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07 15:34
[땅집고] 중국 경기 침체 장기화와 더불어 미·중 관세 전쟁의 여파가 겹치면서 ‘부동산 큰 손’이 30% 이상의 손해를 감수하고 빌딩을 매각하는 등 중국 부동산 손절매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외국계 자본의 중국 부동산 탈출은 점차 가속화한다고 전망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상하이 오피스 빌딩인 트리니티플레이스 빌딩을 34% 할인한 9억 위안(한화 약 1769억원)에 매물로 내놨다고 보도했다. 트리니티플레이스 빌딩은 블랙록이 상하이에 보유한 마지막 부동산 자산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상하이 오피스 빌딩인 트리니티플레이스 빌딩을 34% 할인한 9억 위안(한화 약 1769억원)에 매물로 내놨다고 보도했다. 트리니티플레이스 빌딩은 블랙록이 상하이에 보유한 마지막 부동산 자산이다.

블랙록은 최근 파나마 운하 인수 건으로 중국 당국과 갈등을 빚으며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 탈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올 2월에는 대출금 미상환으로 상하이 푸둥 루자쭈이 금융무역구에 있는 오피스 빌딩 두 곳을 스탠다드차타드에 몰수당해, 해당 자산을 부실채권 전문업체에 40% 이상 할인한 가격에 처분했다.

잇따라 중국 부동산을 헐값에 처분하는 것은 수익률 악화와 더불어 최근 파나마 운하 인수 건으로 중국 당국과 갈등을 빚게 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랙록은 지난해 12월 자사 아시아 부동산 펀드에서 중국 본토와 홍콩을 제외한 컨소시엄을 만들어 홍콩 CK허치슨으로부터 파나마 운하 등 글로벌 항만 자산을 인수했다. 파나마 운하를 미중 관세 전쟁의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 했던 시도가 막히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심기를 건드린 것.
현재 블랙록은 중국 부동산 신규 투자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블랙록 내 아시아 부동산 투자를 담당했던 임원 존 손더스는 2023년 말 회사를 떠났다. 이 같은 큰 손들의 중국 부동산 탈출은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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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0년 말부터 시행한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와 코로나 이후 지속한 경제 둔화로 인해 장기 침체에 빠졌다.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올 초 중국 내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전년 대비 약 30% 감소했고, 신규 주택 가격은 21개월 연속 하락세다. 중국 대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은 올해 20% 이상 기록할 전망이고, 주요 도시의 사무실 임대료는 전년 대비 10%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침체 심각해지면서 중국 국내 정세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묻지마 범죄’가 늘어났다. 최근 중국 저장성 진화시 한 초등학교 앞에서 승용차가 군중을 향해 돌진해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
후난성 창더현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흰색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등굣길 학생·학부모들을 향해 돌진해 초등생 18명을 포함해 30명이 다친지 반년도 안 돼 또 유사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같은 달에는 광둥성 주하이시에서 78명의 사상자를 낸 체육센터 차량 돌진 사건과 장쑤성 이싱시에서도 대학 칼부림 사건으로 사상자 25명이 발생했었다.
중국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세금 완화 등 부양책을 내놨다. 지난해 말 1가구 1주택자가 5년 이상 살던 집을 팔면 20%를 내야 했던 양도소득세를 전면 면제했다. 취득세는 3%에서 1%로 내렸다. 시중은행들에게는 부동산 기업 대상 대출을 독려하고, 재건축을 장려했다.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은 “중국 부동산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시장 회복을 2026년 이후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중국 정세가 복잡하게 흘러가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시아펀드가 중국이나 홍콩, 싱가포르에서 철수하고 투자처를 재분산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투자액 중 외국계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5년 만에 2.4배로 늘었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