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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짝퉁 랜드마크'로 서울 채울 것인가?…K-컬처 담은 건축 필요[기고]

  • 글=유상근 올림픽선수촌 재건축 추진단장

입력 : 2025.04.26 06:00

[기고] 더 높이, 더 멀리, 더 빛나게 — K-컬처를 품은 서울의 스카이라인 전략

[땅집고] 필자는 오랫동안 서울의 도시 개발과 재건축 현장을 지켜봐왔다. 특히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하며 한 가지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제는 우리가 더 이상 해외 도시의 건축물을 벤치마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전 세계가 서울을 바라보며 벤치마킹하는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땅집고] 유상근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재건축 추진단(올재단) 단장.

도시의 상징성과 정체성은 하드웨어, 즉 건축물과 스카이라인에서 출발한다.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파리의 에펠탑,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가 각 도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것처럼, 이제 서울도 고유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은 어떤가? 지금까지 서울의 고층 건축물은 해외 건축 사무소의 아이디어와 컨셉을 그대로 수입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스카이라인은 높아졌지만, 건축물의 얼굴인 입면 디자인은 글로벌 카피캣 수준에 머무른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서울은 더 높아져야 한다 첫째, 서울은 더 고층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세계 주요 도시는 이미 초고층 건축 경쟁을 마쳤다. 뉴욕 허드슨야드, 두바이 다운타운, 상하이 푸동 지역은 초고층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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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인구밀도가 높고, 산지가 많은 도시다. 용적률 제한으로 인해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당연히 수직 개발이 답이다. 고층화는 서울의 경제적 필연이다. 하지만 단순히 높이만 키우는 개발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요소다. 건축물 입면은 K-컬처를 품어야 한다

건축물의 외관, 즉 입면 디자인은 서울 고층화 전략의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문화 경쟁력을 가진 국가다. BTS, 블랙핑크, K-드라마, K-영화, K-패션, K-뷰티까지 K-컬처의 스펙트럼은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건축 디자인도 K-컬처를 담아야 한다. 건물의 입면은 도시를 찾은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서울의 얼굴이다. 건축가적 상상력을 넘어서, 한국 문화가 가진 독창성과 상징성을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조명이다. 야간에 건물의 외관을 미디어 파사드나 LED 조명으로 한국 문양, 한글 패턴, 전통 색채를 활용한 빛의 디자인으로 꾸민다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서울만의 야경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미적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물 자체가 K-컬처 콘텐츠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전 세계 관광객들은 더 이상 별도의 공연장을 찾지 않고, 서울의 도심 스카이라인을 보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88올림픽의 정신을 계승하자. 특히 필자가 추진하고 있는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재건축은 서울 입면 디자인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1988 서울올림픽의 상징 그 자체다.

재건축을 통해 건물의 입면에 88올림픽의 정신과 상징을 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올림픽 오륜기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 패턴, 당시 마스코트였던 호돌이의 추상화된 문양, 세계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컬러 조합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조경 공간에는 88올림픽 당시 주요 경기 장면을 표현하는 미디어 아트를 설치하거나, 한국 전통 스포츠인 씨름, 태권도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세워 올림픽 정신을 계승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재건축 단지의 브랜드 가치를 압도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서울 동남권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글로벌 도시 서울, 이제 우리가 기준이다. 그동안 우리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처럼', '홍콩 IFC처럼',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처럼'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글로벌 건축 트렌드를 주도하는 '서울 스타일'이 탄생할 때다.

서울은 문화적 자산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도시 경쟁력에서 부족한 것은 단 하나, 하드웨어적 상징성이다. 이것이 건축 디자인 전략으로 승화될 때, 서울은 진정한 글로벌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세계 건축가들이 서울의 건축물을 보며 감탄하고, 해외 도시들이 '서울처럼 짓자'고 말하는 시대를 우리는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우리는 해외를 흉내내지 않는다. 이제 세계가 서울을 흉내낼 것이다. /글= 유상근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재건축 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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