건축을 통해 최고 70층, 약 6491가구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당초 조합이 제출한 안에는 공공임대주택을 단지 내 저층부와 일부 외곽에 분산 배치하는 설계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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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이 제출한 수정안에 따르면, 기존 11개 동에 분산됐던 임대주택은 6개 동으로 줄어들었다. 대신 배치 위치는 단지 내에서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곳으로 조정했다. 특히 한강변 로얄동은 일반분양 매물과 비교해서도 핵심입지에 위치해 수억 원의 가격 차이가 난다.
임대주택의 면적 구성도 변경했다. 조합은 당초 전용 39㎡, 45㎡ 등 소형 위주로 임대물량을 구성했지만 순부담 기준을 재산정해 중형 평형인 59㎡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조합장은 “서울시에 기부채납을 통해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받은 대가로 전체 동에 고르게 임대세대를 배치했다”며 “이번 설계 변경으로 조합원 피해가 없도록 조정했으며, 곧 심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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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59㎡는 사실상 일반분양과 큰 차이 없는 면적”이라며 “실질적으로는 고급 임대를 서울시가 가져가는 구조”라고 보고 있다. 기부채납을 통해 조성된 임대주택의 소유권이 서울시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 보도자료 및 조례상 ‘공공기여 임대’로 확보된 물량은 서울시 자산으로 분류되며, 토지 등기 상에서도 ‘서울특별시’ 명의로 구분된다.
이번 조치를 두고 소셜믹스라는 명분 아래 고급 입지를 사실상 서울시에 넘기라는 요구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로얄층, 한강조망 라인조차도 임대세대에 내줘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기조는 다른 주요 재건축 단지로 확산하고 있다. 한남뉴타운 핵심 사업장인 한남3구역에서도 서울시는 임대주택으로 총 1020가구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합 측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의무 비율인 15% 수준에 해당하는 960가구만 공급하겠다고 맞서며 마찰을 빚고 있다.
조합원 내부 이견이나 서울시 추가 요구가 반복될 경우,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일정은 다소 지연될 전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합은 설계 변경안을 서울시에 다시 제출해 하반기 내 통합심의를 마무리하고, 연내 사업시행인가 및 내년 초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목표로 삼고 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