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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받은 우리가 죄인?" 하자에 2년 가까이 입주 막힌 2400가구의 절규

입력 : 2025.05.15 06:00

[땅집고] “이재명 후보님 도와주세요! 저희 얘기 한 번 들어주세요! 아파트 입주가 1년 6개월이나 지연이 됐는데 어떠한 보상도 없고…”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민심을 얻기 위해 전국 곳곳을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피켓을 든 한 남성이 울부짖으며 군중을 뚫고 이 후보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피켓에는 ‘입주일을 확정하고 피해보상 발표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남성은 2020년 12월 충북 진천군에 분양한 총 2450가구 규모 아파트 ‘진천 교성지구 풍림아이원 트리니움’ 수분양자다. 분양 당시 입주일이 2023년 10월로 예정돼있었는데, 이로부터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주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사전점검을 진행한 결과 공사까지 날림인 것으로 드러나 이 남성이 아파트 시행·시공을 맡은 대명수안을 이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고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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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풍림아이원, 입주 1년 7개월 밀려…하자도 평균 2배

대명수안은 대명종합건설이 2018년 법정관리 매물로 나왔던 풍림산업을 인수해 운영 중인 계열사다. 풍림산업의 브랜드 ‘풍림아이원’을 그대로 활용해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 2020년 12월 충북 진천군 진천읍에 분양한 총 2450가구 규모 ‘진천 교성지구 풍림아이원 트리니움’이 대표적이다. 분양가는 국민평형인 84㎡(34평) 기준으로 최고 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단지 건설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터지면서 입주일이 차일피일 지연됐다. 2022년 12월 공사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굴착기에 치여 숨지는 바람에 국토교통부로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조사를 받고, 2023년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공사비 상승 악재까지 겹친 것. 이 외에도 화물연대파업 등 사유로 대명수안이 아파트 준공일을 세 차례나 미루면서 입주일이 기존 2023년 10월에서 현재까지 1년 7개월이나 늦어진 것이다.

 

 

‘진천 교성지구 풍림아이원 트리니움’은 긴 공기 지연 끝에 올해 3월 29~31일 입주예정자를 대상으로 사전점검을 진행했다. 하지만 아파트 시공 상태를 확인한 수분양자들은 이대로는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택 내부에선 거실 앞 테라스 안전 펜스에 연결돼있는 시멘트 구조물에 금이 가 있는 시공이 불량했던 것. 외부 공용 공간에는 조경용 대형 석재와 황토가 마구 뒤섞여있는 채로 방치돼있어 전혀 새아파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입주예정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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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수분양자들의 집단 민원에 충북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이 올해 4월 ‘진천 교성지구 풍림아이원 트리니움’ 품질을 검수한 결과 지적사항이 162건 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새아파트 평균 적발 건수보다 2배 가량 많은 수치다.

■대명수안, 2020년 미분양 폭탄 맞아…3년째 현금 흐름 마이너스

업계에서는 ‘진천 교성지구 풍림아이원 트리니움’ 시공 상태가 엉망인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원자재값 상승같은 대외적 이유만은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단지 시행·시공을 맡은 대명수안이 과거 분양한 아파트마다 대거 미분양을 겪으면서 현금 흐름이 악화하는 등 내부 사정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명수안이 2020년 분양한 대단지 아파트 2곳 모두 ‘미분양 폭탄’을 맞았다. 11월 ‘진천 교성지구 풍림아이원 트리니움’은 2448가구를 분양한 결과 81명만 청약하면서 경쟁률이 0.03대 1에 그쳤다. 이어 12월 분양한 ‘안동용상 풍림아이원 리버파크’는 총 835가구 중 279명 청약자만 끌어모았다. 마찬가지로 경쟁률이 0.33대 1로 저조하다. 이후 지금까지 5년이 다 되어가도록 분양 현장이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명수안은 지난해 매출로 1348억2513만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분양미수금이 1503억6360만원으로 매출액과 맞먹는 상황이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060억원인데, 분양미수금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공시를 참고하면 대명수안은 ▲2022년 -508억4140만원 ▲2023년 -1032억8194만원에 이어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현금흐름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주 지연 보상금으로 가구당 700만원…“너무 적다” 불만

대명수안의 내부 사정 악화로 인한 아파트 부실 시공 및 입주 지연은 수분양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입주가 미뤄지는동안 수분양자들이 중도금 대출 이자를 부담하면서 임시 거처를 전전하는 떠돌이 생활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통상 새아파트 분양계약서에는 입주일이 3개월 이상 지연될 경우 입주 지연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분양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기재한다. 대명수안 측은 1년 7개월 입주 지연을 겪은 ‘진천 교성지구 풍림아이원 트리니움’ 수분양자들에게 보상안으로 200억원 한도 내에서 분양대금의 3%를 지체 상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받은 아파트 층수에 따라 가구당 700만~900만원 정도 금액이다.

 

하지만 수분양자들은 대명수안 측이 제시한 보상안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중도금 대출 한 달 이자율이 일반금융권의 경우 5~7%, 제 2금융권은 10%가 넘는 상황에서 보상안으로 분양대금의 3%를 지체상금으로 책정한 것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 그동안 수분양자들이 지불한 대출 이자와 이사 비용을 고려하면 피해를 복구하긴 역부족인 금액이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대명수안 측은 올해 4월 수분양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입주예정자들이 요구하는 지체상금 요율은 당사와 체결한 공급계약서 내용과 전혀 무관한 것”이라며 당초 제안했던 3%를 적용한 지체상금을 책정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진천 교성지구 풍림아이원 트리니움’ 일부 수분양자들은 2024년 5월 대명수안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사실을 알리려 이재명 후보를 찾았던 남성 수분양자는 유튜브 영상에 “저희의 억울한 심정을 들어주실까 싶었는데 (이재명 후보가) 이렇게 오랜시간 수첩에 적어가면서 들어주실 줄 정말 몰랐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미시공이 많은 하자 투성이 아파트고, (대명수안 측은) 보상안 하나 제시 없이 오는 6월 2일 입주를 강행하겠다고 해서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는 댓글을 남겼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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