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13 14:50 | 수정 : 2025.05.13 14:51
[땅집고] 서울 강남권 핵심 재건축 단지의 사업 추진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거의 마무리 수순을 밟던 사업지들에 대한 심의가 줄줄이 보류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잠실5단지 재건축 통합심의 '보류'…국평 40억 되자 속도 조절?
13일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건축, 경관, 교통 심의 등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서울시의 통합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제3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최종 심의를 한 차례 더 거치기로 하면서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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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일부 조건 외에도 공공보행통로 확충과 한강변 스카이커뮤니티 설치를 위한 동(棟) 배치 조정을 요구했다. 특히 한강변 주동의 호수를 길게 배치한 부분에 대해 긴 동을 나누라고 지시했다. 이에 조합은 서울시의 의견에 맞춰 동 배치 수정과 디자인 변경을 반영한 수정안을 준비해 재심의에 나설 계획이다. 심의 보류로 최소 두 달이 밀리면서 조합이 목표로 했던 연내 사업시행인가와 내년 관리처분인가는 늦어질 전망이다.
조합원들은 서울시의 입장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3번의 자문을 거치면서 시의 요구를 전면 수용했는데 여기에 또 새로운 요구사항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심의에서 지적한 내용들은 다른 단지처럼 조건부 통과에 해당하는 내용들”이라면서 “도계위에서 설치하라고 한 공공보행통로의 경우 심의 반려의 이유로 내세우기엔 타당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압구정 2구역 제외한 3ㆍ4 ㆍ5구역 모두 ‘멈춤 상태’
국내 재건축 시장에서 알짜 중 알짜로 불리는 강남구 압구정 일대도 상황이 좋지 않다. 압구정에서 속도가 가장 빠른 압구정 2구역을 제외한 모든 구역이 사실상 ‘사업 잠시 멈춤’ 상태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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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서울시의 수권소위 심의를 4개월째 기다리고 있다. 시 신통기획 자문을 3번 거친 이후에도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3구역은 5175가구로, 압구정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압구정4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도 지난달 정비계획 변경고시 재심의를 서울시에 요청했다. 시 수권위원회가 올해 3월, 압구정 4구역과 5구역이 제출한 정비계획 변경 심의를 보류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재심의를 요청한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랜드마크동 200m 이상 외 다른 층은 50층 미만으로 제한, 한강변 첫 주동의 형태와 적정성 검토, 통경축 중저층 배치 강화, 데크 구조 최소화 등을 요구했다. 압구정 5구역 역시 같은 처분을 받았고, 지난 12일 서울시에 자문 회의를 접수하며 재심의를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오 시장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지정 이후 강남권 집값이 급등하자, 서울시가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추진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인허가 절차를 늦추고 있다는 해석이다.
잠실5단지의 경우, 토허제 번복 이후 전용면적 82.6㎡가 처음으로 40억 원을 돌파하자 사업이 보류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서울시가 일부러 주요 단지들의 재건축 진행 시기를 분산시키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압구정의 경우, 2구역부터 순차적으로 재건축을 진행해 시선을 분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한 익명의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허제 번복으로 시장 혼란이 커지면서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인허가 시기를 조정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