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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평 35억이면 뭐해 편의점도 없네"..개포 6600가구 신축아파트, 상가는 2년째 유령건물

입력 : 2025.05.16 06:00

[땅집고] 7000가구 규모 강남권 초대형 아파트가 900억원대 상가 개발이익금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 조합과 상가 소유주가 개발이익금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단지 내 초대형 상가가 유령상가로 전락한 데 이어, 재건축 조합이 가구 당 수천만원 분담금을 고지해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아파트 전경. /강태민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으로 들어선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이야기다. 2023년 12월 입주했다. 지상 5층, 124개 동, 총 5040가구에서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35층, 74개 동, 전용 34~179㎡ 총 6642가구로 탈바꿈했다. 개포주공 재건축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일반분양이 1235가구나 돼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3.3㎡(1평) 당 가격이 1억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다. 올해 3월 전용 84㎡가 35억원(16층)에 팔렸다.

■ 개포주공1단지 조합VS상가위원회, 900억원 놓고 법정 다툼

개포주공1단지 아파트 조합과 기존 개포주공1단지 상가 소유주를 중심으로 한 상가위원회는 개발이익분배금 910억원 중 584억원 지급 여부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다음 달 12일 상가 소유주가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 항소심 1차 변론기일을 연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조합 측이 상가위원회와 일부 소유주에게 584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양측이 모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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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배경은 2016년 4월 아파트 재건축 사업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양측이 작성한 협약문이다. 협약문에는 ‘기존 상가 대지면적과 신축 상가 대지면적 차이와 기존 상가의 용적률로 지은 아파트로 인해 발생하는 개발 이익은 상가 소유주에게 귀속한다’는 문구가 있다. 당시 양측은 개발이익을 910억원으로 한정하고, 150억원 지급을 마쳤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재건축조합과 상가소유주를 중심으로 한 상가위원회가 2016년 상가개발이익금 910억원과 관련해 작성한 협약문 중 일부. /독자 제공

7년 뒤, 개발이익분배금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겼다. 조합 측은 개발이익분배금 910억원 중 584억원을 상가 자산가치평가에 이미 반영했으므로, 먼저 지급한 150억원을 빼고 176억원만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이 상가와 아파트 재건축 비용을 따로 정산하는 ‘독립정산제’라면 상가조합원에게 개발 이익을 전부 지급하는 게 맞으나, 비용을 함께 정산하는 ‘통합정산제’라서 종전자산 가치를 공제한 순개발이익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가기여 개발 이익 전액을 상가조합원에게 지급하는 것은 통합정산제에 반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반면 상가 소유주 측은 협의문에 ‘개발이익 910억 원에서 추후 종전토지 가치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상가조합원들에게 분배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총 910억원 중 150억원을 제외한 760억원 전액을 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당시 아파트 조합이 재건축 사업을 반대하던 상가 소유주에게 해당 협의문을 내세워 협조를 구해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이로 인해 상당한 개발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젠 AI가 나를 더 잘알아요' 1:1 내 취향 맞춤 아파트 리스트 받으러 가기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의 메인 상가 /강태민 기자

■ 강남 신축 아파트 상가, 부동산·편의점도 없다

갈등이 길어지자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상가는 공실로 전락했다. 총 8개 동, 최고 5층, 총 321실이 모두 텅 비어 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102실)와 래미안블레스티지(35실) 등 개포동 다른 단지 내 상가보다 규모가 크지만, 아파트마다 있는 편의점과 부동산도 없다. 주민들은 단지 밖에서 생필품을 구매해야 한다.

입지가 우수해 준공 전부터 병원과 학원 임대 문의가 줄을 이었던 곳이다. 우측에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를 관통하는 산책로가, 좌측에는 개포1동주민센터가 있다. 선릉로 맞은 편에는 마트와 병원 등 실생활 관련 업종이 밀집한 상권이 있다. 반경 500m 이내에 개원초와 구룡중, 개포고 등 7개 학교가 있어 학생들도 많이 오간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아파트 상가가 공실로 남아 있다. /강태민 기자

현재 이 상가는 분양 일정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가 소유주의 이익을 확정해야 권리순위 등에 따라 상가 호실 분양이 가능해서다.

개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단지 상가의 경우 초등학교와 주민센터, 상권을 다 끼고 있어 2만 가구가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분양이 수년째 미뤄지면서 임차 수요가 다른 곳으로 분산한 지 오래”라고 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아파트 전경. /강태민 기자

■ 사업성 1등이라던 개포주공1단지, 분담금 낼 처지

이런 가운데 개포주공1단지 아파트 조합이 조합원을 상대로 추가 분담금 부과 계획을 고지하면서 또 다른 갈등이 터졌다. 이 단지 조합원에 따르면 개포주공1단지 조합은 이달 초 상가개발이익금에 따른 관리처분계획 변경과 분담금 부과 등을 안건으로 하는 총회를 13일 개최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상가개발이익금 584억원 외200억원에 상당하는 추가분담금은 공사도급비증액 등 예기치 못한 사업비 발생”으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 아파트 조합원 5100여 명이 가구당 150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입주 후 상가 분쟁으로 인해 추가분담금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파트 조합원들은 그간 조합이 소송이나 도급비 등에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개포주공1단지 조합원 김모씨는 “조합이 도급비 증가 이유를 비롯해 법무법인 선정 등 소송과 관련해 설명하거나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며 “2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패소에 대비해 돈을 걷겠다’고 해서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문제 제기할 부분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일부 조합원은 조합이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박모씨는 “개포주공 2·3·4단지 가구 수를 합해야 1단지와 비슷할 정도로 1단지 규모가 큰데, 규모가 제일 큰 1단지만 환급금을 받기는커녕 분담금을 내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1단지보다 사업성이 낮은 아파트도 환급금을 받았다”며 “조합이 사업비를 잘못 썼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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