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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정보 원조 '부동산114'...적자 누적끝에 역사 속으로

입력 : 2025.04.29 06:30

[땅집고] 국내 최초로 부동산 DB를 구축하고, 온라인 중개서비스를 선보였던 ‘1세대 프롭테크(PropTech‧기술 기반 부동산 서비스) 기업’ 부동산114가 1999년 법인 설립 이후 2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HDC그룹은 이달 말 자회사로 있던 부동산114를 IT(정보기술) 계열사 HDC랩스로 흡수합병한다. 2018년 그룹 편입 후 7년 만이다. 다만 부동산 114의 홈페이지와 관련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된다.

[땅집고] 부동산114가 합병 관련 내용을 주주들에게 알리는 안내문. /부동산114

■ 26년 만에 법인 해체 수순 밟는 부동산114

부동산114의 시작은 부동산업계 실무 전문가들이 만든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모두넷’이다. 부동산 전문 월간지 ‘부동산뱅크’ 출신들이 모여 지역·가격별 거래량, 청약 일정 등 국내 부동산 시장 DB와 매매 및 전월세 매물 정보를 웹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축한 것이다. 초대 대표이사 겸 창업자인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다. 이 교수는 명지대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부동산114를 이끌었다.

출범 초기부터 매출이 급성장했다. 2002년 매출 50억5800만원, 당기순이익 9억5200만원을 기록했는데, 2003년에는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각 88억6100만원, 22억7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이후 금융권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부동산114 주식26.34%를 보유하던 미래에셋캐피탈은 추가로 58.07%를 인수하면서 2008년 1월 이 회사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처음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땅집고] 부동산114 로고. /부동산114

2018년 HDC그룹은 시장DB를 활용해 개발사업 역량을 확대한다며 미래에셋대우로부터 637억원을 들여 부동산114를 인수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계약 당시에는 부동산114 지분 75%를 보유했으나, 2020년 HDC랩스가 가진 나머지 25% 지분을 134억원에 취득하면서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부동산114 법인을 소멸하고, 시장DB 분석 등 부동산114의 주요 사업을 HDC랩스에 넘기는 개편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양도가액은 6억3600만원이다. 637억원에 인수했던 부동산114의 일부 사업부를 6억3600만원에 HDC랩스로 넘긴다. HDC그룹 관계자는 “이번 구조 개편은 그룹의 장기적 성장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최근 5년간 부동산114 당기순손실. /정리=김서경 기자

■ 실적 반토막 자회사, 3년째 적자 회사 떠안았다

개편 발표 이후 업계에서는 여러 추측이 쏟아진다. 부동산114의 저조한 수익성과 연관 짓는 게 대표적이다. 부동산114는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등 부동산 전문가를 배출하고 인지도를 꾸준히 올렸지만, 최근 들어 손실을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114 실적은 3년째 마이너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동산114는 2022년 72억원2113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 2023년에는 103억2389만원, 지난해에는 23억8285만원 손실을 냈다.

이 회사 창업자인 이 교수는 웹을 기반으로 성장한 부동산114가 2010년 이후 모바일 서비스 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적이 위축됐다고 바라봤다. 당시 부동산114의 주 수입원은 광고 수익과 중개 수수료 등이었다. 이 교수는 “부동산114가 전문가 대상 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랩스(REPS)로 B2B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B2C 시장의 매출 감소분을 채우기엔 역부족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땅집고] 최근 5년간 HDC랩스 당기순손실. /정리=김서경 기자

문제는 적자를 거듭하는 부동산114를 넘겨받은 HDC랩스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HDC랩스 영업이익은 2022년 123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64억200만원으로 반토막났다.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하다.

HDC랩스는 AI, IoT 등 그룹 내 소프트웨어 사업을 담당한다. ▲홈네트워크 시스템 개발 등 홈서비스사업 ▲건축물 기획 및 유지 관리 등 건설솔루션사업 ▲부동산 유지관리 및 컨설팅사업 등을 영위한다. HDC아이콘트롤스 시절부터 HDC랩스를 이끈 김성은 대표가 8년째 이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주자 실익 중심의 개편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자회사(HDC랩스)에 이관하고, 수익형 부동산 자산을 HDC가 챙긴다는 점에서 지주사가 개편을 빙자해 ‘실속 챙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땅집고] 부동산114 조직도 및 사업부 /부동산114

부동산114는 매물 홍보 및 중개 서비스, 홈페이지 광고, 부동산 컨설팅, 임대사업 등을 영위한다. 이중 여러 부동산 관련 서비스는 HDC랩스에 넘겨주지만, 부동산114가 보유한 판교 오피스 등 부동산은 지주사인 HDC가 관리한다. 부동산114가 자회사로 둔 미래비아이는 판교 미래에셋벤처타워를 보유해 임대 수익을 내는 회사다. 미래에셋벤처타워를 통해 매년 30억~40억원 임대 수익을 벌어들인다. 부동산114가 적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미래비아이는 부동산114의 유일한 수익원이었던 셈이다. HDC측은 판교오피스 등 부동산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이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이러한 개편을 단행했다는 입장이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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