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30 14:44 | 수정 : 2025.05.02 11:22
[땅집고] 최근 SK텔레콤이 해킹 공격을 받아 가입자 2500만명의 유심(USIM) 정보를 유출하는 사건이 터졌다. 현재 SK텔레콤 측이 보유한 유심 물량은 100만개로, 전체 가입자의 4%에 불과해 국민 원성이 터져나오며 본격 시위를 벌여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에 만약 피해자들이 SK텔레콤을 상대로 시위를 진행할 경우 장소 선정 측면에서 ‘꿀팁’을 제시한 한 직장인의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선 ‘역시 가장 윗선을 공략해야 효과가 있나보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자택 앞 시위로 재계 기업인들이 필요 이상의 고통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유심 피해 뿔난 시민들

글쓴이 A씨는 본인이 노사분쟁의 최전선인 현대자동차 출신이며, 입사 이후 쭉 경영지원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고 밝혔다.
A씨는 “이번 사태로 항의 시위할거면 SK텔레콤 본사 앞, 이런 곳은 아무 소용없다. 본사 가서 해봤다 개가 닭 쳐다보듯 하면 끝”이라면서 “무조건 최태원 SK회장 집 앞에서 집회 신고 하고 시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당 동네에는 SK회장만 거주하는게 아니라 비슷한 재력을 갖춘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 시위를 무시하려고 해도 이웃들의 민원에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 자택이 모여 있는 이른바 ‘재벌 집성촌’으로 통하는 동네다.
■“자택 시위, 선 넘는 방식”…기업인 신변 위협 지적도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던 도중 벌어진 사건 사고를 기업인 개인 한 명의 책임으로만 돌리며 시위대가 자택까지 찾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시간 철야 농성 등 집회 강도가 점점 세지는 바람에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는 기업인이 적지 않고, 고성능 확성기와 스피커 등 과거보다 진화한 시위 도구로 인해 기업인 당사자 뿐 아니라 인근 주민에게도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점을 감안하면 ‘자택 시위’는 지양하는 것이 옮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기업인 자택 앞에서 시위를 지속하는 경우 참가자들이 법적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실제로 2022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 앞에서 한 달 간 시위를 벌였다가 법원의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추진위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이 아파트 지하를 통과할 경우 지반 침해와 건물 붕괴 등 피해가 우려된다며, 시공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 측에 단지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노선을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는 정 회장 주거지를 찾아 마이크와 확성기를 동원해 시위를 벌였다.
이에 현대건설은 추진위가 GTX 노선 변경 협의 주체가 아닌 기업인 개인 자택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것은 정 회장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 결과 법원은 정 회장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추진위의 ‘자택 시위’를 사실상 금지하는 결정을 내리며 "표현과 집회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지만, 이는 절대적이지 않다"면서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또는 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나 시위를 벌이는 건 정당한 권리 행사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