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13 06:00
[땅집고] “선도지구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더 좋은 주거환경을 바라는 마음이 같은 주민들끼리 싸움만 하고 있다. 성남시 차원에서 중재 역할을 강화해주길 바란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로 선정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구역’ 내 주민 갈등이 최근 격화되면서 중재자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수내동 양지마을은 5개 아파트 단지와 주상복합 단지 등 총 4392가구가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이다. 지난해 11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른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로 선정돼 7000가구 이상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입지가 좋고 분당 내 대장 아파트 역할을 하고 있어 상징적인 재건축 사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선도지구 선정 이후 갈등에 휘말렸다. 수인분당선 수내역에서 가장 가깝고, 분당중앙공원과 인접한 ‘금호1단지’(☞단지정보 알아보기)의 일부 소유주들이 제자리 재건축을 요구하면서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재준위)의 대표성을 문제 삼고 있다. 금호1단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부인 김혜경씨와 1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 ‘이재명 아파트’에서 선도지구 취소 시도
금호1단지 소유주들은 지난 3월 비상대책위원회격인 양지마을 재건축정상화위원회(재정위)를 발족했고, 최근에는 법무법인을 선임해 선도지구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재정위가 문제 삼는 부분은 지난해 재준위가 선도지구 신청을 위한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제시한 일명 ‘제자리재건축 합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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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에 따르면, 재준위가 선도지구 동의율 만점 기준인 95%를 충족하기 위해 20여명에게 해당 합의서를 제시하며 동의서를 받았다. 정작 선도지구 지정 이후 합의서에 법적 효력이 없다며 원점 논의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재정위는 합의서가 무효이기 때문에 동의율 만점을 받아 선정된 선도지구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정위는 그 외에도 사업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장수명 주택 인증, 이주대책 지원, 추가 공공기여 등 도시기능활성화 항목을 포함하고도 재준위가 주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성남시청에 동의서 반환을 요구하는 연명부를 제출하는 등 선도지구 취소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준위 관계자는 “합의서를 자세히 보면 사업시행자 지정 후 소유주 전체회의를 통해 구체적 사항을 정하기로 했다”며 “이견이 있다면 우선 대화를 통해야 하는데, 단지별 우선배정권 보장(제자리 재건축)이 관철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를 반대하겠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갈등 풀려던 재준위원장 사망에 “성남시 중재 역할 필요” 목소리
최근 재준위를 이끌던 공동위원장 A씨가 지난 5일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어수선한 상황이다. 양지마을 재준위는 각 아파트 단지별 대표자를 공동위원장으로 두고 있었다. 그 중 A씨는 선도지구 준비 과정 초기부터 앞장서며 양지마을 재건축의 구심점으로 평가받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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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준위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구역 내 소유주들끼리의 갈등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사망 전날까지도 재준위에서 주민 갈등 해소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선도지구 재건축이 주민 간 갈등 심화라는 부작용을 내면서 지자체의 중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지마을 재준위 관계자는 “노특법에 의한 선도지구 재건축은 처음이기 때문에 새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마다 맞춰 가느라 시행착오를 겪고, 부정확한 정보도 많이 퍼진다”며 “더 좋은 주거환경을 바라는 소유주들이 찬반으로 갈라져 싸움만 하고 있는데, 성남시가 나서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성남시 관계자는 “1기 신도시 5곳에 대한 국토부의 공통된 지침이 있었기 때문에 분당 선도지구에 갈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기준으로 강제로 조정할 수는 없다”며 “선도지구 재건축과 관련된 민원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방식으로 중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시에서 선제적으로 나서기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양지마을은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주민대표단 조직을 준비 중이다. 기존 재준위 구성원을 주민대표단으로 전환해 추인하는 방식으로 소유주 대상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단지별 대지지분에 따라 정한 후보자 총 24인에 대해 전체 소유주 50%, 단지별 3분의 1 이상 찬성표를 받으면 주민대표단이 구성된다.
주민대표단은 선도지구 통합재건축 특별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절차를 이행하는 대표 단체가 된다. 이후 소유주 과반의 동의를 받으면 예비사업시행자와 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양지마을은 지난해 한국토지신탁과 MOU를 맺은 바 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