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20 06:00
[땅집고] 밥솥·정수기 등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종합가전기업 쿠쿠전자는 서울 강동구 고덕비즈밸리에 지하 5층~지상 11층 규모 신사옥을 짓고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고덕비즈밸리는 고덕강일지구 내 약 23만㎡(7만평)에 조성 중인 상업·업무 복합단지다. 현재까지 20개 기업이 입주를 마쳤고 쿠쿠전자·JYP엔터테인먼트 등 4곳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경북 양산 본사와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동시에 업무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거점을 찾고 있었다”면서 “모든 조건을 갖춘 유일한 곳이 고덕비즈밸리였다”고 말했다. 쿠쿠전자는 신사옥 입주 이후 서울 동부권 거점으로 영업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단기 임대 운영 1위 블루그라운드 서울 상륙…30% 할인 프로모션 확인하기
최근 경기 침체기에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일부 기업들이 광화문·강남·여의도 등 서울 3대 업무지구를 잇따라 탈출하고 있다. 임대료는 싸고 인프라가 좋은 서울 마곡지구와 고덕비즈밸리,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등 3곳에 사옥 이전 수요가 몰리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상징성보다 실리”…도심 떠나는 기업
기업들이 서울시내 전통적인 업무중심지에서 벗어나 외곽으로 사옥 이전에 나서는 이유는 ‘상징성’보다 ‘실리’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도심지 오피스 임대료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서울 도심업무지구(CBD) 오피스 임대가격지수는 102.1로 전 분기보다 4.87%포인트 올랐다. 경기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가운데 내릴 기색이 없는 임대료는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대기업인 A사 관계자는 “서울 도심 오피스는 공간이 너무 좁고 임대료가 높은 반면, 외곽지역은 신축인데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입주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마곡지구 내 프라임 오피스 임대료는 3.3㎡(1평)당 약 18만원으로, 종로·강남(30만원대)과 비교해 3분의 2 수준이다. 고덕비즈밸리의 경우 오피스 평균 월세는 평당 약 12만원으로 강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견기업 관계자는 “전철·도로 등 교통 인프라가 발달해 이제는 굳이 도심을 고집할 이유도 줄었다”면서 “외곽 신축 오피스로 옮기면 임대료 절감을 통한 비용 효율화가 가능한 것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 교통망·배후 주거지 갖춘 판교·마곡지구 인기
신흥 업무지구로 가장 먼저 자리잡은 곳은 판교테크노밸리다. 지하철 신분당선 개통 시점과 맞물려 대표적 IT 산업 거점으로 성장했다. 총 167만㎡ 부지에 1300여 개 기업이 입주했고, 근무인원은 약 8만명에 이른다. 서울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 인재 유입이 수월했고 강남권 기업과 시너지 효과도 컸다.
주변에 판교·백현·정자동 등 주거 밀집지역이 있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출퇴근이나 소비, 여가 생활이 가능한 자족형 환경이 형성됐다는 점도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곡지구도 판교의 뒤를 잇는 R&D중심 업무지구로 자리매김했다. 총 면적은 약 366만㎡로 판교테크노밸리의 두 배에 달한다. 인천공항이 가깝고 지하철 5·9호선을 통해 여의도·종로·강남으로 연결되는 교통망도 잘 갖췄다. LG, 롯데, 코오롱, 에쓰오일 등 대기업 R&D센터가 입주했고 주변에 마곡엠밸리 등 대규모 배후 주거지도 있다.
최근 프라임급 업무시설인 ‘원그로브’, ‘르웨스트 시티타워’, ‘케이스퀘어 마곡’이 잇달아 준공하면서 기업 입주도 속도를 내고 있다. DL이앤씨, 대한항공 등이 기존 도심 사옥을 정리하고 터전을 옮기고 있다.
■ 판교~마곡~고덕 잇는 ‘삼각 비즈니스 벨트’ 형성

최근 업계 시선은 판교와 마곡에 이어 고덕비즈밸리로 향하고 있다. 고덕비즈밸리는 개발을 마치면 3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상주인력 1만5000여명에 약 9조5000억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덕비즈밸리는 교통망은 물론 상업시설 등 각종 인프라가 풍부하고 배후 주거수요도 많아 업무지구로서 성장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의도처럼 한강뷰를 갖췄다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동부권은 고덕강일지구, 미사강변도시, 하남 감일·교산 신도시 등 주거지는 조성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비즈니스 인프라가 부족했는데 고덕비즈밸리 개발로 이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고덕비즈밸리는 올림픽대로, 수도권제1순환도로, 세종~포천 고속도로 등 3대 간선도로망이 교차하는 교통 요지인데다 연초에 서울 고덕동과 경기 구리시 토평동을 연결하는 고덕토평대교가 개통해 동부권 간선 연결성이 더 좋아졌다. 지하철 9호선 샘터공원역이 들어서면 강남 접근성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최근엔 서울 첫 이케아와 영화관·쇼핑몰 등으로 구성된 복합시설인 ‘강동 아이파크 더리버’가 문을 열면서 기업과 유동인구를 더 끌어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급 오피스 시설과 함께 쇼핑·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업종의 브랜드가 임차를 마쳐 서울 동남권 랜드마크 시설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고덕비즈밸리 개발이 끝나면 남쪽의 판교, 서쪽의 마곡, 동쪽의 고덕으로 이어지는 ‘뉴 비즈니스 삼각벨트’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신도시 기반의 젊은 인구가 많아 근로자 수급과 지역 내 소비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고덕이 판교와 마곡처럼 자족형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덕은 판교, 마곡과 유사하게 넓은 부지, 교통 인프라, 배후 수요를 모두 갖춘 입지”라며 “장기적으로 두 곳에 버금가는 경제 거점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