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23 09:44
[땅집고]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 재신임 여부를 두고 오는 27일 임시총회를 예고한 가운데, 조합 내부에서 “현 시점에서 시공사 교체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상황에서 시공사를 바꿀 경우, 이미 마무리된 행정 절차가 무효화돼 사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주와 철거를 앞둔 시점에서 시공사를 교체한 선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정비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이 조합에 중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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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은 용산구 보광동 272-3 일대에 지하 6층~지상 14층, 30개 동, 총 1537가구 규모로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합은 지난해 11월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용산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다. 현재 사업은 이주 및 착공을 앞둔 단계로, 절차상 막바지에 접어든 상태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2022년 조합과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고도제한 완화와 관통도로 폐지 등을 담은 ‘118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설계 변경 및 인허가 협의를 진행해왔다.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상황에서 시공사를 바꿀 경우, 이미 마무리된 행정 절차가 무효화돼 사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주와 철거를 앞둔 시점에서 시공사를 교체한 선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정비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이 조합에 중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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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시공사 교체 안건이 총회에 상정되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사업 일정 지연과 비용 증가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대우건설은 최근 조합에 제출한 자료에서 시공사 교체 시 조합이 부담할 수 있는 예상 손실 규모를 약 27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세부 항목으로는 공사비 증가 2015억원, 인허가 용역비 180억원, 브리지론 지연에 따른 손해금 503억원 등이 포함됐다.
조합이 확보한 1680억원 규모 브리지론도 변수다. 해당 자금은 대우건설의 연대보증을 기반으로 조달된 금융상품으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연대보증이 무효화되며 연 20% 수준의 연체 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조합원 개인이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분담금 규모도 금융비용 증가와 맞물려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절차적 손실도 작지 않다. 대우건설 설계안 기준으로 마무리된 분담금 시뮬레이션과, 도시계획위원회 협의를 마친 고도제한 완화, 관통도로 폐지 관련 교통영향평가 실무 협의 등도 모두 재논의 대상이 된다. 사업이 한 단계라도 다시 역행하면 전체 일정은 최소 수년씩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조합 내부에서는 시공사 브랜드 바꾸자는 명분으로 전체 일정과 자금을 흔들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시공사 교체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사업의 재시작을 의미한다”며 “지금 결정은 조합원의 분담금, 주거 시점, 시장 가치 등 모든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용산구청도 이와 같은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다. 조합에 보낸 공문을 통해 “기존 시공사를 해지할 경우, 새로운 시공사와의 계약 체결 전까지는 관리처분 인가가 불가능하다”고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이는 사실상 사업의 인허가 단계가 멈추고, 그에 따른 재정적 손실이 조합에 직접 전가될 수 있다는 경고다.

대우건설은 계약에 따라 사업을 성실히 이행해왔으며, 조합원과의 약속도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우 측은 최소 이주비 10억 원, 최고 수준의 분양 조건, 착공 시점까지의 모든 절차를 계획대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118 프로젝트’ 이행 상황도 대부분 정리된 상태다. 고도제한 완화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와의 협의를 마쳤고, 심의 상정만을 앞두고 있다. 관통도로 폐지는 용산구청과 교통영향평가 자문단을 통해 실무 협의 중이다. 촉진계획 변경 또한 중간보고를 완료해 법적 절차를 병행하고 있으며, 조합원 분담금 시뮬레이션은 이미 설계 기준에 따라 완료돼 조합 이사회에 제출됐다.
조합 측은 총회 안내문을 통해 “대우건설이 제안한 118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이번 총회를 열게 됐다”며 총회 개최의 배경을 밝혔다. 홍경태 조합장은 “총회 결과와 무관하게 조합은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다음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면서도 “계약 해지 시 ‘탑티어’ 시공사가 참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조합이 배포한 총회 책자에는 시공사 교체 이후 일정만 구체적으로 담겼을 뿐, 재신임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는 손해 추산 자료나 기존 시공사의 사업 이행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보 제공의 형평성을 두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부 조합원들은 “정보가 선별적으로 제공된 채 교체 이후 기대 효과만 강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관리처분인가 직전 단계에서 시공사를 교체한 정비사업 사례는 극히 드물다”면서 “조합 내부의 정치적 판단이 조합원 전체의 재산권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mjbae@chosun.com