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10 06:00
[땅집고] 서울 강남구 한복판인 대치동 대치선경3차 아파트 앞. 1983년 들어선 옛 동해상가 터(대치동603번지)가 하얀색 펜스에 둘러싸인채 방치돼 있다.
이곳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지하3층~지상7층, 68가구 규모 하이엔드 주거시설과 메디컬센터가 입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개발이 중단된 채 토지와 부속 건물들이 공매에 넘겨졌다.
이곳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지하3층~지상7층, 68가구 규모 하이엔드 주거시설과 메디컬센터가 입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개발이 중단된 채 토지와 부속 건물들이 공매에 넘겨졌다.

■ 강남 대치동 노른자 땅, 착공도 못하고 공매행

2021년 사업이 추진될 때만 해도 인근에 래미안대치팰리스, 은마 아파트 등 강남 대치동 핵심 아파트들이 몰려 있어 대치동 노른자 땅으로 주목받았고, 고급 주택이 들어설 것이란 기대감에 착공까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공사비가 상승하고 금리 인상 국면이 지속하면서 사업이 수렁에 빠지게 됐다. 당초 총 공사비 753억원으로 조합에 3.3㎡당 845만원의 공사비가 제안됐는데, 최근 공사비 인상 여파로 조합원 분담금이 높아진 것이 공매에 부쳐진 원인이 됐다. 시공 계약은 해지되고 조합도 해산됐다. 해당 사업의 현재 감정평가액은 840억원 수준이다.
■ “강남 소규모 사업지, ‘고급화’ 비용 만만찮은 부담…PF매물 더 나올 것”
문제는 이 사업지와 비슷한 형태의 서울 내에 알짜 사업 부지들이 최근들어 경공매 시장에 매물로 속속 넘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4월 말 기준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매각 추진 PF사업장 현황 리스트’에 따르면 매각 추진 사업장은 396개로 지난 달(384개)보다 더 늘어났다. 경기도는 101곳, 인천은 17곳 등이다. 전체적으로 60%가 지방 현장이지만, 수도권이 40%를 차지하고 그중 강남과 같은 서울 핵심지도 대다수 포함돼 부실 위험이 커졌단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서울 내 사업장 수는 30개에서 38개로 증가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경우 이곳 사업장을 비롯해 논현동과 서초 양재동, 송파동 등지에 총 11곳의 사업장이 경공매 매물로 나왔다.
전체 사업장의 금융권 위험노출액은 6조7000억원 규모로 지난 1월 3조1000억원, 3월 6조3000억원보다 더 늘어났다.
업계에선 이 같은 PF경공매 현장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강남권 노른자 땅의 경우 땅값이 비싸 개발 후 기대수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치솟은 공사비와 금융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단 분석이다.
금융권의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저축은행의 경우 PF 대출을 자기자본의 20% 이상을 투입할 수 있는 시행사에만 대출을 내주는데, 경공매를 진행한 토담대는 이 비율을 10%로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규제가 경공매 낙찰가가 토담대 원금 85% 이하로 떨어지고 시행사가 변경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해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사업장의 경우 땅값이 비싼데다 규모가 작은데 고급화를 한 경우가 많아 2021년도에 사업에 착수해 2023년도에 착공을 한 경우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만만찮았을 것”이라며 “경공매를 통해 적정한 가격까지 떨어져야 새로운 사업자 인수가 가능하고, 당분간 이 같은 비슷한 매물이 서울에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