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10 06:00
[땅집고]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수도권 최대 교통 호재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개통 전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 비역세권이나 외곽 지역은 물론 GTX 역세권 단지마저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추세다. 개통 후 집값이 전고점을 회복할 정도로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완전히 비껴갔다는 평가다.

■ 운정 대장주도 못 누린 GTX 호재
2020년 7월 입주한 파주 동패동 ‘운정신도시아이파크’는 운정중앙역 출구와 가장 가까운 아파트라서 GTX 개통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됐던 곳이다. 하지만, GTX 개통 직후보다 실거래가가 더 떨어졌다. 단지 끝에서 약 500m 거리에 운정중앙역이 있는 역세권으로 총 3042가구로 운정 최대 규모 단지다.

‘운정신도시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GTX 파주~서울역 구간이 개통한 이후인 올해 2월 7억6500만원에 팔렸지만, 최근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7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9억7000만원과 비교하면 30%가량 낮은 가격이다. 현재 같은 평형 호가는 6억9000만원부터 시작한다.
또 다른 역세권 단지인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 단지 실거래가는 GTX-A 개통 직후 7억원이 넘었는데, 이달 6억7500만원을 기록했다. 현재 호가는 6억3000만원부터다.

■ 교통 호재 선반영·던지기 매물 늘면서 가격 떨어졌다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운정 부동산 시장이 워낙 침체해 철도 개통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개통 전부터 교통 호재가 집값에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파주 동패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GTX-A가 개통했으나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며 “GTX-A 개통 전부터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에 반이 반영됐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운정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최초 계약자들이 시세차익을 보고 잇따라 매물을 내놓으면서 공급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 분양가는 모두 3억원대였다.
고점보다 3억원 이상 가격이 떨어졌지만 분양가보다 수억원이 오른 만큼, 빨리 팔려고 하는 ‘던지기’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은 더욱 낮아진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현재 파주시 아파트 매물은 약 6800개다. 1년 전 4800개와 비교하면 2000개가 늘었다. GTX-A가 개통한 지난해 12월 말 5500개보다도 1300개가 더 증가했다. 파주 일대 아파트 매물은 2023년 초 2900개로 가장 적었고, 2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운정신도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8월이 2020년 입주 시점부터 2% 대출을 이용한 최초 계약자들의 대출 상환 시점”이라며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것보다 차익을 보고 집을 팔겠다는 초기 투자자나 최초 분양자가 많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GTX-A 개통 이후에 팔겠다고 마음먹었던 사람들마저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매물이 늘면서 집 주인들이 매도를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했다.

■ 초역세권 개발사업 중단, 활성화 멀어진 운정
운정 일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초역세권 단지는 하나 둘 좌초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높은 분양가를 제시했다가는 사실상 미분양 위험을 떠안아야 해서다. 운정신도시는 공공택지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다. 공사비가 큰 폭으로 올랐어도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어렵다.
초역세권 입지인 주상복합용지 B3·4블럭 개발을 맡은 DS네트웍스는 사업계획승인과 사전청약을 받았으나, 시공사 선정과 PF 대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을 중단했다. 인창개발은 주상복합 1·2·5·6블럭 사업의 중단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GTX-A를 내세워 한때 10억 클럽을 넘보던 운정 일대 신축 아파트가 GTX-A 전 구간 개통에도 전고점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운정의 경우 배후 수요 자체가 제한적이라서 향후 강남까지 연결해도 상승 여력이 적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GTX-A가 운정 전역에 호재로 작용하기에는 운정신도시 자체가 너무 넓다”며 “대부분 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버스나 다른 수단을 이용해 역에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GTX-A 북부 구간 개통 후 운정에서 서울역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일부 운정 주민인 셈”이라고 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