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24 06:00
[땅집고] 10억원짜리 아파트에 세들어 사는 A씨. A씨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0만원으로 거주한 뒤 2년 후 이사를 가면 집값의 오르내림과 관계없이 이사할 때 돌려받는 돈은 보증금 1억원 뿐이다. 그런데, 아파트값이 30% 오르면 A씨 같은 세입자가 보증금 1억원에 30%인 3000만원을 더 받아 갈 수 있는 제도가 준비되고 있다. 입주자가 아파트 지분을 구입하는 반전세 형태의 ‘지분형 모기지’다.
이르면 오는 6월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지분형 모기지, 한국형 리츠 주택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6월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지분형 모기지, 한국형 리츠 주택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 집값 오르면, 세입자도 돈 벌어가…‘한국형 리츠’ 도입 시동

최근 금융당국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이라 불리는 부동산 투자 문화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분형 주택금융’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연계해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한국형 리츠의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리츠를 통한 주택 소유 및 임대차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한국형 리츠’란 리츠가 아파트를 공급하면 주택 수요자가 지분 투자를 한 뒤 임차인으로 거주하는 방식이다. 입주자는 집값의 30%를 리츠 지분으로 보유했다면, 보유하지 않은 70%에 대해선 월세를 내면서 리츠 지분을 점차 늘려나갈 수 있다. 입주자가 초기에 수억원씩 주택담보대출을 내지 않아도 되고,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를 살 때 드는 이자 부담도 없어 이득이다. 입주자가 돈을 모아 리츠 투자금을 늘리면 월세를 줄일 수 있고, 매도 제한 기간 이후에는 리츠 지분을 팔아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지분형 주택금융은 주택 매입자가 이러한 구조로 운영되는 집을 살 때 부족한 자금을 대출이 아닌 지분투자 형식으로 공공부문에서 출자받도록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택 매입자와 주택금융공사가 아파트 가격의 50%씩을 부담해 지분을 절반으로 나누고, 아파트를 팔 때는 매도 가격의 절반을 다시 나눠 갖는 형태다.
정부는 서울 서초구 그린벨트 해제지로 예정된 서리풀 지구 등 신규 공공주택 물량을 리츠로 할인 매각하거나, 재건축을 통해 나오는 임대주택 물량을 리츠가 사들여 지분형 모기지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초 한 대담에서 “정책금융으로 저소득층을 도와주는 것은 정치적으로 맞지만 지금 상황은 그것이 집값을 올리고, 집값이 오르니 정책 금융을 더 해 가계 부채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금융이 큰 틀에서 바뀌어야 한다”며 “지분형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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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임대주택 리츠, 지방 투자했다가 상장폐지 기로…수익성 높일 방안 필요
하지만 공공성이 강조되는 임대주택 특성상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리츠로 배당금 등의 수익을 얻으려면 임대료가 꾸준히 올라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시세보다 높게 올려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임대주택 운영기간이 긴 것도 수익률이 불확실해지는 요인이다. 투자금 회수 기간이 그만큼 길어지기 때문이다. 임대 주택을 운영할 때 드는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세제도 아직까지 규제 장벽이 높다.
주택이 위치한 곳도 한국형 리츠 성패의 중요한 요소다. 집값이 오르는 서울 핵심 지역은 리츠 운용에 문제가 없지만, 집값이 떨어지는 지역은 리츠 수익이 마이너스가 날 수 있다. 현재 상장리츠 중 유일하게 주상복합과 준공공임대주택 등에 투자하는 에이리츠의 경우 최근 3년간 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저조한 실적으로 상장폐지 기로에 놓였다.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이 약 173%이고,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했다. 에이리츠는 미분양이 많은 대구 지역에서 주상복합 개발에 착수하다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직격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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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리츠 중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등을 자산으로 담은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경우는 수도권 브랜드 신축 주택을 공략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논의되는 ‘한국형 리츠’와 비슷하게 공공이 출자하는 구조이고, 시세의 95% 수준의 임대료로 수익성도 높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시급한 부동산 대책은 서울에 지나치게 몰려드는 부동산 수요를 외곽으로 분산하고, 지방 미분양 주택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형 리츠는 서울 핵심지에서만 제대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지방에 한해서라도 임대료 규제 및 세제 완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